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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8 18:18 수정 : 2018.11.09 17:38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세계 최초로 전력 자립에 성공한 덴마크 삼쇠섬을 다녀왔다. 이 섬은 필요한 전기의 14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는 육지에 팔고 있다. 삼쇠섬의 성공 비결은 풍력, 바이오, 그리고 바이킹 커피다.

첫째, 풍력은 덴마크의 풍부한 자연에너지다. 세계 1위 풍력발전사 베스타스가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 삼쇠섬은 1㎿ 육상풍력발전기 11기와 2.3㎿ 해상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해 주요 발전원으로 삼았다.

둘째, 바이오에너지는 풍력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전력공급 변동성을 보완하는 구실을 한다. 밀짚과 우드칩을 이용한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와 온수를 생산하고, 인근 2㎞ 이내 400가구에 80도의 온수를 제공한다. 석유보일러도 있지만 고장이나 한파 등 비상용으로만 쓰인다.

마지막으로, 바이킹 커피를 마시며 지역민과 협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다. 우선은 전문가 중심의 마스터플랜을 하향식(톱다운)으로 세운다. 이를 섬의 각 분야 대표들이 모여 상향식(보텀업)으로 조정한다. 덴마크인의 조상인 바이킹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형으로 둘러앉아 커피를 마셨다.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대화하며 1년 만에 문제를 해결했다. 에너지 전환에 많은 커피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지 않았으면 새만금 방조제처럼 19년 걸릴 수도 있었다.

삼쇠섬이 전력 자립 100%를 달성한 2006년, 제주도에서는 탐라해상풍력단지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1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었다. 2015년 사업자가 바뀌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이익을 공유하자 비로소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발전수익의 일정 부분을 마을에 투자하고, 해녀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력케이블을 돌로 덮었다. 또한 해조류, 어패류가 모일 수 있도록 발전구조물을 배치해 어획량이 늘어났다. 주민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최근 고창 등 일부지역에서도 풍력, 태양광에 대한 지역수용성이 좋아지고 있다. 수익과 일자리를 지역민들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풍력의 저주파 소음과 태양광발전의 경관 문제는 그게 자신들의 소유라면 복음이 될 수도 있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소 4.5㎞ 이내 주민에 대해 거리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로 20% 이상 지분을 발전사가 제안하도록 돼 있다. 그 외에도 지역 협동조합에 타당성조사 비용이나 관광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비용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 지원제도가 덴마크 에너지 전환의 성공 배경이다.

우리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더 많은 태양광, 풍력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태양광 모듈 국제시세가 킬로와트당 200달러대로 급락해 발전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업에 지역주민이 참여해 농어업을 계속하면서도 재생에너지 수익을 기본소득처럼 가져갈 때 에너지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남북 에너지 협력도 준비해야 한다. 종전선언, 비핵화, 제재완화 이후에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다. 북한에 대규모로 육상과 해상에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만들어 북한의 부족한 전력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진출하고, 남북 주민의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북한의 상황을 장점으로 살려, 직류 스마트그리드 시티를 구현해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만들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과 변화하는 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온다. 이제 바이킹 커피를 마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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