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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3 18:33 수정 : 2018.12.14 10:28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이사회 의장

미국 국회와 우리 국회가 가장 다른 점은 그곳에는 싸움과 대립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허구한 날 싸움질일까? 그 이유는 우리 정치 구도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하에서는 정치의 주권을 국민이 잡아야 하는데 우리는 엉뚱하게 정당의 보스들이 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정당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3가지가 있다. 당원을 모집(충원 기능)하고 후보를 내세워 선거를 치르고(선거 기능), 그리고 정책을 세워 입법을 추구(정책 기능)하는 3가지이다. 내각제에서는 정당이 3가지 기능을 다 한다. 그러나 대통령제하에서는 정당이 ‘정책 기능’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정당들은 이념의 큰 틀은 제공하지만 개별 입법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는다. 투표는 전적으로 의원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 당론이 없으니 정당들끼리 싸울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미국 의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할까? 대부분의 경우 지역구민의 다수가 찬성하면 찬성으로 투표하고 반대이면 반대로 투표한다.

그러나 일본 같은 내각제하에서는 다르다. 정당이 정책 기능도 한다. 즉, 개별 입법에 대해 소위 ‘당론’을 정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그것을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내각제에서는 정권을 수임한 주체가 정당이고 정치는 정당과 정당 간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는 다르다. 여기서는 정권을 수임한 주체가 정당이 아니라 개인이다. 그가 통치를 하고 국회는 그를 지원하거나 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그 견제 혹은 지원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의 모순과 질곡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마디로, 국체는 ‘대통령 중심제’인데 당은 ‘내각제’식으로 운영하는 데 있다. 즉, 대통령 중심제인데도 정당이 ‘정책 기능’까지 수행하면서 모든 의원들을 ‘당론’으로 꽁꽁 묶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우리 헌법 기초자들이 소위 ‘이원집정제’라는 것을 어설프게 흉내내면서 이 모순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원집정제란 한마디로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혼합한 것이다. 프랑스가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 나라에도 우리같이 대통령과 총리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쪽 총리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그는 의원들에 의해 투표로 선출된 사람이다.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다양한 실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해준 큰 패러다임에서 총리와 그가 속한 정당이 하나가 되어 사실상 내각제적 통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얼핏 보면 이원집정제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총리’라는 명칭을 가진 슈퍼 장관이 하나 있다 뿐이지 그 외에는 내각제적 요소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당들은 순전히 내각제식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의원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보스의 의견을 대변하는 구실을 하게 하고 있다.

하루빨리 이 모순 덩어리 정치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이원집정제든 제대로 해야 하다. 국민에게 정치의 주권을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은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거구제 개편도 이러한 민주주의를 제대로 살린다는 큰 그림 아래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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