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01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 개혁안 전달
‘세비 대신 봉급 받고 세금 납부하라’ 권고도
현 지급액 제대로 과세하면 15% 삭감 효과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서 유포시키는 반정치주의의 핵심은 국회와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 조장입니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정치에 기대를 걸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 투표율을 떨어뜨리거나 비이성적, 맹목적 투표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목적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자본·관료·언론 등 비선출 권력집단의 상층부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반감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옳든 그르든 그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탓도 크다고 봐야 합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라는 특이한 이름의 기구가 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만든 자문기구입니다.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고 위원장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입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여러차례 회의를 거쳐 작성한 ‘국회의원 특권 개혁안’을 10월17일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고 활동을 마쳤습니다. 저도 위원회의 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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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왼쪽)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신인령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추진위원회 활동을 통해 나온 '국회의원 특권 개혁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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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혁과 헌법 개정 등을 위한 국회의장 자문기구는 그동안 많았지만 이번처럼 아예 이름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국회과 국회의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극도의 불신 때문에 기구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것 같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문은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이 부당하게 누리고 있는 특권을 철저히 가려내 폐지하고, 대신 국회의원들이 억울하게 오해를 받고 있는 부분은 누명을 벗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언제부턴가 ‘200가지가 넘는 국회의원 특권’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200가지 특권이 무엇인지 찾는 작업부터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실패했습니다. 200이라는 숫자를 사용한 시민단체에 물었지만 “우리도 언론에서 보고 인용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가진 가장 대표적인 특권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입니다. 그러나 이 특권에 대해서는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꼭 필요한 특권’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폐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보고된 뒤 72시간을 넘겨도 다음에 개최하는 첫 본회의에 반드시 상정해 표결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선에서 개혁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밖에도 국회의원의 상징이었던 금배지를 신분증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등 몇 가지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의 이번 개혁안 가운데 가장 의미가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 두 가지는 ‘국회의원 세비’와 ‘국민의 국회의사당 접근성’입니다.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국회의원 세비입니다. 공무원은 봉급과 수당을 합한 ‘보수’를 받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흔히 ‘세비’라고 불리는 수당을 받습니다. 세비는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일본식 용어입니다. 우리 국회의원도 제헌국회부터 1973년까지는 보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1973년 유신체제에서 의원을 직업으로 보지 않고 명예직으로 간주하면서 의원들에게 ‘보수’가 아니라 ‘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 수당을 지금도 세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국회의원들이 앞으로는 다른 공무원들처럼 봉급과 수당을 더한 ‘보수’를 받도록 제도를 확 바꾸라고 권고했습니다. 현행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국회의원 보수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라는 것입니다.
현행 국회의원 세비의 항목도 조정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받습니다. 여기에 다른 공무원들처럼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을 받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입니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총액을 행정부 장차관급에 맞추기 위해 편법으로 만든 항목입니다. 소득세 과세 대상과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서도 제외됩니다. 자연히 과세 형평에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라는 항목 자체를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항목을 없애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돈을 통째로 깎는 방법과 그 액수를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입니다. 현재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돈을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기만 해도 세후 소득 기준으로 약 15%의 감소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국회의원들에게 보수를 도대체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남습니다. 지금 국회의원은 1년에 1억4700만원 정도의 돈을 받습니다. 행정부 장관 1억6700만원보다는 적고, 차관 1억4600만원과 비슷한 수준입이다. 대법관은 1억7000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세비가 너무 많고, 또 국회의원들은 자기 세비를 자기들이 결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받는 돈을 그 나라 1인당 지디피(GDP)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이탈리아, 일본 다음으로 많은 액수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국회의원 세비를 장차관급 보수에 연동해서 지급해 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과감히 폐지하고 앞으로는 국민소득 등 경제지표를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보수의 구체적인 수준과 세부항목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를 두도록 했습니다. 위원회의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결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보수는 현행 세비(연간 1억4700만원)에 견줘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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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원식을 하루 앞둔 6월 12일 오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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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국민의 국회의사당 접근성’입니다.
국회의사당의 민원실은 건물 뒷편에 있습니다. 이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의사당 앞 현관문, 2층 정면 출입구로 다가가면 대개는 경비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제지를 합니다. 그리고 2층 정면 출입구 아래에 있는 1층 출입구(우천시 출입구)나 건물 뒷편 민원실로 가야 한다고 안내를 해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회 뒤쪽 민원실까지 빙 돌아서 가려면 10여분 이상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정면의 현관문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속이 상하는데 뒷문까지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국회청사 출입에 관한 내규 제12조는 의사당 출입문을 현관문(중앙문·2층 정면 출입구), 현관 중앙문 이외의 출입문, 안내실 출입문 등으로 구분하고 출입문별로 출입 대상을 달리 정하고 있습니다. 현관문(중앙문)은 국회의원, 국회소속기관의 장, 차관급 이상 공무원, 전직 국회의원으로 출입 대상을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원들을 태운 차량이 2층 정면 출입구 앞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곳에는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의사당 2층 현관문 앞은 매우 권위적인 공간이라는 얘깁니다.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의사당 2층 현관문을 일반인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전면 개방하고 의원전용 출입문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권고했습니다. 회의에서는 후생관 쪽 2층 출입구를 개방해 의원전용 출입문으로 만들면 된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이런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국회의사당을 찾는 일반인들이 국회 2층 현관문을 드나들며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국회와의 거리감을 훨씬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의 이러한 권고 사항들은 곧 국회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원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정치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세연 의원)가 발의하는 국회의원 특권 개혁 관련 법률 개정안과 함께 국회 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될 것입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개혁안을 선선히 받아들인다면 말입니다. 잘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저도 관심을 갖고 잘 지켜보겠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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