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실천협약식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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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에서 대거 국회 진출한 ‘386 탄돌이들’
보수 세력뿐 아니라 당내 선·후배 정치인도 통렬 비판
그들은 정말 기득권이고, 야권 집권실패의 원인인가?
서울 성동 임종석(한양대 86학번, 66년생) : 당선 서울 동대문을 허인회(고려대 82학번, 64년생) : 낙선 서울 서대문갑 우상호(연세대 81학번, 62년생) : 낙선 서울 마포갑 김윤태(고려대 83학번, 65년생) : 낙선 서울 구로갑 이인영(고려대 84학번, 64년생) : 낙선 서울 영등포을 김민석(서울대 82학번, 64년생) : 당선(재선) 인천 계양 송영길(연세대 81학번, 63년생) : 당선 비례대표 오영식(고려대 85학번, 67년생) : 낙선했으나 2003년 의원직 승계이들 86세대의 국회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4년 뒤인 2004년 4·15 총선이었습니다. 국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가운데 치러진 이 선거에서 86세대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이들은 ‘탄돌이’로 불렸습니다. 서울 지역구만 살펴봐도 최재천, 임종석, 김영춘, 김형주, 이화영, 오영식, 정봉주, 우상호, 정청래, 이인영, 이상경 의원 등이 그 세대에 해당하는 당선자들이었습니다. 당시 86세대는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이미 노무현 정권의 실세그룹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안희정(고려대 83학번, 65년생) 충남지사, 이광재(연세대 83학번, 65년생) 전 강원지사가 대표적인 인물들이었습니다. 두 사람 이외에도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 상당수가 86세대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의 ‘대장’이었고, 누가 봐도 세상은 86세대의 것이었습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86세대에 대한 한국 사회의 거부감과 견제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새누리당 정치인들, 보수 성향의 관료·학자, 기득권 세력일 수밖에 없는 재계,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성향 언론사 간부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노무현이라는 괴짜 정치인과 그를 둘러싼 ‘좌파 운동권 출신 애들’이 빼앗아갔다는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86세대에 대한 저주와 증오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86세대보다 나이가 많은 야당 정치인들, 그리고 정치권력에서 소외된 86세대 안에서 청와대와 국회에 진출한 86세대를 향해 비판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86세대는 권력을 장악한 뒤 욕먹을 짓을 많이 했습니다. 당직을 차지하고 당의 진로를 좌지우지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았습니다. 대표는 바뀌었지만 실무를 장악한 86세대는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에 당은 민심과 자꾸 멀어져갔습니다.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통합당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과 대선 등 거의 모든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86세대를 향한 가장 통렬한 비판은 2013년 4월 문학진 전 의원이 쓴 참회록(역사 앞에서 나는 부끄럽다)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오래된 운동권 귀족주의는 시대정신을 더 이상 이끌어 나갈 수 없다. 민주당을 정파적 패권주의의 사당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는 486 후배 정치인들의 진정한 성찰이 없이 민주당의 혁신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오래된 학생운동 동지들끼리의 패거리 의식이 패권적 정파주의로 고착화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공당의 사당화를 초래한다. 당대표와 지도부는 결국 얼굴마담으로 전락하고, 당내 경선은 정파의 이익을 관철하는 거짓 명분으로 호도되기 일쑤다. 자신들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수십만 모바일 군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총선 과정에서 당내 패권세력들의 교활한 방해공작 때문에 당내 예비경선조차 치러보지 못하고 탈락한 한을 품은 핵심 민주당원들이 꽤 많이 있다. 당을 위해 말없이 헌신해온 그들에게 최근 몇 년의 민주당은 486세력, ‘그들만의 정당’이다.” 86세대 당사자인 김영춘 전 의원도 비슷한 시기에 반성문을 쓴 일이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민주당 내부의 다수 386세대들은 정치적 견해에 따른 정파활동보다는 줄서기, 줄잡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친노든 비노든 민주당의 386들은 대통령과 당 지도자들을 교주화하고 계파의 관점에서 추종할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입각해 그들에게 동지적 비판을 제기하고 견인했어야 했다.” 최근에는 86세대의 다음 세대인 ‘90년대 학번, 70년대생’들이 86세대를 비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90학번 세대는 현재 국회 보좌진이나 당직자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86세대로서도 선배들이나 동료들의 비판보다는 후배들의 비판이 더 아플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 세대’ 중에는 “86세대 당신들 때문에 집권을 하지 못했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당신들 기득권 세력 때문에 우리 90학번 세대가 정치에 진출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저는 90학번 세대에 이런 여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겨레> 정치부 야당 2진인 이세영 기자(연세대 90학번, 71년생)에게 전해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첫째, 86세대 때문에 야당은 집권하지 못하는 것일까? 둘째, 86세대는 특혜를 받아서 정계에 진출한 뒤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있는 기득권 세력일까? 첫째 궁금증에 대한 제 생각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아닌 것 같다’는 쪽입니다. 86세대가 현재 야당인 정당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것은 사실입니다. 당의 정책결정과 공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이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당대표가 김근태-손학규-정세균-이해찬-김한길 등으로 바뀌고, 대선후보가 정동영-문재인으로 바뀔 때마다 당대표나 후보의 요청을 받고 당직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꾼으로 차출되어 헌신적으로 일한 사람들에게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온당할까요? 둘째 궁금증에 대한 저의 결론도 “아닌 것 같다”는 쪽입니다. 86세대는 앞 세대가 비켜줬기 때문에 정계에 진출한 것이 아닙니다. 86세대는 학생운동 이후에도 10년 이상 각 분야 현장에서 민주화와 사회변혁을 위해 활동했습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이 86세대를 정계로 끌어들인 것은 86세대의 이런 역사성과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잇따라 당선되지 않았다면 86세대의 정계진출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86세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당분간 이들이 국회의원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0학번 세대는 86세대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선 정권교체를 성공시켜 공간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6세대 얘기를 꺼낸 것은 1월7일 새정치민주연합 예비경선 때문이었습니다. 대표에 도전하는 이인영 후보는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의 영광, 참여정부의 명예를 넘어 2017년 시민의 정부로 가야 합니다. 희망은 변화를 선택할 때 시작되고 그래서 변화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입니다. 리더십 교체보다 더 강력한 야당의 길은 없습니다. 세력교체보다 더 완벽한 통합의 길은 없습니다. 세대교체보다 더 확실한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을 통과한 8명 중에 86세대는 오영식 후보와 정청래 후보(건국대 85학번, 65년생)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8 전당대회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저는 서강대 77학번이고 1959년생입니다. 유신 말기의 광기에 놀라 비겁하게 군대로 도망쳤기 때문에 학생운동과도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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