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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30 18:04 수정 : 2018.08.30 18:56

이정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최근에 통계청에서 가계소득조사를 발표한 후 그 통계가 맞는지 여부로 논란이 거세더니 결국에는 통계청장이 바뀌었다. 신임 청장의 고용소득통계 해석 문제로 여야가 시끄럽다. 지난 정권에서도 통계청에서 지니계수를 발표한 뒤 이 통계가 맞는지 여부로 한동안 정치권에서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또 어느 정권은 통계청에서 생산한 국가통계를 국민들에게 공표하기 전에 각 부처와 협의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하였다.

부처 사이에 이해가 엇갈리는 국가통계 발표를 여러 부처와 미리 협의하면 그 발표로 불리한 부처나 정권은 통계청에 어떠한 형태로든 압력을 넣을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도구인 국가통계가 매번 정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통계전문가로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 발표가 매번 정권 차원의 이슈가 되는 첫째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현재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고 통계청장의 직급은 차관이다. 1990년 이후 이번까지 임명된 통계청장 17명은 대부분이 기재부 출신이었고, 최근에는 정치권력과 가깝다는 평을 받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신의 경제전문가를 임명하였다. 국가통계를 발표할 때 통계청장은 상급기관장인 기재부 장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정치권력과 가까운 통계청장은 혹시나 그 발표가 정권에 누가 되지나 않을지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은 통계청이 감사원같이 독립된 기구가 될 때 가능하다. 통계청장의 임명은 국회 동의제 또는 임기제로 법으로 보장되어야 통계청의 국가통계 발표가 정권 차원의 이슈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은 국가에 필요한 통계를 정해진 계획대로 정확하게 생산하고, 계획된 날짜에 그 결과를 발표만 하여야 하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발표된 국가통계의 해석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원인은 통계청장의 전문성 문제이다. 통계학은 지난 반세기 많은 발전을 이루어 21세기 핵심 구실을 담당하는 전문영역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초예측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파생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우리 삶의 질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이러한 연유로 대학의 경우 경제·경영학과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교육, 자연과학, 공학, 의학, 약학, 농학 등 인문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계학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임명되었던 통계청장은 예외 없이 경제전문가이고 경제통계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보아왔다.

통계전문가의 입장에서 경제전문가는 통계를 제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발전된 통계학의 기법과 정확한 통계 생산방법을 교육받은 사람은 아니다. 4차 산업사회를 선도할 통계생산시스템의 기획과 수많은 분야에 적합한 통계의 생산은 이제 통계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경제, 사회, 보건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는 미래 사회에 어떠한 통계 항목을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통계전문가는 이 통계에 적절한 방법으로 통계를 생산하면 될 것이다.

통계청의 독립성 문제와 통계청장의 전문성 문제는 그동안 학계에서 여러번 지적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통계청의 독립을 생각한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통계전문가를 통계청장에 임명하는 것을 본 일도 없다. 진정한 국가통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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