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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9:22 수정 : 2019.11.19 02:30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열린 18일 낮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특별 기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
“미 전작권 이양도 하지 않고
막대한 분담금만 요구하는 건
상인이 물건 안주고 돈 내라는 격

인도태평양 패권 얻으려는
미국이익은 한국이익과 상충
미·중 참여한 남북 평화조약이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을 대응책”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열린 18일 낮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거세다. 미국은 현재 분담금 총액의 5배에 이르는 6조원가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기엔 괌이나 하와이 등 한반도 밖에 주둔하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남중국해나 호르무즈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 한국의 파병이나 금전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의 요구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다. 미국은 우리에게 전작권을 이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에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한다. 시장에서 상인이 손님에게 물건은 주지 않고 물건값만 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이 전작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위비 분담금만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더욱 큰 틀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제정치 세계에서 국가의 행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가이익’이다.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미국이 추구하는 국가이익에서 파생된 것이다. 하나는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단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국가이익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이익과 정면으로 상충한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 동반자 관계에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국가이익을 추종하는 수단으로 편입돼 중국에 군사적으로 적대적 입장을 취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때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 더욱이 한국의 국가이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다.

한-미 동맹을 ‘한-미 혈맹’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견을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동맹이란 어디까지나 동맹 당사국 각자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 없는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거스르는 노선을 걷는 것은 곧 자멸의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동은 미국조차도 어찌하지 못하는 화약고다.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해 중동분쟁에 연루되면 어찌 되겠는가? 올해 8월 이란은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원치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의 국가이익에 헌신하는 정치지도자라면 이란의 입장을 경시하면 안 된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북한과 불가침조약이나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북한은 중국과 동맹관계에 있으니 반드시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남북 정상이 먼저 만나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남북의 평화조약 체결을 미국과 중국이 반대해야 할 정치적·역사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남북의 평화조약이 체결될 경우 북-미 간의 만성적 적대감을 해소하면서 정상적 국가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럴 경우 지구 위의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는 마침내 평화지대로 거듭나면서 세계에 새로운 평화모델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박한식 ㅣ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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