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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7 18:11 수정 : 2018.05.17 19:27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사회의학

기차는 두개의 레일 위를 달린다. 그 두 레일 사이 거리를 일정하게 잡아주는 것이 ‘침목’(枕木)이다. 이 침목이 없다면 기차는 서버리거나 탈선하고 만다. 최근 남북관계의 대규모 교류협력에 다들 마음이 바쁘다. 잠재 가치 3천조원에 달하는 광물 이야기가 나오고 철도, 항만, 특구 등의 개발 손익을 따지기 시작했다.

걱정이다. 남북관계를 돈이 이끌면 반드시 탈이 난다. 그 문제들은 다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민간단체 간, 남북 정부 간, 남북 주민 간 오해와 반목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벌써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2010년 아이티는 쓰나미로 큰 재난을 당했다. 이후 무질서한 국제 지원이 두번째 재난을 낳았고, 두번째가 첫번째 재난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반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는 달랐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방식’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비로소 국제 지원은 큰 힘을 발휘했다.

교류협력은 좋은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결핵이 좋은 예이다. 남북 간 교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분야 중 하나가 결핵이다. 세계기금도 2010년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액수를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사용했고, 국내외 여러 민간단체도 많은 양의 결핵약을 북한에 보냈다. 하지만 퇴치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여전히 결핵이 많은 세계 30개 나라 중 하나이고, 게다가 결핵약에 내성을 가진 환자 수도 세계에서 제일 많은 30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뜻은 좋았지만, 질서를 잃어서 생긴 일이다. 결핵약 지원과 같은 고도의 전문성과 관리 능력이 필요한 일은 남북 정부가 책임을 지고 행하는 것이 맞다. 민간단체는 결핵약보다는 환자의 영양이나 시설 개선에 힘쓰는 것이 좋다. 서로 잘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는 질서 있는 협력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남북교류 활성화로 북쪽 감염병이 남쪽으로 올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세균엔 국경이 없으니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와 차별을 낳을 수도 있다. 면역력 면에서 보면 북쪽 주민이 남쪽 주민보다 더 취약하다. 고립되어 살았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서다. 오히려 남쪽 주민이 북쪽 주민에게도 전염병을 옮길 수 있고, 그 경우 북쪽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지나친 걱정도 병이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계가 좋아 몇만명이 남북을 오가던 지난 시절에도 심각한 감염병 문제는 없었다. 앞으로는 그때보다 더 규모가 크고 긴밀한 남북 주민 간 접촉이 이루어지겠지만, 남북 정부 간 협력 또한 과거보다 더 긴밀해질 것이다. 남북 정부가 서로 잘 협력한다면 이 문제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질서가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돈만이 앞서서는 안 된다. 경제교류가 야기할 문제들을 사전, 사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함께 가는 ‘질서’ 있는 교류가 돼야 한다. 남북 정부 간, 전문가 간 긴밀한 협조관계가 먼저 구축되어야 하고 남북 정부, 민간부문, 국제사회 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조직의 설치도 중요하다.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열정이 차가운 이성과 ‘함께’ 달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두개 레일 전략’(two rail strategy)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명토 박아 두자. “기차는 두개의 나란한 레일 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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