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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9 18:15 수정 : 2018.04.19 19:50

장덕조
사단법인 한국금융법학회 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최근 어느 재벌 3세에 의한 폭행 의혹과 땅콩 회항 사건, 지배권 편법 상속을 위한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불공정 합병,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법 비자금과 뇌물수수 등 재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짙어지고 있다.

재벌 일가가 관련 회사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여 지배주주가 되는 것은 그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새겨야 할 중요한 기본은 회사와 주주는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다. 주주 재산과 회사 재산은 엄격히 구별되어, 회사의 빚이 아무리 많더라도 주주가 회사의 빚을 갚을 책임이 없고, 이를 유한책임의 원칙이라 부른다. 같은 이치에서, 만약 지배주주가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회사 재산과 주주 재산이 엄격히 구별되듯이,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도 구별된다. 회사의 영업 상황이 우량하면 주주도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어 비례적인 경우가 보통이겠으나, 양자가 같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망해도 기업가는 영원하다’는 속설도 이를 반영한다.

과거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의 본질은 회사 이익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저가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상속세도 정당하게 내지 않고 회사의 지배권을 물려준 것이다. 또한 회사의 자산 상태가 악화되는데도, 경영진에게 과다한 보수를 지급하거나, 무리하게 다액의 이익 배당을 하여 회사의 재정 상황을 보다 위태롭게 하는 경우 등이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이 구별되는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회사 이익을 돌보아야 하는 법적 주체는 누구인가? 회사의 경영진인 이사들이다. 재벌 일가는 자신들이 직접 이사가 되거나, 또는 맞춤형인 사람들을 이사로 선임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언제든 해임하기도 한다. 이같이 경영진의 인사권을 재벌 일가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회사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재벌 일가의 이익이 우선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음으로, 회사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을 누가 하는지 본다. 그 견제와 감독마저도 지배주주가 선임하는 자가 맡는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반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 현행 상법상으로는 그마저 지배주주가 뽑은 사람이 한다. 더 정확히는 규모가 큰 회사의 감시감독은 감사위원회에 맡겨져 있으나 그 위원마저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선임되는 까닭에, 결국 지배주주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데, 감사위원은 동시에 이사이기도 하여,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이 동일하게 되는 자기감독의 모순마저 있다.

회사라는 제도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다 나은 것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모색하고 고쳐 나가야 한다.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규모가 큰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그 절반이 노동자 대표로 구성된다. 벤츠 등 세계적으로 훌륭한 독일 회사들이 있고 보면, 독일의 제도가 후진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우리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도약을 위해서도,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영진의 구성이 요구되고, 그러한 제도로 설계될 수 있도록 상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 최소한 감시감독의 시스템만큼은 개선되어야 한다. 천민자본주의가 아니라 품격 있는 진정한 자본주의를 위하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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