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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8 17:02 수정 : 2019.09.23 15:34

정진성
코이카 인권경영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

방글라데시의 미얀마 접경지역인 콕스바자르에 100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살고 있다. 그중 70만명은 2017년에 미얀마군의 대량살상에서 탈출한 사람들이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 국제구호기구인 제이티에스(JTS)가 지난달 이곳 난민촌을 방문하여 가스버너 10만개를 전달했다.

한꺼번에 몰려든 로힝야 난민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을 가진 방글라데시 휴양지 콕스바자르는 순식간에 로힝야족 난민캠프촌이 되었다. 콕스바자르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캠프가 현재 27개.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들의 임시 수용을 결단했다. 영구적 정착은 허용하지 않으므로 벽돌집을 짓지 못하고 학교도 세울 수 없다. 그러나 대나무로 벽을 친 초라하지만 정돈된 집들과 화장실, 천개가 넘는 학습센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식량분배 프로그램이 처참한 난민들을 품어주고 있다. 유엔 차량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얼굴색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팻말을 차고 분주히 왕래한다.

로힝야 난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이들이 오래 살던 미얀마의 고향으로 평화롭게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아직도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그것은 난망하다. 해결의 또 다른 축인 미얀마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의도 거꾸로 가는 듯하다. 몇몇 서구 국가들이 미얀마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했지만,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넓은 국토에 매장된 석유·천연가스·비취 등의 풍부한 자연자원 때문에 외국의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은 로힝야 난민들에게 너무도 절실하다.

투자국 명부에 중국, 일본에 더해 소액 투자지만 한국도 들어 있는 것에 답답했던 심경은, 코이카와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이 인도주의 지원의 중심에 있는 것을 보며 다소 풀렸다. 캠프촌의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인신매매와 마약 방지 사업에 질주하는 코이카 방글라데시 사무소 스태프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난민들이 겪은 끔찍한 학살과 강간 실태조사를 하고 피해 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ADI)이 활동한다. 이번 코이카 본부의 난민촌 직접 방문과, 난민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에서 도출된 가스버너 제공은 국제사회에 큰 인상을 심어준 듯하다. 난민들에게 연료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들은 조리하지 못한 음식을 먹는 일이 잦아 영양실조와 질병에 노출되어 있으며, 인근 야산에서 땔감을 채취하기 때문에 산이 황폐해져 큰비에는 집이 무너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특히 산림 훼손은 지역의 원주민들이 로힝야족을 가장 불편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은 원래 살고 있던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와 역량 강화이다.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난민들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산림 훼손, 마약 밀매, 인신매매 방지 사업은 이러한 인도주의 지원의 모범으로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촌은, 미얀마 군대의 탄압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코이카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넘어서서 인도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국제협력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한편, 더 나아가 난민뿐 아니라 지역의 원주민 사회와 난민 수용 국가의 발전도 배려하는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어가는 모습은 큰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코이카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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