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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9 17:02 수정 : 2019.05.09 19:17

홍창의
서울시 광화문 교통대책위원장·가톨릭관동대 교수

국제 유가가 대폭 떨어질 때는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천천히 소폭 내리더니, 반대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대폭 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기름값은 원칙적으로 국제 유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국제 유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국내 기름값과는 인과성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기름값은 싱가포르 국제 제품가에 기준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선 정유사가 원유를 얼마에 사들여 얼마의 이익을 내고 파는지를 정부가 자세히 알 수 없게 된다. 시스템 부재로 휘발유값은 오를 땐 빨리 오르고 한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게 된다.

휘발유값이 오르면 서민들은 고통스럽지만, 이익을 보는 쪽이 분명히 있다. 제일 큰 수혜자는 정유사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사서 정제하는 과정부터 이미 올라버린 소비자가격 덕분에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에선 어제 사들인 원유 자체가 황금알을 낳는 투기 상품인 셈이다.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값을 연동화하는 데는 두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단위의 혼동이고, 둘째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 기준이다. 첫째는 배럴 단위를 쓰지 않고 모든 유통단계에서 단위를 리터로 통일해 국제 원유가와 환율을 함께 고려하면 간단해진다. 그러나 둘째 문제는 난공불락이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소비자가격 결정 기준이 공급 원가가 아니라 수요 상황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는 제품 가격이라는 얘기다. 빵값이 제빵회사의 주가처럼 매일 변한다면 이상한 일 아닌가?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원유값과 국내 소비자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의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 휘발유값에 기준을 두기 때문에 원유값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 되고 만다. 거꾸로 얘기하면, 원유값 등락과 애초부터 국내 휘발유값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일반 소비자도 이런 의문을 가졌으면 한다. 정유사가 싱가포르에서 국제 휘발유값으로 물건을 사다가 우리나라에 파는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중동 등 각지에서 원유를 선물, 장기계약, 현물 등의 방법으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휘발유로 정유해서 팔고 있다. 원가는 도입 원유 값에 기준을 둬야지, 왜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에 기준을 두는가. 싱가포르로의 완제품 운송비용을 포함한 가격으로 우리의 휘발유 가격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문제제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당연히 유류세를 인하하고 정유사의 가격 정책도 바꾸어야 한다. 특히 도입하는 원유 가격 기준이 아닌 싱가포르 국제 제품가 기준은 독소 조항이며, 휘발유값 거품의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휘발유값의 불합리한 구조가 계속될 것이고, 소비자 피해는 늘어날 것이다. 주유소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정량을 속이고 유사 휘발유를 버젓이 파는 일이 허다하다. 오히려 정품과 정량을 고수하는 주유소가 문을 닫을 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서도 휘발유값은 계속 오른다. 아이러니다. 유류세의 단맛에 취한 정부는 정유사의 가격정책을 문제 삼지 않고, 주유소는 가격 하방경직성의 방패 구실에 열중하고 있다.

휘발유 판매가격의 결정 기준을 원유 도입가가 아닌 싱가포르 국제시장 기준가로 하면서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모순과 불투명성이 생겨나고 있다. 원유 도입가로 기준을 바꾸면 가격 결정 구조가 투명해질 것이다. 향후 정부가 수입 당시의 원유값을 기준으로 가격정책을 개선하도록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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