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9.15 20:53 수정 : 2014.12.31 08:43

애플워치, 삼성 기어S, LG G와치R, 모토360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최근 한 동료와 식사를 하던 중 주위에서 시냇물이 흐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잠시 두리번거렸다. 마주한 동료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나는 소리라고 알려주었다. 탄산이나 당분 등 첨가물이 들어간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해서 스마트폰에 ‘물 마시기 앱’을 깔았다는 것이다. 때가 되면 물 흐르는 소리를 통해 물 마실 시간을 알려주고, 하루 목표량과 마신 양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툰드라 지역에 사는 이누이트족은 눈 덮인 벌판을 수십㎞씩 개썰매로 이동하면서 사냥으로 생활해왔다. 주요 지형지물이 없고 눈폭풍에 수시로 지형이 변화하는 곳이지만, 이누이트족은 지도나 나침반 없이 수천년 삶을 이어왔다. 북극권에서 눈을 가리키는 표현이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누이트족은 기후, 조수,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지각을 발달시켜 고유한 길찾기 능력을 보유해왔고 이를 전승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설상차와 위성항법장치(GPS)가 보급되면서 이누이트족이 길을 잃고 사망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첨단기기에 의존해 악천후에 사냥을 나갔는데 기기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자동화 기기와 서비스가 생활을 바꾸면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힘들이지 않고 고층건물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게 하고, 지하철 계단도 에스컬레이터로 대체되고 있다. 몇 계단 안 되는 곳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면 보행자들은 줄을 서서 기계를 이용하고 이전처럼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근육과 감각기관을 덜 사용하게 만드는 기기가 항상 최선의 기술은 아니다. 기술은 수고로움 없이 결과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지만, 과도한 의존은 생존과 건강에 필수적인 근력과 감각을 퇴화시킨다.

애플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에 따라 센서는 감각기관을 대체하고 신체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경우를 늘릴 것이다. 그러나 물 마시기나 걷기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은 기기에 의존하면 위험하다. 갈증처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느껴야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