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을 위한 수사, 양방향 모니터 설치 / 최명호

최명호
변호사

경찰서나 검찰청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소환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여기저기 친지 수사관, 혹은 변호사에게 물어보고 단단히 준비하고 나가 수사관과 마주 앉는다.

“혐의 내용이나 확인할 사항은 이러이러합니다.” 수사관은 대부분 무슨 내용으로 수사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아니하고 조서부터 작성한다. 진상 파악보다는 조서 작성부터 시작하다 보니 진술인이 실제 말하는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A라는 의미로 진술하였는데 수사관이 B라고 ‘오해’하고 작성된다. 진실과 다른 사실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청탁수사가 자행되는 경우다. 내 입장을 진술하고 연관된 증거를 제시하면, 수사관도 수긍하는 듯 타이핑도 열심히 한다. 2~3시간 걸려 조사가 완결되었다고 하면서 조서를 검토하라고 건네주는데 정작 조서에는 내가 한 말이 실리지 않는다. 수사관은 진술한 대로 작성됐는지 검토해보라고 하지만 그때쯤 되면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말을 했는지 모두 잊어버린 상태다.

이것이 조서의 맹점이다. 이 상황에서 진술인은 자신이 한 말이 조서에 올라와 있는지 아닌지 이를 판별할 여유가 없다. 오로지 불리한 글귀가 들어 있는지만을 눈을 부릅뜨고 보게 된다. 만일 자신이 한 ‘중요한 진술’이 빠져 있음을 발견했다고 치자. 이를 왜 누락하였느냐고 물어보면 조사관은 태연히 ‘그럼 볼펜으로 적으라’고 한다.

내가 나중에 수기로 적은 것과 가지런히 타이핑돼 있는 진술은 천지 차이이다. 이 조서를 간접적으로 읽는 검사나 판사가 보기에는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청탁을 받은 수사관이 장난을 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사자가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진술은 조서에 오롯이 담겨야 한다. 이를 위한 쉬운 방법이 있다. 수사기관에 양방향 모니터를 설치하면 된다. 신문 내용을 기재하는 모니터가 진술인과 수사관에게 모두 보이면 된다. 진술인은 자신이 말하는 대로 조서에 담기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본인의 진술이 왜곡되거나 누락될 때 바로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 진술의 뉘앙스조차도 즉시 수정돼야 한다.

영국이나 일본의 경찰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할 우리 경찰이 그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권의 향배와 권력의 뜻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이 부족하다. 수사권 이양을 운운하면서도 공정한 수사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검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각 정부기관의 청렴도에서 검찰은 매년 최하위권이다. 경찰서와 검찰청을 드나들며 형사 사건을 맡아보면 청탁, 청부 수사로 의심되는 사건이 적지 않다. 청탁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사람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촛불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많은 죄과를 저질렀던 수사관들이 조금 숨을 죽이며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수사관들에 의해 행해졌던 불법수사를 일시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양방향 모니터 설치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이 방법이야말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조서 작성이라는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즉효적인 개혁이다. 시민에게 가장 절실하며 손쉬운 적폐청산이다. 진실한 조서 작성은 경찰과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