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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06 19:14 수정 : 2016.11.06 19:17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04
박 대통령 버티기로 하야론·탄핵론 갈수록 부상
정국수습 방안 놓고 야권·시민사회·학계 논쟁 격화
거국내각·조기대선론, 정권 동의 필요해 현실성 떨어져
새누리당의 대통령 하야 불가론은 점점 설득력 잃어가

11월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모두 100만명이 거리에 나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집회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방식으로 현장 중계를 지켜보며 댓글을 달거나 이모티콘을 눌러 동참한 사람은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오는 11월12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이 정국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그 증거입니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사퇴 여부를 둘러싸고 분란에 빠졌습니다. 뾰족한 정국 수습 시나리오를 내놓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은 야당이 현실적인 정국 수습 방안을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아직까지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즉시 사임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기 도중 사임해 궐위 상태가 되면 60일 이내에 임기 5년의 대통령 선거를 새로 치러야 하는데 야당도 그런 정치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신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에서 즉시 손을 떼고 세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수용,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수용입니다.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의당 요구 사항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7명이 6일 낮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회가 합의한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즉각 천명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47명 중에는 1987년 6월항쟁에 앞장섰거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버티면 이들이 앞장서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병원, 권미혁, 권칠승, 기동민, 김민기, 김상희, 김병관, 김병욱, 김영진, 김영호, 김정우, 김종민, 김철민, 김한정, 김현권, 김현미, 남인순, 문미옥, 박재호, 박정, 박주민, 박홍근, 백혜련, 소병훈, 송기헌, 손혜원, 설훈, 신동근, 신창현, 어기구,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이상민, 이인영, 이재정, 이훈, 인재근, 임종성, 정재호, 정춘숙, 제윤경, 조승래, 표창원, 홍익표

앞으로의 정국 수습 방안을 놓고 야권,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지금 여러가지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와 국가 위기 사태에 대한 불안감 등을 감안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정치적 대처 방안이 무엇인지 찾기 위한 대논쟁입니다. 간추리면 거국내각, 조기대선, 즉각 퇴진 요구, 탄핵소추 등 네 가지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야3당 원내대표들이 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최순실게이트 관련 특검과 거국내각을 논의하기에 앞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박지원(국민의당),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거국내각은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등이 이미 제안한 정국 수습 방안입니다. 쉽게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권력을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에게 넘기는 대신 대통령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2018년 2월24일까지 숨만 쉬는 ‘식물 대통령’을 하라는 얘깁니다.

조기대선은 대통령과 여야 합의로 2017년 12월로 예정되어 있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지금부터 6개월 뒤로 앞당겨서 치르자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국내각이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다. 그래서 합의 하에 6개월 후 선거를 치르기로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는 과도거국내각이다. 과도거국내각은 성역없는 수사, 검찰개혁, 선거관리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6개월 후 조기대선의 장점은, 첫째, 차기권력을 담임하려는 후보들이 준비를 마치고 경선에 참여할 수 있으며, 둘째, 국민들에게 미래권력에 대한 판단 기회를 제공하고, 셋째, 정치 일정이 분명해짐에 따라 안정된 권력 이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적 유폐 상태로 지내고 6개월 후 조기 대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사임하는 것이다.”

‘거국내각’과 ‘조기대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의와 여야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11월4일 대국민담화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임할 뜻도 없고 2선으로 물러설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사회 원로,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고 각 정당 지도부에 회담을 제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 임명동의 등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총리로 임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 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 요구, 즉 대통령직 사임 요구가 오히려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그냥 쫓아내고 보자는 얘깁니다. 60일 이내 대선과 정권인수 과정 없는 차기 정권 출범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로 초래되는 정치적 공황과 국정 마비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진단에서 나온 처방입니다.

그런데 즉시 하야 요구 주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요? 1960년 이승만 대통령도 하야 성명을 발표해 놓고도 국회로 보낼 대통령직 사임서에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버틴 일이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 강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로 진격하거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버티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남는 것은 탄핵입니다. 국회가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해서 대통령직에서 강제로 내쫓아내는 방안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180일 이내에 하게 되어 있지만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명백히 입증할 수 있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결정되면 그 날부터 60일 이내에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 됩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처음에는 여권의 책임총리, 야권의 거국내각이 그런대로 괜찮은 수습책으로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곧 사건의 주범이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나는 선의에서 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최순실 등의 개인 비리는 몰랐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민심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책임총리나 거국내각으로는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정국은 갈 데까지 갈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입니다.

참고로 대통령 사임 60일 이내에 치르는 대선에 현직 단체장들은 출마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단체장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띄웠습니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 상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 공직선거법 53조에는 공무원의 경우 90일 내에 사퇴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자치단체장들은 차기 대선에 출마를 못하게 됩니다. 이 분들의 참정권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공직선거법 53조 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대상자로 “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무원”을 열거했습니다.

그런데 53조 2항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두번째 호에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경우”라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궐선거 등’이 뭘까요? 공직선거법 35조 4항은 “이 법에서 ‘보궐선거 등’이라 함은 제1항 내지 제3항 및 제36조(연기된 선거 등의 선거일)의 규정에 의한 선거를 말한다”고 명확히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35조 1항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제3항의 규정에 의한 재선거를 제외한다. 이하 제2항에서 같다)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보궐선거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선거일 전 90일이 아니라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면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나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자치단체장들도 출마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햐야 불가론이 이래저래 점점 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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