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세계 많은 언론이 소개한 바 있는, 인터넷 없는 산악지역인 라다크와 부탄 등지에 휴양지를 운영하는 인도의 여행사 샥티히말라야(www.shaktihimalay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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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어디 관광지나 ‘셀카봉에 와이파이’…
통신과 전기 못 쓰는 곳으로 휴가다운 휴가
스마트폰 세상, 신종 ‘럭셔리 여행’이 뜬다
이제 통신망과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을 찾기란, 지구인이 자기장이나 중력을 벗어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남극 과학기지에서도, 대양을 항해하는 배 안에서도, 우주정거장에서도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졌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는 이미 2010년 영상 통화가 성공했다. 이를 위해 스웨덴 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해발 5200m 고락셉 마을에 통신기지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아직 틈새는 남아 있다. 2월초 네팔로 열흘가량 트레킹을 다녀왔다. 트레킹 루트의 로지(산장)들은 ‘와이파이 가능’이라는 표지가 붙인 곳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기 어려웠다. 속도도 느리지만,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 곳이 더 많았다.
한국에서 함께 간 일행 중 몇몇은 처음에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멋진 트레킹 사진’을 올리려고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찾았지만, 히말라야 산 속에서 별 도리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이내 업데이트와 접속 시도를 단념했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 사회관계망의 알림이나 전화 벨소리의 방해 없이 일행은 아름다운 풍광과 서로간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며칠에 불과했지만, 전화와 인터넷 없는 산중 생활이 주는 즐거움은 기대 이상이었다. 네트워크로부터 단절되었다는 불안감보다는 이제 앞으로 열흘 동안은 누구도 통신망을 통해 나에게 연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안도감과 해방감이었다. 휴가지나 주말에도 늘 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어 수시로 휴식을 방해받은 경험을 지닌 일행들은 깊은 산속으로 떠나온 덕에 모처럼 휴가다운 휴가를 누린다고 즐거워 했다.
몇 차례 산등성이에 있는 큰 마을을 지날 때면 일시적으로 통신망에 연결돼, 스마트폰에서 각종 업데이트가 이뤄지거나 밀려 있던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나중에는 스마트폰을 아예 비행 모드로 전환하고 카메라 기능만 사용하기도 했다. 소중한 휴가와 산속 트레킹을 즐기는 천금같은 시간인데 평소처럼 시끌벅적한 네트워크와 요란한 뉴스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지역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한 로지(산장). 안내판에는 ‘와이파이 가능’이라고 써 있지만, 대부분의 로지에서 실제로는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아 거의 인터넷을 쓸 수 없다. 네팔/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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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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