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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0 18:27 수정 : 2019.01.10 19:26

소준노
우석대 교수

언어 표현은 개념을 담고 있기에 바른 이름 짓기, 즉 정명은 중요한 인간사이다. 개인의 일상에서도 이름 짓기는 상당한 의식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고유한 사연을 지닌 자신만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사는 동안에 이름 짓기를 통해 사실들과 사태들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으로 역사를 만들어간다. 이름 짓기는 이해관계에 따라 엉뚱하게 번지기도 한다.

2019년은 선열들이 1919년 독립을 선언하고 나라를 세우기로 정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 기념일 이름이 ‘3·1절’이기에 묵은 생각이 다시 마음에 번진다. 어려서는 ‘3·1 운동’을 한 날이라 배웠고 ‘3·1 만세운동’이라고도 들었다. 그 시절엔 별생각이 없었다. 왜 ‘3·1절’인지, 무엇을 위한 운동과 만세였는지 묻는 게 당연했을 터인데.

대한민국에는 국경일이 있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다. 3·1절은 왜 다른 국경일과 다른 느낌을 주는, 굳이 날짜로만 불리는 이름일까. 임시정부 시절 3·1절의 정식 명칭은 독립선언기념일이었고 독립절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이름이 ‘독립’이 빠진 채 날짜만 남아서 개념이 소실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그랬을까?

올해 바로잡혀서 다행인 일도 있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다. 4월11일로 바로잡혔다. 광복 이후 수복한 우리 땅에서 재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언젠가부터 잊은 듯 지내다가 1990년부터 4월13일로 기념하던 날이다. 그 사연이야 차치하고 이제 바른 생일을 기념하게 되었으니 우러러 부끄러움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인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은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1919년 3월1일에 독립선언을 하고 이어서 4월11일엔 정부를 수립하여 독립을 실현한 것이다. 명백히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이다. 3·1절의 이름에서 ‘독립’이 빠진 이유가 짐작되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1919년 대한민국의 건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도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광복까지 저지른 친일이 대한민국에 반역하는 국가반역죄라는 중범죄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영토도 없고 주권도 없는 망명정부에 불과했기에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시민이 존경하는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영토와 주권이 있었을까. 영국의 땅이었고 주권은 물론 제대로 된 정부도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독립선언을 한 그날부터 미국이 건국되었다고 기념한다. 그 건국은 뭐라 할 것인지. 프랑스 망명정부는 빼앗긴 땅과 훼손된 주권 회복을 위해 독일과 싸웠다. 파리에 돌아오고서야 건국된 것인가. 대한민국은 1919년 독립을 선언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한 뒤 훼손된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일본과 지속적으로 싸웠으며, 1940년에는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국토 수복 전쟁을 확대하였다. 건국에 관한 한 다른 나라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국경일과 달리 날짜로만 표현되는 우리의 독립선언기념일인 3·1절에 대해서도 바른 이름 짓기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선열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100년이 지나가지 않았는가. 이제는 3·1절은 ‘3·1 독립절’이라고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 정치를 하면 무엇부터 하시겠느냐고 묻는 제자에게 공자가 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할 것이다.” 이름을 바로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제자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3·1 독립절’이 되면 3·1 운동이란 표현도 3·1 독립혁명으로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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