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원장 그동안 버스와 택시, 트럭 등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주 40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해 사업주가 무한정 노동을 시킬 수 있었다. 특히 준공영제가 도입된 6대 도시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노선버스 기사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와 같은 낡은 교대근무제 아래 월 휴일 2일을 추가로 일하는 식으로 해서 월 240~28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이어왔다. 주 40시간제의 월 노동시간이 171.4시간이니 노선버스 기사들은 이보다 70~110시간씩 더 일해온 것이다. 게다가 버스요금은 서민 생계비와 물가인상 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억제돼왔다. 이에 따라 버스회사들은 기본급을 낮추고 장시간 근무로 기사들의 생계비를 맞춰줬다. 부작용은 불 보듯 뻔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 졸음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늘어나 해마다 버스기사와 승객, 보행자 등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0년대 중반 서울시내버스에 버스전용차로제와 함께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연간 2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를 통해 시내버스 기사들의 노동시간 단축, 처우 개선을 하여 시내버스의 서비스, 편리성 등이 크게 개선되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부산·인천·광주·대구·대전·제주 등에서 잇달아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이들 도시에서 준공영제와 함께 1일 2교대제가 도입되면서 버스기사들의 노동시간도 줄고, 처우도 적잖게 개선됐다. 그러나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은 경기도의 시외버스, 다수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기사들은 이런 혜택에서 제외됐다. 노선버스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로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는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금지된다. 준공영제에서 제외된 경기도 시외버스, 지방의 시내버스 기사들은 그동안 월 240~280시간의 노동시간을 월 223시간 이하로 월 최소 17~57시간가량 크게 줄여야 한다. 그런데 기사들의 임금 구조는 기본급은 낮고 연장·야간·휴일특근 수당이 많은 상태여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이런 수당이 크게 줄어든다. 제조업 등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임금수준 유지를 도모할 수 있지만, 버스의 경우에는 생산성 향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버스기사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다른 지원 없이는 임금이 큰 폭으로 삭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시간 단축에도 기존 버스운행을 지속하려면 기사도 더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버스기사들의 임금보전과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가. 경기도 광역시외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정하게 비용을 부담하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요금 인상이 동시에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담을 지게 된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노선버스 기사와 같이 그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사회적 분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일이 노동을 존중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와 더불어 버스사업자들과 당국은 노선버스의 운영 효율화, 표준운송원가 산정의 투명화를 위해 기존 버스 준공영제를 개혁하고, 대중교통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부담의 원칙과 비율을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는 버스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당국의 노선버스 지원금과 시민의 요금인상분이 가치있게 쓰일 것이다.
칼럼 |
[기고] 버스기사 노동시간단축과 사회적 분담 / 배규식 |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그동안 버스와 택시, 트럭 등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주 40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해 사업주가 무한정 노동을 시킬 수 있었다. 특히 준공영제가 도입된 6대 도시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노선버스 기사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와 같은 낡은 교대근무제 아래 월 휴일 2일을 추가로 일하는 식으로 해서 월 240~28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이어왔다. 주 40시간제의 월 노동시간이 171.4시간이니 노선버스 기사들은 이보다 70~110시간씩 더 일해온 것이다. 게다가 버스요금은 서민 생계비와 물가인상 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억제돼왔다. 이에 따라 버스회사들은 기본급을 낮추고 장시간 근무로 기사들의 생계비를 맞춰줬다. 부작용은 불 보듯 뻔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 졸음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늘어나 해마다 버스기사와 승객, 보행자 등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0년대 중반 서울시내버스에 버스전용차로제와 함께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연간 2천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를 통해 시내버스 기사들의 노동시간 단축, 처우 개선을 하여 시내버스의 서비스, 편리성 등이 크게 개선되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부산·인천·광주·대구·대전·제주 등에서 잇달아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이들 도시에서 준공영제와 함께 1일 2교대제가 도입되면서 버스기사들의 노동시간도 줄고, 처우도 적잖게 개선됐다. 그러나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은 경기도의 시외버스, 다수 지방도시의 시내버스 기사들은 이런 혜택에서 제외됐다. 노선버스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로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는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금지된다. 준공영제에서 제외된 경기도 시외버스, 지방의 시내버스 기사들은 그동안 월 240~280시간의 노동시간을 월 223시간 이하로 월 최소 17~57시간가량 크게 줄여야 한다. 그런데 기사들의 임금 구조는 기본급은 낮고 연장·야간·휴일특근 수당이 많은 상태여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이런 수당이 크게 줄어든다. 제조업 등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임금수준 유지를 도모할 수 있지만, 버스의 경우에는 생산성 향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버스기사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다른 지원 없이는 임금이 큰 폭으로 삭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시간 단축에도 기존 버스운행을 지속하려면 기사도 더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버스기사들의 임금보전과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가. 경기도 광역시외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정하게 비용을 부담하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요금 인상이 동시에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담을 지게 된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노선버스 기사와 같이 그동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사회적 분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일이 노동을 존중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와 더불어 버스사업자들과 당국은 노선버스의 운영 효율화, 표준운송원가 산정의 투명화를 위해 기존 버스 준공영제를 개혁하고, 대중교통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부담의 원칙과 비율을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는 버스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당국의 노선버스 지원금과 시민의 요금인상분이 가치있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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