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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7 17:22 수정 : 2019.10.17 19:27

임규현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며칠 전 저녁거리로 먹을 냉장 삼겹살을 사러 대형마트를 찾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삼겹살이 ‘금겹살’이 됐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가격이 ‘싼겹살’이었다. 삼겹살과 목살의 판매가격이 100g당 1680원이었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종전보다 15%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돼지 일시이동중지 조처가 해제되면서 출하 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비심리 위축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 소맷값은는 100g당 1930원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기피현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소비자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양돈농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방역 등으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가격까지 ‘먹구름’이라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경제는 심리’라는 이야기를 한다. 경제가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불안심리가 다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 경제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불안은 다른 감정이나 정보들보다 빠르게 전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016년 11월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면서 닭고기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한달 새 닭고기 도맷값이 30% 가까이 폭락했고, 전국의 치킨점 10%가 문을 닫았던 악몽이 있다. 공급은 늘려도 소비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수요가 줄면서 값이 내려가는 것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원인은 돼지고기에 대한 기피심리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양돈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때문에 고충이 크지만, 돼지고기 소비심리 위축이 더 무섭다”고 한다. 경기지역의 일부 초등학교·유치원은 최근 급식 메뉴에서 국내산 돼지고기를 제외했다고 한다. ‘감염됐을 수도 있는 돼지고기를 아이들에게 먹이면 안 된다’는 학부모의 항의 탓이다.

그러나 축산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며, 질병에 걸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돼지고기 가격의 안정과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수급 조절 및 할인행사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심리적인 저지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에게 돼지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잘못 조성된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한다.

불안감은 화재경보기에 비유할 수 있다. 화재경보기는 화재를 감지할 경우 소리와 불빛으로 사람들에게 위협을 알린다.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화재경보기의 센서가 지나치게 예민하면, 사소한 징후에도 매번 울리는 경고음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 역시 마찬가지다. 불안감이 돼지열병의 확산을 막는데 경각심을 높인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돼지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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