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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7 18:47 수정 : 2019.02.08 14:55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서울 평양 스마트시티> 저자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가는 길, 김정은 위원장이 카퍼레이드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고층건물로 새롭게 조성된 여명거리가 아니었을까. 북한 경제 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이곳을 전세계에 생중계함으로써 평양의 자부심과 변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한 직후 평양건설건재대학을 평양건축종합대학으로 승격하는 등 도시개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시내를 둘러보고 “도시가 듣던 바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남다른 야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단지 ‘이밥에 고깃국’ 먹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선진화된 도시 건설과 도약적인 경제성장을 원할 것이다.

그 꿈을 실현하는 데서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북한의 성장 방식이 기존 개발도상국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혁명으로부터 한반도의 미래를 찾아보자.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스마트시티를 남북이 함께 구축해서 한반도의 도약적 성장을 이뤄낼 무대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류·교통·에너지 등의 공급망을 가장 효율적인 상태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은 신도시 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되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남한의 도시들은 이미 모든 면에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기존의 것을 해체하지 않는 한 혁신적인 도시 모델을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현재 낙후되어 있는 인프라를 거의 모두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북한에 첨단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투자이다.

또한 북한은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토지 수용과 보상에 따른 문제가 복잡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남한에서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업성을 최우선시해야 하지만, 북한은 사업성이 낮아도 이상적인 도시 모델을 구현해볼 수 있다. 게다가 원격교육,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첨단 시스템과 서비스를 도입하더라도 이해관계자나 기득권의 반대가 거의 없다. 첨단기술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남한보다 북한이 훨씬 적합한 이유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가 저서 <호모데우스> 한국어판 서문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산업은 이제 정점에 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스마트시티 건설은 남북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북한을 테스트베드로 삼는 스마트시티 산업은 미래 한반도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중국 선전의 발전이 30년 걸린 것을 북한의 해주와 개성은 10년 안에 이룰 수도 있다. 남북의 상호보완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는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남북이 함께 평화롭게 번영하는 공간이 될 스마트시티 구축, 그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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