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1.09 11:34 수정 : 2015.01.11 16:44

[뉴스 AS] ‘정치개입’ 군사이버사의 죄와 벌 ①
1만2844번, ‘막말’이라 부르기도 안쓰러운 글들을 올린 횟수
댓글부터 자체 제작 콘텐츠까지…민망한 그들의 민낯 공개

대한민국 군대엔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그런 조직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한 업무라는 게 또 가관입니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심리전에 대한 방어 활동”은 ‘교과서’에만 적혀 있는 업무일뿐. 사이버사가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부터 2012년 12월 대선까지 온라인에서 벌인 ‘작전’을 살펴보면 일부 개념없는 악플러들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악플러들은 무슨 대단한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테니, 악플러보다 더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은 2013년 10월14일 <한겨레>의 보도( ▶ 관련 기사 : 군 사이버사령부도 대선 ‘댓글 공작’ 의혹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06999.html )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1년 넘는 시간이 지난 2014년 12월30일 정치개입을 지휘·감독한 옥도경·연제욱 전 사이버사 사령관과 임무를 수행한 군무원들이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군형법의 정치관여 혐의 등이 적용됐고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결론부터 보자면 연제욱 전 사이버사 사령관(소장)에겐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옥도경 전 사령관(준장)은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작전 총괄 담당자 박아무개 사이버사 심리전단장(3급 군무원)도 선고가 유예됐고, 심리전단 소속 정아무개씨(4급 군무원)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군법원이 이들을 봐주면서 든 양형 이유는 이 글의 하편 격인 ② 그들의 항변과 죗값 ( ▶ ②편 링크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3038.html)은 합당한가에서 차차 따져보겠습니다.

사이버 전사들을 깨우는 “별이 적립되었습니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판결문엔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 사이버심리전을 직접 통제하는 530단의 일과가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원문에 충실하게 옮겨보겠습니다.

530단은 1과, 1~3대로 구성된다. 1대에서 아침에 인터넷 등을 검색해 현안 이슈들에 대한 기사들을 출력해 오전 9시까지 530단장에게 보고한다. 단장은 그 중 대응이 필요한 기사를 선별하고 대응논리를 정리해 작전 지시를 내린다. 이 작전지시는 보고자를 통해 근무자에게 전달된다. 근무자는 KT에서 제공한 내부 시스템을 통해 부대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작전을 전파한다. 작전은 “별이 2개 적립되었습니다” 등의 위장문자로 전달된다. 이는 ‘대응할 기사가 2개’라는 의미다. 작전엔 1~3대 구분없이 모든 부대원이 투입된다. 비밀 메시지를 전파받은 부대원들은 역시 비밀카페에 접속해 작전내용을 확인한다. 비밀카페는 보안유지를 위해 2~3개월 주기로 바뀐다. 작전 내용을 확인한 부대원들은 인터넷 사이트나 SNS 등에 댓글을 달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위트(재전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퍼뜨린다. 이후 다시 비밀카페에 결과를 보고한다. “트위터 2건, 블로그 1건” 같은 식이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합니다. 그런데 댓글이나 리트위트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일과를 좀 더 보겠습니다.

사이버사 여론 조작.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 공개자료. KBS 뉴스 캡처 사진
530단의 야간 근무자들은 위 비밀카페에 올린 대응논리와 결과 보고를 종합해 보고서를 완성한다. 국군사이버사령관은 매일 오전 6시에 열리는 530단 상황회의에 참석해 이를 검토한다. 한편 530단장은 대응작전을 위해 근무자들에게 동영상, 포스터, 원고 등의 제작 방향이나 지침을 시달한다. 부대원들은 각종 매체들을 제작하여 차제 심의 및 단장의 최종 승인을 거친 제작물들을 저장한다. 부대원들은 저장된 동영상 등의 매체를 정치적 의견을 퍼뜨리는데 사용했다.

 

“원숭이…빨갱이년…뒈져라”가 비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직무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군사이버사령부령 2조( ▶ 바로 가기 //www.law.go.kr/lsInfoP.do?lsiSeq=114504&efYd=20110701#0000 )

1. 국방 사이버전의 기획 및 계획 수립
2. 국방 사이버전의 시행
3. 국방 사이버전 전문인력의 육성과 기술 개발
4. 국방 사이버전을 대비한 부대 훈련
5. 국방 사이버전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및 협조체계 구축
6. 그 밖에 국방 사이버전과 관련된 사항

2항의 ‘국방 사이버전’의 범위는 “국방·안보 관련 사안에 한정”됩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특정 정당·정치인 옹호행위는 일체 금지”됩니다.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 3조)

그런데 이 직무 범위나 작전 범위 역시 ‘교과서’에나 나와있는 내용일 뿐입니다.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사이버사 부대원들이 실제로 수행한 ‘작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법원이 판결문에 쓴 내용입니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박원순 후보, 전교조 등 비판」

「탈북자는 변절자라고 발언한 임수경 의원에 대한 비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제창 거절 비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 비판」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비판」

「소위 종북세력으로 불리는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발언한 김광진 의원에 대한 비판 」

「NLL 관련 발언들에 대한 일부 정치인 비판」

 

이렇게만 보면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비판이란 ‘사물의 옮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밝히는 일’입니다. 그들이 ‘작전’을 통해 비판했다는 글들을 보겠습니다. 이를 비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한번 보시죠. 역시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2012년 1월31일. 530단 소속 김아무개 중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결식아동 석식비 아침 저녁예산까지 없애…무상급식으로 인해 삭감된 예산들”이라는 글을 리트위트하며 “원숭이~!!”라는 글을 작성.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예산을 비판한 글을 재전송하며 박 시장을 ‘원숭이’라고 비난했다는 뜻입니다)

2012년 6월4일. 530단 소속 이아무개 중사는 <머니투데이>가 쓴 기사(임수경 “ ‘총살감’ 말에 격해져...” 막말 공식사과)에 “저런 빨갱이년은 당장에 북으로 보내서 김정은이 기쁨조나 시켜야지. 에이 퉤퉤퉤”라는 댓글 작성.

2012년 10월12일. 530단 소속 송아무개(8급 군무원)는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에 <데일리안>의 기사(“오세훈 전시행정 못지않은 박원순 농업쇼”)를 인용하며 “국회에서 털린 박원순, 지도 똑같이 따라하는거 보소. 텃밭 만들어 놨는데 하루에 100명. 시발 장난하냐ㅋㅋㅋ”라는 댓글 작성.

2012년 10월16일. 530단 소속 최아무개(9급 군무원)는 <머니투데이>가 박지원 의원의 말을 인용해 쓴 기사(“노크귀순 국방장관·합참의장 사퇴해야”)에 “지는 실정에 책임진 적 있나. 교도관까지 매수해서 증거인멸한 인간이 ㅉㅉㅉㅉ”라는 댓글 작성.

2013년 3월7일. 530단장 박아무개(3급 군무원)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님 한복 입고 미국 돌아다니시고 영어로 연설하면서 박수갈채받는 모습보니까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든다ㅠㅠ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그냥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ㅠㅠ 앞으로 멋진 모습 많이 보여주셨으면 !!ㅠㅠ”이라는 글을 작성.

2012년 10월22일. 530단 소속 정아무개(4급 군무원)는 <데일리안>이 김광진 의원을 비판하며 쓴 기사(6·25 영웅 비난한 민주당은 민주공산당)에 “완존히 미친 색이네. 어떻게 저런 놈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길가다가 벼락맞고 뒈저라”라고 댓글 작성.

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이 2013년 11월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군사이버사 요원의 선거개입 댓글 활동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당시 국방부 장관인 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만2844번이었습니다. 막말이라고 부르기도 안쓰러운 이런 글들을 올린 횟수입니다. 연제욱·옥도경씨가 사령관으로 재직한 2년 동안 국군사이버사 부대원들은 매월 업무수당 25만원씩을 받고 이런 식의 글과 동영상, 웹툰들을 인터넷 사이트, SNS 등에 올렸습니다. 군검찰이 A4 용지에 작성한 이들의 범죄일람표 분량은 1000쪽에 이릅니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20일 보도한 “박원순 빨갱이인 줄 모르고…” “좌빨 대통령 안돼” (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5333.html )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시면 이들이 작성한 또 다른 댓글들은 물론이고 영화포스터를 가지고 만든 포스터, UCC 콘텐츠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슬퍼지는 내용입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뉴스AS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