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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20:16 수정 : 2018.05.10 20:40

박대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정규직 전환 끝난 거 아니었어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선언 1주년 행사를 두고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이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 천천히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하고, 정일영 사장이 1만명 전환을 약속했다. 그리고 전환 대상, 규모를 결정하고 직고용-자회사 간 차별을 방지하는 12월 노사합의가 있었다.

임금, 복지 등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국민들의 응원이 필요한데, 세상의 관심은 너무 멀어진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1돌을 계기로 국민들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시험대가 될 인천공항 진행 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정부가 노동존중의 기치를 들고 추진 중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가입 운동과 만나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에서 1년 동안 2400명에서 4300명으로 조합원이 급격히 확대되었고 가입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순종을 강요당하던 근로자가 주체적인 노동자로 변모하는 중이다. 불공정한 임금체계, 은폐되어온 산업재해, 인력 충원 없이 쥐어짜온 교대제, 비인격적 대우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노조로 뭉쳐서 해결하고 있다. ‘노조 할 권리’가 보편적 권리가 되도록 이 불씨를 잘 살려가야 한다.

1주년을 맞은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초심을 잘 지키고 있을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당사자로 이 정책은 성패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위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효성, 정당성을 위협하는 문제들도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애매한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내놓고, 문제점을 지적해도 요지부동하며 기관들을 점검, 지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이 방문한 인천공항조차 진통을 겪고 있다.

첫째, 임금체계 문제다.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정규직 전환 협상에서 근속 반영을 거부하고 있다. 공식 발표되지 않은 정부의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핑계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 고착화, 기준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근속, 숙련, 직무를 균형있게 반영하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축소해가는 임금체계를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 처우개선. 공사는 가이드라인에 이윤, 일반관리비 “전액”을 처우개선에 사용하라는 내용이 없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일부만 처우개선에 쓰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비정규직을 비용 절감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윤, 일반관리비는 용역업체가 중간착취하던 노동자의 임금이었다. 정부는 반드시 전액 처우개선에 쓰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의 원칙인 “충분한 노사협의”조차 위협받고 있다. 회의자료나 보안서약서를 요구하거나, 회의 안건을 사측 자의로 변경하는 등 대등한 협의 주체로 노조를 인정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50%에 육박하는 노조 가입률의 인천공항마저 이러한데, 당사자 의사가 제대로 대변되는지 확인조차 힘든 기관 수백곳의 사정은 오죽할까.

정부에 촉구한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눈물 흘렸던 노동자들의 기대가 이런 것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비용 절감, 실적 채우기, 기득권 지키기를 뛰어넘어 미래 세대를 위해 사회 양극화 해소와 공공성 강화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갈림길에 선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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