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5.11 15:34 수정 : 2016.05.22 20:12

지난 4월14일 4·13 총선 당선자들과 서울현충원을 참배하러 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한 전현희 후보를 업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76
더민주 ‘총선평가와 전망’ 토론회
‘2040’ 간절함의 크기가 임계치 넘어 폭발
대선에선 호남 내주면 정권교체 힘들 것이라는 전망 우세
야당 찍었던 친여 성향 유권자, 대선때 유턴 가능성 높아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궁금합니다. 이변은 왜 일어났을까요? 4·13 선거 결과를 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와대, 여당, 야당, 여론조사기관, 학자, 언론사, 유권자들까지 모두가 이번처럼 결과를 완전히 잘못 예측한 선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날을 전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틀렸는지 해답을 찾지 못하면 또다시 잘못된 예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신경민 위원장) 주최로 ‘20대 총선 평가와 향후 전망’ 토론회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해 하는 ‘도대체 왜 틀렸는지’에 대한 답변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치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세 전문가가 발제를 했습니다.

‘집 전화’ 여론조사 한계…안심번호 활용한 휴대폰 조사로

박병석씨는 <정치 여론조사의 기술>이라는 책을 번역한 사람입니다. 신경민 의원의 보좌관으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는 “여론조사가 여론을 확인하는 수단이 아니라 여론몰이의 수단으로 오남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초 여론조사의 바른 쓰임새는 여론을 알아보는 것이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공표되는 순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간단해 보이지만 바로 이 부분이 4·13 이변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4·13 선거 열흘 뒤 저는 ‘4·13 선거 혁명은 왜 일어났을까’라는 제목으로 ‘정치막전막후’를 썼습니다. 거기에서 “선거를 앞두고 모든 관찰자와 행위자가 ‘1여다야 구도에 의한 새누리당 압승’을 예견했고 거기에 맞춰 행동하는 바람에 분노한 민심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었습니다. 관찰하는 행위가 대상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차용해서 설명을 시도했습니다.

 박병석씨는 전문가답게 저보다 훨씬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전화 여론조사의 한계였습니다. 집전화가 없는 가구가 전체의 37.2%라는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집전화 없는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고 했습니다. 설사 집전화가 있더라도 20대, 30대, 40대 연령층과 학생, 직장인이 집전화로 여론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습니다.

 역사상 여론조사 방식이 우편조사에서 집전화 조사로 바뀌어 왔듯이 이제 기술과 사회 발전의 결과 집전화 조사에서 휴대전화 조사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입니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여론조사는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전화면접원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현재 정당만이 안심번호를 신청할 수 있으며, 언론사는 이 여론조사를 활용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유창오씨는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와 <정치의 귀환-야당, 갈등을 지배하라>의 저자입니다. 윤후덕 의원의 보좌관입니다.

 그는 이번 4·13 총선을 20~40세대의 정치혁명이라고 규정했습니다. 20~40세대가 야당을 지지하고 60대 이상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몇년전부터 일관된 흐름이었는데 이번 총선에서 20~40세대의 간절함의 크기가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설명입니다.

 유창오씨는 특히 20~40세대를 결집시키고 간절함을 동원하여 더민주 승리를 이끌어낸 데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호남이 선택하지 않으면 정계은퇴, 대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호남에서의 역전은 늦었고 역부족이었던 반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20~40세대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선거 직후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도 꼭같은 설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배종찬 리서치 앤 리서치(R&R) 본부장은 여론조사 전문가입니다. 이번 4·13 선거 출구조사에도 참여했습니다.

 배종찬 본부장은 정당이 경선 여론조사와 자체 판세분석 조사를 위해 사용 가능한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주요 언론사들은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실제 투표자와 차이가 있는 모집단을 대상으로 표집하는 표본추출의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D-6)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에 급격한 표심의 변화가 발생했는데 이를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배종찬 본부장은 “정치의식의 발전 수준을 검토하여 선거일이 임박한 시점에도 발표할 수 있는 기준을 두도록 하고 유권자들의 알권리와 미발표로 인한 억측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워크숍을 시작하면서 허리 숙여 ‘국민에게 드리는 인사’를 하고 있다. 당선인 122명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 등 7명이 불참하고, 115명이 참석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천대 이준한 교수가 토론에 나섰습니다. 이준한 교수는 “선거 결과를 사후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 있다”며 “하지만 2012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패배의 공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12년에는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예측, 계파공천 논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있었고, 새누리당은 중도로 나아가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라는 예측, 새누리당의 계파 공천 논란, 이한구 위원장 등의 막말 파문이 있었고, 더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저도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영화 얘기를 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아마겟돈’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구와 충돌하게 되어 있는 혜성에 구멍을 뚫어서 핵폭탄을 터뜨려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나사의 과학자가 “폭죽을 손 위에 올려놓고 터뜨리면 화상을 입고 말지만 폭죽을 손으로 꼭 쥐고 터뜨리면 손목이 날아간다”고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혜성에 반드시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집어넣어서 터뜨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 더민주 120석…알려줘도 안믿더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 새누리당의 공천 파문 등으로 인한 민심의 분노가 핵폭탄이라면,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잘못된 여론조사, 막판 여론조사 공표 금지 등이 분노를 틀어막는 힘으로 작용해 민심의 폭발력을 증대시킨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근거로 최근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괜히 2번이나 3번을 찍었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신문 칼럼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잘못된 선거 결과 예측이 이변을 증폭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확신을 갖고 내놓은 주장은 아니었습니다.

 토론회 전체 사회를 본 이철희 당선자(전략기획위원장)는 선거기간 내내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민심’이 터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합니다. 일화를 얘기했습니다. 선거 직전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해서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정도 의석을 얻는 것으로 나왔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한 적이 있는데 어느 기자도 믿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철희 당선자는 “잘못된 조사를 했던 여론조사 기관도 문제가 있지만 그 결과를 인용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대로 기사를 쓴 언론사가 더 문제”라며 언론의 반성을 요구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떠오른 흥미로운 논점이 있었습니다. 토론자인 이준한 교수의 질문이었습니다.

 “4·13 선거의 이변은 20~40세대의 정치혁명과 40~50세대의 이탈 때문이었다고 본다. 이런 선택은 일시적인 것인가? 이런 선택이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저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추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고도 20~40세대의 지지에 힘입어 1당을 차지한 이번 선거 결과를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없이 20~40세대의 힘만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

“교차투표 불가능한 대선은 전혀 다른 결과 나올 것”

 사실 토론회 현장에서 답변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들이었습니다. 발제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40~50세대에서 본래 친여 성향이었으나 이번에 이례적으로 야당을 찍거나 기권했던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시 여당 지지로 돌아설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 찍는 총선과, 한 표만 행사하는 대선은 전혀 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권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토론회를 마치며 이철희 당선자가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과거에는 안철수 지지층이 20~30대였는데 지금은 문재인 지지층이 20~30대이고 안철수 지지층은 다른 연령층이다. 이유가 뭘까?”

 현장에서 답변을 듣기 위해 던진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