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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0 17:27 수정 : 2019.10.10 19:40

조재국
㈔평화나눔회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유엔에서 한 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지뢰제거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비무장지대는 오랫동안 남북분단의 상징이며 잠재적 분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으로 남북한은 정전협정 규정을 위반하고 수많은 지뢰를 매설해 사실상 중무장지대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판문점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매설돼 있는 지뢰를 제거해 평화지대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이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화살머리고지 등에서 지뢰제거를 해왔는데, 이번 유엔 총회에서는 비무장지대의 모든 지뢰를 제거해 “비무장지대에 평화·생태·문화와 관련한 유엔 기구 등을 유치해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뢰를 제거해서 비무장지대가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등의 국제적인 중심지가 되게 하여 명실공히 평화의 실천장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번 연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를 위해 유엔지뢰행동(UNMAS)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사회는 지뢰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타와 대인지뢰금지협약 성립 이후 지난 20여년간 아시아·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서 지뢰제거 경험을 축적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뢰제거 단체들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연세대와 유엔 사령부에서 각각 문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지뢰행동을 비롯한 인도적 지뢰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단체 대표들이 모여,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가 한국 지뢰 문제를 해결하려면 레바논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으며,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의 지뢰행동표준(IMAS)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영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등 국가의 국제 지뢰제거 전문단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엔의 지뢰행동표준에 따르면, 지뢰 문제 해결에는 지뢰제거 작전의 전 단계인 비기술적 조사와 기술적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환경영향 등의 각종 사전평가가 필요하다. 또 지뢰제거 뒤에는 토지 활동에 관한 사전논의가 있어야 한다. 방대한 지뢰행동표준과 실행규범(TN)에는 유엔 산하의 기구들과 인도적 국제단체 및 영리단체들이 지뢰 문제를 해결할 때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뢰 오염 국가들은 지뢰제거의 책임부서를 국무총리 혹은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해서 여러 관련 부처가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비무장지대 내 38만여발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만 1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남북 간에 가로놓인 100만발 이상의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유엔 기구들을 비롯한 선진 인도적 지뢰제거 전문단체들이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64개 나라에 이르는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국이 우리나라의 지뢰제거를 위해 지원할 것이다.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받아 2015년 본토 코앞에 위치한 진먼섬(금문도)의 지뢰 13만발을 7년 만에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지뢰 문제 해결을 위해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의 지뢰지대를 국제사회에 개방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한반도의 지뢰제거는 넘지 못할 산이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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