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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1.01 16:49 수정 : 2016.01.06 14:57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일 오후 당직자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묘소 너럭바위에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53]

정치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합니다.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입니다. 2016년 첫날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예상대로 야당과 여당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습니다. 야당은 어두웠고, 여당은 밝았습니다. 야당에는 한숨이, 여당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야당에는 오기가, 여당에는 여유가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명) 단배식은 1일 아침 7시40분 서울 여의도 신동해빌딩 5층 중앙당사에서 열렸습니다. 당사 입구에서 만난 당 원로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휴. 받을 복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

식장은 일찍 도착한 의원들, 떡국을 준비하는 당직자들, 취재기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전국실버위원회 어른들이 많이 참석해 이채를 띠었습니다. 노식래 총무부본부장 사회로 국민의례와 내빈소개가 진행됐습니다. 오충일 김원기 임채정 오영식 김성곤 김태년 최동익 도종환 신문식 박광온 최재성 이목희 유인태 이석현 등 상임고문과 의원들이 차례차례 소개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덕담과 건배사 오갔지만 단배식 조촐
비주류와 동교동계 원로 모습 안비쳐

문희상 상임고문이 먼저 ‘여는 말’을 했습니다. 당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우리당이 희망을 만들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그래야 정권교체를 기다릴 수 있다.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고 더 크게 통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새 당명이 건배구호로 쓰기 딱 좋다며 선창을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민주당”으로 화답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국민과 더불어”

“민주당”

“총선승리와 더불어”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 임채정 상임고문, 오충일 상임고문, 이석현 국회부의장, 이종걸 원내대표, 정세균 상임고문, 송현섭 실버위원장이 차례로 덕담과 건배사를 했습니다. 2015년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단배식에는 의원들이 그리 많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한길 박지원 등 비주류 인사들, 동교동계 원로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단배식이 썰렁한 이유를 당직자들은 “선거가 있는 해라 의원들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배식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모두 떡국을 먹었습니다. 저도 먹었습니다. 김치가 맛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당 지도부는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해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서울 수유동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도 참배했습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예방했습니다. 오후에는 김해로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관련 영상] ‘2017 대선’, 절박한 쪽이 이긴다/ 김보협의 ‘더 정치’

새누리당에선…
총선전망 밝지만 오만하게 비칠까 몸 낮춰
건배사 없이 “마음 무겁다” 표정관리 신경

저는 더불어민주당 단배식이 끝난 뒤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새누리당 당사로 갔습니다. 오전 9시30분 새누리당 당사가 있는 한양빌딩 2층 강당에서 새누리당 신년인사회가 열렸습니다.

강당 입구에서 이에리사 의원과 새누리당 ‘여성공동행동’ 회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사람들에게 복주머니를 나눠주었습니다. 복주머니 안에는 이런 내용의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제20대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30% 여성공천 달성의 원년으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여성의 의회 진출도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는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보수혁신위원회의 대국민약속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

“첫째, 전체 지역구의 15%를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사실을 먼저 공표한다.(지역내 혼란 최소화) 둘째, 현역의원 불출마 지역구 6곳과 신설지역구 12곳은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한다. 셋째, 디딤돌 점수(경선 가산점)의 경우 여성은 누구든지 득표의 30%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비례대표 당선권내 70%를 여성으로 공천해 줄 것을 요구한다.(비례대표 30번 안에 20명은 반드시 여성으로 공천하고 ‘여여남’ 배열방식을 권장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오전 2016년 새해를 맞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새누리당 여성공동행동은 신년인사회와 별도로 이날 오전 11시 당 기자실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새누리당 사람들의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총선 압승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둘째, 비례대표 30번까지를 당선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금 더 분석해 보겠습니다. 현재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27명입니다. 거기다가 새누리당은 지금 지역구 의석을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54석에서 47석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47석 가운데 30석을 당선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정당 득표율 63.8%를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신년 인사회에서 잔뜩 몸을 낮췄습니다. 사회를 본 박종희 사무부총장은 “지난해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선거구 획정을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는 말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그동안 새해 시작을 동지 여러분과 함께 힘찬 구호와 희망으로 시작을 해왔지만 올해는 솔직히 정치권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생각하면 오히려 자숙하는 분위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마음자세로 신년인사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혁, 그리고 경제활성화 등 여러 가지 개혁과제를 추진했지만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

“어제 본회의에서 212건의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을 위한, 우리 국민들이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는 노동개혁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등 일자리창출 그리고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해서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 되었다. 또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동안 여야가 수없이 만났고 어제도 회동했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서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입법 마비로 1월1일부터 선거구 무효 사태라는 초유의 비상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인된 심정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 삶의 현장에서는 제발 경제와 민생에 매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가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혁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이어서 원유철 원내대표, 이정현 최고위원, 황진하 사무총장, 김수한 박희태 상임고문이 인사를 했습니다. 올해 새누리당 신년 인사회에서 건배사는 없었습니다. ‘정치권이 자성하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총선 전망이 밝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비칠 것을 우려해 ‘표정 관리’를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신년인사회를 하기 전에 국립현충원을 먼저 방문했습니다. 오전 8시20분 김영삼-박정희-김대중-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과 차이가 있지요?

저는 새누리당 신년인사회가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서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 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관심법안’과 선거구 획정안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겨레> 정치부문 디지털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보협 기자와 임시주차장인 한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 오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복을 입은 정의화 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민감한 정치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손님들에게 새해 덕담만 건넸습니다.

정치인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손님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떡국 300인분을 준비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떡국을 나르는 사람들이 허둥댔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언론에 자꾸 이름이 나니까 그런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언론에 비치면서 정의화 의장을 걱정하는 지인들이 많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기자들도 많이 왔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왜 안왔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첫째, 4·13 선거를 앞두고 지역 일정 때문에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올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둘째, 여당 의원들은 정의화 국회의장 공관에 얼쩡거렸다가 청와대나 친박세력의 눈밖에 나지 않을까 겁이 났을 것입니다.

자리에 계속 앉아 있기가 미안해서 저와 김보협 기자는 떡국 한 그릇씩을 비우고 일어섰습니다. 정의화 의장은 손님들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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