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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3 17:56 수정 : 2018.09.13 22:43

김문주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대학 사회가 난장이다.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교육부의 재정지원도 중단되고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니 대학으로서는 퇴출선고를 받은 셈이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1주기 구조개혁의 후속 작업으로, 2023년까지 대학정원의 16만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젝트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부는 말 그대로 ‘저승사자’이다. 최근 교육부가 3년 뒤 폐교될 대학 수(38개)까지 발표했으니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나 거점 국립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들은 그야말로 똥줄이 탈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교육부 앞에서 대학은 을 중의 을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는 정치권의 목표가 설정된 뒤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명목으로 대학의 목을 죄어왔다. 최근 10년간 극심해진 교육부의 평가와 통제로 대학은 교육부 사업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했고, 대학의 정책 목표는 교육부 사업에 맞추어졌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대학에서 실종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비정규직 교수들이 쫓겨나고, 수강 인원이 70~80명이 넘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울까.

한국은 전체 대학의 86%가 사립대학이다. 법인에 의한 재정지원을 전제로 설립되었지만 이를 충족하는 사립대학은 손에 꼽는다.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의 재정지원, 기부금으로 운영됨에도 사립대학은 이른바 ‘오너(일가)’·특정세력에 의해 독점·전횡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자행된 온갖 비리와 부정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대학 구조조정에 동조하는 여론으로 동원되고 있다. 게다가 퇴직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나 친정권 인사들이 총장, 이사장 등이 되어 교육부가 진행하는 대학평가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상황이 새 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 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정상화는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촛불혁명 기간 동안 우리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 질문의 과정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에게 대학이란 무엇이며, 교육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최근 사립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한 ‘공영형 사립대학’ 예산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고등교육체제 개편의 핵심축이 사라져버렸다. 대학의 공공성 확보, 지역균형발전, 대학서열 완화 등의 정책 취지와 목표를 갖고 추진된 고등교육체제 개편이, 시장의 논리와 돈의 효용이라는 기재부의 잣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기에는 청와대의 묵인이 있었을 것이다. 사립대학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떼게 해달라는 고등교육 제 단체의 간절한 요청도 단칼에 날아가 버렸다.

밀실 운영과 온갖 비리로 수많은 캠퍼스가 쑥대밭이다. 고등교육체제 개편의 희망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대학의 공공성 논의를 본격화하는 데 매우 요긴한 마중물이 될 것이며, 사학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교육에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목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않고 어찌 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으며, 진정한 교육개혁 없이 제대로 된 나라의 건설이 과연 가능한가.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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