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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권력기관.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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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44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으로 4대 권력기관 중 3곳 TK 장악
청와대 민정수석·공정거래위원장·감사원 사무총장도 TK
박 대통령 올 연두회견 ‘대탕평 인사’ 추진 의지 묻자
"일부러 골고루 한다는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
인재 위주로 하다 보니 이쪽이 많기도 저쪽이 많기도"
능력 있는 사람들을 쓰다보니 TK들이 많더라?
충청·호남 출신 많이 쓴 적이 한순간이라도 있었던가?
가히 ‘티케이’ 천하입니다. 티케이는 대구·경북 출신으로 서울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을 일컫는 통칭입니다. 티케이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경남 진주 출신인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으로 김수남 대검 차장을 내정했습니다. 김수남 차장은 대구에 있는 청구고 출신입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김수남 총장 내정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무·검찰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검찰 업무에 높은 식견과 경륜을 쌓아왔고,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풍부하며, 법질서와 법치주의 확립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엄정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을 잘 지휘하여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적폐들을 시정해나갈 적임자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참여연대는 하루 전인 29일 이런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는 김수남 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사 지휘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무리하게 수사, 기소하여 결국 재판에서 잇따른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허위사실유포죄 사건을 들 수 있으며, 이 사건 수사의 지휘 책임자가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다. 또한 김수남 대검 차장은 수원지검장 재직 시 사문화된 형벌 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해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재직시 김무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해 권력실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외에도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수사나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과잉수사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산케이 가토 지국장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변호사의 정당한 변론활동을 위축시키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 등 그 누구보다 권력 눈치보기 수사, 과잉수사, 부실수사로 일관한 정치검찰이다.”
사실 김수남 차장이 차기 검찰총장이 된다는 것은 이미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상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4대 권력기관이라고 불리는 기관이 있습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입니다. 이 가운데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남 합천 출신입니다. 합천은 경남이지만 경북에 가깝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바로 합천 출신입니다. 강신명 청장은 대구에 있는 청구고를 나왔습니다. 티케이라는 얘깁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온 대구고를 나왔습니다. 역시 티케이입니다. 경기 시흥 출신인 이병호 국정원장만 티케이가 아닙니다. 티케이가 이제 검찰을 접수함으로써 대한민국 4대 권력기관 가운데 3개를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4대 권력기관의 장은 아니지만 권력기관을 조정할 수 있는 요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있습니다. 검사 출신 우병우 민정수석인데 영주고를 나온 티케이입니다.
감사원 사무총장도 그 비중이 만만치 않습니다. 검찰 출신인 이완수 사무총장은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나온 대구고를 나왔습니다. 티케이입니다. 감사원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사무총장 후보 중에 티케이가 없다보니 외부에서 티케이를 끌어왔다는 것이 감사원 사람들의 분석입니다.
아 참 공정거래위원장도 있었네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경북고를 나온 사람입니다. 티케이들 참 대단하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이 이런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혹시나했더니 역시나였다. 특정 지역 특정 코드를 중심으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고질병은 이제 불치병 단계로 접어들었다. 세간에서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 좀 다른 양상이 나타날까 주목했지만 어김없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코드인사가 되풀이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100%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했다가 취임하자마자 국민의 50%를 반대편으로 돌리더니 최근 국정교과서 국면에서는 역사학계의 90%가 좌파라고 규정하는 등 점차 인식의 협량성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극소수 국민과 그렇지 않은 다수 국민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대통령에게도 국민들에게도 불행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하면 된다’는 신념을 국민들에게 불어넣었다고 재평가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관심을 쏟았고, 초대 비서실장에 대구경북 출신을 발탁해 대통합정책을 폈던 것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안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표를 던진 많은 유권자들도 박 대통령이 이같이 과거의 구연을 끊고 대통합 정책을 펼쳐보이라고 표를 던진 것 아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도 지겹지만 그래도 100% 대한민국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자세를 촉구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도대체 왜 티케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로 티케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티케이라는 뜻입니다. 그게 다일까요?
2015년 1월12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이런 문답이 오고 갔습니다. 전북도민일보 강성주 기자가 질문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답변했습니다.
-계속해서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장·차관 등 정부 요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일부 지역 출신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청와대를 출입해 온 저도 지금처럼 인사편차가 심한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인사 소외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난 대선 때 공약하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앞으로 인사 대탕평책을 펼치실 생각은 없으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인사, 정말 능력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가 이 힘든, 어려운 국정을 그래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누구보다도 능력있고 도덕성에 있어서도 국민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데 있어서 저만큼 관심이 많은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전제조건 하에 또 적재적소에 그 인재를 배치한다 하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어떤 특정지역이라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만한 감당할 수 없는데도 특정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특혜를 받는다, 이것도 또 말이 안 되고, 또 유능하고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는데도 특정지역이라고 그래서 어떤 차별을 받는다 이것도 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저는 최고의 인재를 어떻게든지 얻는 것을 지역과 관계없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번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뭔가 좀 편차라든가 이런 것이 생겼다고 하면 제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검토를 하고 살펴보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떤 땐 또 이쪽으로 쏠리고 어떤 땐 저쪽으로 쏠리는데 일부러 골고루 이렇게 한다는 것까지 제가 생각할 여유가 없을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인재 위주로 이렇게 하다 보니까 어떤 때는 이쪽이 많기도 하고 저쪽이 많기도 하고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한번 전체적으로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땐 또 이쪽으로 쏠리고 어떤 땐 저쪽으로 쏠린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서 충청이나 호남 출신들을 많이 기용한 적이 한순간이라도 있었던가요?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은 믿을 수 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티케이들에게 완전히 포획되어 놀아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포획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티케이들은 권력을 잡고 요직을 차지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입니다. 티케이들의 전성기는 노태우 정부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 때문이었을까요, 박철언 전 장관 때문이었을까요. 티케이, 그 중에서도 경북고를 나온 검사들이 청와대 비서실장(정해창), 안기부장(서동권) 등 권력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노태우 정부 임기 중반이었던 1990년 11월1일 <경향신문> 정동식 기자가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검찰요직 또 티케이 독식’이라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인사때마다 꼬리를 물고 다니는 연줄인사론이 예외없이 나돌아 검찰 내부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일선 검찰의 꽃인 서울본청의 경우 박순용(8회), 강신욱·김경한(11회), 이명재(〃) 부장검사 등 모두 경북고 출신이 형사·강력·공안·특수부 수석 자리를 차고앉아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놓고 ‘티케이를 위한 인사’라는 혹평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능력과 서열, 기능 위주로 인사를 짜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뿐’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대검도 요직인 중수1과장(제갈융우·11회), 공안기획담당관(백삼기·〃)이 티케이인데다 김경한 서울지검 공안1부장의 경우는 시험 선배인 최병국 공안2부장(9회)과의 서열을 뛰어넘어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특히 경북고 출신과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경기고 출신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지방으로 전보돼 티케이가 에스케이를 완전히 학살했다는 비아냥까지 나돌고 있다.”
어떻습니까? 노태우 정부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능력과 서열, 기능 위주로 인사를 짜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일뿐’이라고 변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가 이 힘든, 어려운 국정을 그래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논리입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쓰다보니 티케이들이 많더라는 뜻입니다. 대구·경북 출신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이큐가 높다는 건가요? 다른 지역 출신들은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궤변입니다.
노태우 정부의 검찰 인사 당시 사실은 저도 법조를 출입하면서 똑같은 기사를 썼습니다. ‘검찰요직 또 티케이 독식’이라는 제목도 같았습니다. 인사 이후 시간이 좀 흘렀을 때 검찰 고위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저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사실은 우리도 결과가 그렇게 나올줄 몰랐다. 각 분야별로 우수한 사람들을 수석부장에 앉히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명단을 죽 펼쳐놓았을 때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 소홀히 생각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그 이후 인사에서 출신 지역이나 학교를 조금씩이라도 안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서울 출신 어떤 검사는 저에게 “언론에서 티케이 독식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준 덕분에 내가 지방으로 쫓겨가지 않고 서울에 남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해 오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검찰 인사를 했던 사람들은 최소한 티케이 독식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부분적으로라도 바로 잡을 줄 아는 염치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는 ‘티케이 독식’이라는 비판에 대해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뻔뻔한 것일까요, 아니면 개념이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천하를 호령하고 있는 티케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티케이 전성시대는 계속될까요? 아닐 것입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몰라도 아마 티케이 출신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 사람입니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은 모두 피케이(부산·경남)입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티케이들을 내쫓을 것입니다. 티케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티케이 편중 인사를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티케이들은 강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티케이가 정치적으로 탄압받는다고 악을 쓸 것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집권 직후에 그랬듯이 말입니다. 세상사는 돌고 도는가 봅니다. 참 서글픈 일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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