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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9 16:10 수정 : 2014.12.19 16:24

17일 검찰출두하는 조현아씨를 찍은 ‘오마이뉴스’ 사진.

[뉴스AS]
“본 마음은 저렇다는 것 알아야 한다” 반응 있지만
“의도적인 사진” “외모 조롱은 말아야” 글 들 많아
‘오마이뉴스’ 사진 기자 “맥락을 전달하고 싶었다”

‘땅콩 리턴’ 사태를 일으킨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40)씨가 17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씨는 “죄송합니다”는 한 마디 외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물도 보였습니다. 검찰청사에서 내려 출입문까지 20m를 이동하는 데 5분이나 걸렸습니다. 여론의 질타에 이어 법의 처분을 받기 위해 수사기관에 불러나온 조씨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를 잡으려는 기자들의 ‘열정’때문이기도 합니다.

조씨가 검찰청사 앞에 들어선 순간부터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조씨를 찍은 보도사진들이 실시간에 가깝게 올라왔습니다. 수백 장에 달하는 보도사진 중에 가장 화제가 된 사진은 아래 사진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찍은 사진입니다.(▶ 관련 링크 : [오마이포토] 검찰 소환된 ‘땅콩 회항’ 조현아 )

 

영상으로 출석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전후 맥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본다면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 사진입니다. 출입문까지 이동하는 5분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던 조씨가 순간적으로 주변을 살피는 찰나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겠지요. 사진만 본다면 조씨의 모습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는 또 다른 보도 속 모습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한 장의 보도사진이 지닌 메시지와 힘이 잘 드러난 경우입니다.

언론인 중에서 가장 많이 현장에 나타나는 이들은 취재기자보다 사진기자입니다. 방송 카메라기자도 포함되지요. 취재기자들은 가끔 현장에 가지 않고도 관련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만, 사진기자들은 보도를 하려면 반드시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특히 사진기자는 이슈 속 인물과 가장 가까운 곳이거나 혹은 그 인물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니 사진기자들은 누구보다 조씨와 가깝거나 혹은 조씨가 잘 보이는 장소에 있었을 것이고, 대체로 조씨가 어떤 감정 상태로 저런 표정을 지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속마음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현장 사진기자는 한 번 셔터를 누르면 수십 장의 사진이 찍히는 연사 기능을 이용해 이슈 속 인물과 관련한 사진을 수백 장 찍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저 사진을 찍은 기자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찍힌 모든 사진을 보도하진 않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현장 상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골라서, 핵심적인 사진 몇 컷만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는 사진기자와 사진부의 게이트키핑(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일)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는 이 이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지와 같은 의지를 담습니다. 그러니 <오마이뉴스>가 수많은 취재 사진 중에 저 사진을 골랐다는 것은 이 사진이 지닌 메시지 즉, ‘반성한다는 겉모습과는 다른 조현아’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는 조현아씨의 국토부 출석과 조양호 회장의 기자회견 등을 취재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속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그날 조씨의 검찰 출석 과정의 ‘맥락’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자는 “물론 조씨가 그날 눈물도 흘렸지만, 고개를 계속 숙인 상태에서도 반복되게 눈을 치켜뜨고 주변을 쳐다봤다. 임직원들을 대동하고 국토부에 출석하는 등 뭔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조씨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사진이라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마이뉴스>가 전달하려 한 이 메시지가 조현아 ‘땅콩 리턴’ 사태의 문제점과 사안의 심각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혹시 이 사진이 조씨 개인에 대한 화풀이나 인신공격의 도구로 쓰이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진 않을까요? 그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사진기사를 내보낼 땐 일반적으로 사진 속 주인공들이 혐오스럽거나 왜곡된 채로 찍힌 사진을 걸러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사진이 보도된 뒤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글들이 트위터를 달궜습니다. 다분히 의도적이라 보도 사진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입니다. “언론이나 사람들이 조씨를 ‘마녀사냥’하고 있다”는 ‘성찰’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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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게 정말 어려운 거구나. 순간 포착의 사진 한 장으로 조현아 씨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넘어 외모 비하로 아예 사람 존재 자체를 찢어발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반면, 조씨의 ‘내면’이 잘 드러난 사진이라는 호의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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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의 섬뜩한 눈빛 사진- 약간은 마녀사냥으로 볼 수도 있으나 알 권리 차원에서 수용할 만하다. 사과니 눈물이니 질질 연기하지만 본 마음은 저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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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의 조현아 사다코 사진에 대해 보도 사진으로써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있는 거 같은데, 그 비판이 적절치 못하다고 봄. 사진에서 느껴지는 바와 실제 당사자의 행보가 보이는 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뛰어난 보도 사진 아닌가.”

 

그 누구도 조씨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문제를 부정할 수는 없고, 사건 발생 이후 사건을 은폐하려는 각종 움직임 역시 당연히 문제입니다. 조곤조곤 비판해야지요. 그런데 조씨의 감정과 내면은 그 누구도 쉽게 사실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행위의 불법성과 부도덕성을 비판하고, 그런 행위를 낳은 구조의 문제를 함께 직시하는 일 아닐까요.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면, 소수의 재벌 일가가 적은 지분율로도 기업을 제왕적으로 지배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개인 소유물처럼 다루고 직원을 하인처럼 대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사실 때문에 한국적 졸부의 탄생이 가능했고, 그런 연장선에서 조씨같은 인물이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 아닐까요.

하지만 인터넷 등에는 사건과 무관하게 조씨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행태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태 초기부터 트위터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엔 조씨의 체구나 외모를 사람이 아닌 영화 속 캐릭터에 비유하거나 신체 일부를 조롱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키도 크고 무섭게 생겨서 충분히 그러고도(행패를 부리고도) 남을 인상이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을 타인에게 풀었다’는 식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는 “조씨의 행동이 잘못됐고 거기에 따른 조사와 비판은 감수해야 하지만 온라인, 오프라인 할 거 없이 외모 깎아내리는 걸 보면 씁쓸하다”, “하는 짓이 개차반이다 보니 외모공격도 정당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외모 비하는 오히려 조씨의 잘못을 희석시키는 효과만 불러온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갑질’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모순은 손도 대지 못하고 조씨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본때’를 보여주는 식의 결과에 그친다면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검찰은 조만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조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사에 필요한 이유로 조씨를 구속할 수 있겠지만, 행여 검찰이 달아오른 여론에 편승하기 위해 ‘징벌’의 성격으로 구속영장을 이용한다면 이 역시 비판받아야 합니다. 과거 또는 향후 검찰이 대한항공보다 ‘상위’에 있는 재벌 일가의 부정이나 비리를 다룰 때 이번의 경우처럼 신속하고 강경하게 나서는지 비교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트위터 이용자 “notre_dame32”님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조현아의 문제는 항공법상 문제로 그 자체를 다루면 되고 그 다음에 대기업의 갑질 문제는 사회적 담론으로 유지시켜야지 저렇게 감정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가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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