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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31 18:15 수정 : 2019.01.31 20:09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연구본부장

수도권이 블랙홀이 되어 지방을 잡아먹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드는 동안 지방도시는 하나둘씩 소멸의 길로 접어드는 중이다. 중앙대 마강래 교수 같은 이는 이름조차 살벌한 <지방도시 살생부>란 저서를 통해 2040년까지 지방도시의 30%가 소멸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방의 소멸은 수도권의 비대화와 직결된다. 경부고속도로 양쪽의 거대한 콘크리트 아파트군은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 같은 착각을 준다. 수도권 북부 지역도 온통 아파트뿐이다. 이처럼 수도권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데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지방의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향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조선업, 자동차 등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 기반 산업들이 크게 출렁이면서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밀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서울 집값 폭등의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지방경쟁력 상실의 결과로 보면 된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통 큰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과거 균형발전 차원에서 만들어진 도시들을 견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땅값이 싸고 추진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지역에 위치시킨 결과 여전히 취약하다. 이것이 해결되어야 2~3명이 아파트 하나 얻어 거주하다 주말이면 빨랫거리 싸들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기이한 현상도 없어진다.

이전 정부를 훨씬 뛰어넘는 십수년간 집중할 제2기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전략이 공공기관 이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기 전략은 수도권과 맞짱 뜰 수 있는 광역도시권을 지방에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은행이나 대기업의 본사가 몽땅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골고루 발전하는 국가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지엠(GM) 등 자동차 3사는 미시간주에, 월마트는 아칸소주에, 보잉은 일리노이주에 기반을 두는 등 각지에 나뉘어 분포한다. 그 결과,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뉴욕의 인구는 미국 전체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이처럼 비대화하는 데는 국가가 직접 나서 인천공항과 철도·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백조원의 국가 재정을 투입하여 강남·강북에 케이티엑스(KTX), 에스알티(SRT)를 관통시켰고, 지하철 10개 노선 등 수많은 인프라를 구축했다. 요즘 한참 논의되고 있는 지티엑스(GTX) 3개 노선도 수도권의 가치를 높여주어 인구 집중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도권과 맞짱 뜰 수 있는 지방 경쟁력은 몇개의 지방도시를 광역권으로 묶어 통합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부권을 예로 들면, 대전·청주·세종·천안을 하나의 광역권으로 묶어 교통 인프라를 통으로 구축·운영하자. 특히 청주공항 경쟁력이 중요하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은 보잉과 같은 기업들이,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은 지엠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3사가 세계로 향하는 통로다. 30~40분 내에 위치한 덜레스 국제공항이 있기에 워싱턴디시가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이렇다 할 공항이 없고 형편없는 공항 접근성으로는 큰 은행이나 대기업의 본사를 유인할 수도 없고 유인해서도 안 된다. 3~4시간 떨어져 있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혹자는 수요가 없는데 뭔 투자냐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논리라면 지방은 영원히 기회를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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