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24 18:10 수정 : 2019.01.25 09:47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핵발전소 3·4호기 건설 재검토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확대되자 송 의원은 페이스북에 중국 미세먼지 문제를 언급하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자는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송 의원은 중국 에너지 상황과 그것이 주는 시사점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송 의원이 중국에 있던 2014년, 중국 정부는 ‘에너지발전전략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우리의 에너지기본계획과 다른 큰 차이는 에너지수요에 대한 증가억제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이 계획에서 1차 에너지소비량을 2020년 48억TCE(석탄환산톤) 이하로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표는 2016년 50억TCE로 조정되기는 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수요 증가의 상한값을 설정했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런 상한값은 온실가스 저감 계획에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배출 정점(피크)에 도달할 것이며, 이를 더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온실가스배출 상한값을 정하고, 그 목표 시점을 앞당기려고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통계 자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2020년 온실가스 정점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2030년은 너무 늦다는 비판이 함께 따라다닌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중국 정부는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 ‘수요 상한’이나 ‘정점’은 금기어 취급을 받는다. ‘온실가스 저감’ 다음엔 항상 ‘산업경쟁력 악화’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심지어 지난해 7월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우리 정부는 절대량이 아니라, 온실가스배출 전망치(BAU) 대비 37%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잡아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목표값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온실가스배출량이 계속 늘어날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 역시 여전히 후진적이다. 송 의원은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이 커서 안정적이지 못하며, 기술 한계도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세계 1위 국가다. 그것도 단순한 1위가 아니다. 2017년 전 세계 태양광발전기 설치 용량의 54%가 중국에 설치되었고, 풍력발전은 38%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생에너지 업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태양전지 생산업체 세계 10위권 업체 중 8곳이 중국 업체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에 주저하고 핵발전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꾸준히 재생에너지로 치고 나간 것이다. 2017년 중국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였다. 아직 65%에 이르는 석탄화력발전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4.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핵발전 전력생산량의 1.7배에 이르는 양이다. 중국은 최근 10년 사이 핵발전소를 무려 35기나 건설했지만,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증가 속도가 핵발전보다 훨씬 빠른 나라이다.

최근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지고 있고, 미세먼지와 환경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책 변화를 선도해야 할 유력 정치인들이 전 세계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다. 이제라도 송 의원이 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촉구해본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