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공학박사 최근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해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아직 상급심 절차가 남아 있어서 유무죄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일련의 채용비리 사건들에 대해 하급심에서 거듭 유죄가 선고되고 있고, 수사가 진행중인 기업 또한 다수다. 은연중에 우리 사회에 만연해온 이러한 채용비리가 충격적인 이유는 개별적인 청탁에 따라 한두명을 부정채용 하는 수준을 넘어 성별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다수의 응시자를 부당하게 탈락시켰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여성 합격자의 비중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서류전형 심사 결과를 조작하여 합격권에 있는 여성 112명을 인위적으로 탈락시키고 동수의 남성을 합격시켰다고 한다. 이런 조직적인 채용비리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영혼을 울리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으며, 그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다시 한번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채용비리를 갑질행위 등과 더불어 8대 생활적폐로 지정하여 지속적으로 발본색원하기로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나, 아쉬운 부분은 시중 은행과 같은 사기업의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지배하는 사기업의 경우 공기업과 달리 정부가 피해 회복 조처를 직접 취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자 스스로가 법적 대응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려면 먼저 자신이 억울한 탈락자임을 알아야 하는데 검찰이든 법원이든 해당 기업이든 아무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결국 이대로 가면 억울한 탈락자에 대해 아무런 피해회복 조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그냥 잊히고 마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법리적 관점에서 볼 때 채용비리로 인한 업무방해의 피해자는 억울한 탈락자가 아니라 채용 업무에 방해를 받은 해당 기업이고,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락자들에게 이를 고지하는 것에 법률상 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업무는 기업 자신과 응시자의 양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억울한 탈락자 또한 업무방해의 실질적인 피해자에 해당하고, 탈락자 개개인은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약자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법논리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유무에 주목하여 기업의 사적자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 출발점은 바로 억울한 탈락자들에게 그 사실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 관계자가 채용비리로 기소된 직후 정부의 채용비리 총괄 부서에서 억울한 탈락자 개개인에게 그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방법을 취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나 개인정보 보호 등의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입법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병폐가 장래에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미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 개개인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것 또한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고려하기 바란다.
칼럼 |
[기고]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방안 / 김동주 |
변호사·공학박사 최근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해 1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아직 상급심 절차가 남아 있어서 유무죄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일련의 채용비리 사건들에 대해 하급심에서 거듭 유죄가 선고되고 있고, 수사가 진행중인 기업 또한 다수다. 은연중에 우리 사회에 만연해온 이러한 채용비리가 충격적인 이유는 개별적인 청탁에 따라 한두명을 부정채용 하는 수준을 넘어 성별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다수의 응시자를 부당하게 탈락시켰다는 점이다. 국민은행 사건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여성 합격자의 비중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서류전형 심사 결과를 조작하여 합격권에 있는 여성 112명을 인위적으로 탈락시키고 동수의 남성을 합격시켰다고 한다. 이런 조직적인 채용비리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영혼을 울리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으며, 그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다시 한번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을 설치하고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채용비리를 갑질행위 등과 더불어 8대 생활적폐로 지정하여 지속적으로 발본색원하기로 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재발 방지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나, 아쉬운 부분은 시중 은행과 같은 사기업의 채용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사적자치 원칙이 지배하는 사기업의 경우 공기업과 달리 정부가 피해 회복 조처를 직접 취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자 스스로가 법적 대응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려면 먼저 자신이 억울한 탈락자임을 알아야 하는데 검찰이든 법원이든 해당 기업이든 아무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결국 이대로 가면 억울한 탈락자에 대해 아무런 피해회복 조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 그냥 잊히고 마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법리적 관점에서 볼 때 채용비리로 인한 업무방해의 피해자는 억울한 탈락자가 아니라 채용 업무에 방해를 받은 해당 기업이고,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락자들에게 이를 고지하는 것에 법률상 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채용 업무는 기업 자신과 응시자의 양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억울한 탈락자 또한 업무방해의 실질적인 피해자에 해당하고, 탈락자 개개인은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약자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법논리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유무에 주목하여 기업의 사적자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 출발점은 바로 억울한 탈락자들에게 그 사실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 관계자가 채용비리로 기소된 직후 정부의 채용비리 총괄 부서에서 억울한 탈락자 개개인에게 그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보하는 방법을 취할 경우 피의사실 공표나 개인정보 보호 등의 측면에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입법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병폐가 장래에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미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 개개인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것 또한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고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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