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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5 18:25 수정 : 2018.10.26 09:46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역사학박사)·전 육군본부 군사연구소장

제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한-미 간 이견에 대한 우려가 있는 듯하다. 이를 종합해보면 첫째는 우리 정부가 제재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동시 추진을 주장하고 있어 미국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에 동의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우리의 처지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우려들을 요약하면 우리가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북한 편만 들어서 나중에 결국 심각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기에 앞서, 먼저 한-미 입장 차이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부부간에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동맹이라 하더라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오히려 똑같은 것이 비정상이다. 세계전략을 고민하는 미국과, 남북관계가 최우선인 우리의 입장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에 유리한 것이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고,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 미국에 불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정책을 결정한다. 상황에 따라 정책을 바꾸기도 한다. 베트남은 내부의 분열도 있었지만 미국이 더 이상의 개입을 포기했기 때문에 패망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미국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미국이 손을 떼자마자 패망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1994년 미국은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에 결단코 반대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으나 결국 미국은 우리의 반대로 군사적 해결을 접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의 생각을 따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유세 당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과거의 교훈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미국이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대비를 하는 것이 올바르다 하겠다. 미국이 우리와 항상 같은 입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미 간 입장 차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인 듯하다. 당장은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 후 제재 완화를 주장하지만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우리가 북핵 해결 후 제재 완화만 주장하다가 미국이 갑자기 북한이 주장한 동시 행동과 비슷한 입장으로 선회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지금과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경 정책만 주장하다 상황이 바뀌면 그때 우리는 뭐가 되나?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 한-미 입장 차이를 이용해 우리를 농락할 것이라는 우려보다, 북한이 협상의 무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대북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정책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퍼스트 니고시에이터’라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은 내심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것을 반길 수도 있다. 한-미 간 입장 차이가 있다고 마냥 비난만 할 경우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한국의 유화적 입장을 유리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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