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07
헌법재판소 재판관 친여·보수 압도…탄핵소추해도 촛불 끄면 안돼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고강도 수사로 헌법재판소 계속 압박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벗어나기 위해 동정·협박 등 몸부림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지지율 얘깁니다. 한국갤럽 11월 넷째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는 1주일 전 5%에서 4%로 내려앉았습니다. 부정 평가는 3%포인트 오른 93%였습니다.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는 최저치, 부정 평가는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표본오차가 ±3.1%포인트(95% 신뢰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명 중에 한 사람도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수직낙하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가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한 언론도, 수사 초기에 미적대던 검찰도, 촛불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공격하던 야당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율 4%의 바닥으로 몰아넣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거짓말과 버티기로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범죄의 행태도 놀랍지만 검찰 수사를 대하는 태도가 더욱 놀랍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를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말 그대로 무법자의 행패입니다. 민심은 대통령직을 무법자에게 더이상 맡겨둘 수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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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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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절차는 국회법에 나와 있습니다.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후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본회의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도 있고, 법사위로 보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법사위에 회부하면 법사위는 지체없이 조사·보고해야 하고, 조사를 받는 국가기관은 조사를 신속히 완료시키기 위하여 충분한 협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법사위 조사 및 보고에는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조사를 명분으로 탄핵소추안을 무한정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배는 검찰의 수사로 이미 충분히 밝혀졌습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법사위 조사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법사위로 보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탄핵소추안을 법사위로 보내지 않으면 본회의에 보고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합니다. 표결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폐기됩니다.
현재 확정된 국회 본회의 일정은 12월1일과 2일, 그리고 8일과 9일입니다. 따라서 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을 30일 이전에 발의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2일 본회의에서 표결하면 됩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일정대로 탄핵소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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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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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하필 12월2일입니다. 예산안이나 탄핵소추안이나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하루에 한꺼번에 처리할 경우 돌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 표결을 1주일 뒤인 12월9일로 늦추는 방안을 야당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도 자연히 1주일 정도 뒤로 늦춰질 것입니다.
어쨌든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40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늦어도 12월9일까지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국회 의석은 새누리당 128, 더불어민주당 121,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7입니다.
자 이제 다 끝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이뤄져도 그 뒤의 일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 가운데 3명만 대통령이 알아서 임명하는 것이고, 3명은 대법원장 지명, 3명은 국회 선출입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이정미·김창종·이진성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 안창호(한나라당)·김이수(민주통합당)·강일원(여야 합의) 재판관은 국회 선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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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신문법 시행령’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모습. 인터넷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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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친여’가 압도적입니다.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김이수 재판관과 여야 합의로 추천된 강일원 재판관,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 정도가 좀 다른 성향일 것입니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 임명했고 박한철·안창호 재판관은 공안검사 출신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창종·이진성 재판관도 보수 성향입니다. 대략 보수·친여 성향 재판관이 6~7명, 그렇지 않은 재판관이 2~3명이라고 보면 됩니다.
헌법 113조 1항은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 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보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더구나 박한철 재판관은 2017년 1월31일, 이정미 재판관은 2017년 3월13일 임기가 만료됩니다. 결정 선고 전에 임기가 끝나는 재판관은 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또 헌법재판소법 23조(심판정족수)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탄핵 결정 선고가 3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경우 누구든 재판관 한 사람만 탄핵심판을 거부하면 심리가 중단됩니다. 이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에서 임기를 마칠 수도 있습니다. 또 심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7명 가운데 2명이 탄핵에 반대하면 탄핵안은 기각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합니다.
탄핵 심판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헌법재판소법은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훈시규정이라 강제력을 갖지 못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접수일부터 63일 걸렸습니다. 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처음 한 것이었기 때문에 ‘절차’를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절차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배 내용이 가벼웠던 것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의 위배 내용은 심각합니다. 연루된 범죄의 항목도 많습니다. 따라서 본안 심리에 시간이 꽤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과연 국민의 뜻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결코 쉽지 않다고 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인정되는 대통령의 법 위반이 헌법 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하여 본다면,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 위반 행위에 있어서 헌법 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할 수 없다.”
보수·친여 성향 재판관 가운데 2~3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에 대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이 아니고,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는 이유를 내세워 탄핵에 반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니라고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비상식적 사고와 논리는 얼마든지 전례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8 대 1’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이 매우 인상적인 보충의견을 별도로 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주도세력에 의해 장악된 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 행위다.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아니라 종교재판소 재판관들처럼 비법률적이고 감정적인 용어로 통합진보당을 비난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12년이 지났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한다는 당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주장은 기득권자들의 궤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이런 분위기와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강한 정치적 압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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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 창성동 정부청사별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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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국회의 탄핵소추 무기명 표결에서 찬성하는 의원들의 숫자입니다. 예를 들어 탄핵소추 찬성 국회의원 숫자가 200명이 아니라 250명에 이른다면 헌법재판소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뜻을 가볍게 보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 촛불민심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최상위 규범인 헌법적 가치를 다루는 기관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탄핵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에도 눈을 부릅뜨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감시해야 합니다. 벌써부터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에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셋째, 국회의 국정조사입니다. 11월30일부터 기관보고, 12월6일부터 증인들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합니다. 국민들은 아직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 등 이번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청문회에서 이들의 말 한 마디, 얼굴 표정 하나가 민심에 불을 더 지를 수 있습니다.
넷째, 특검입니다. 특검이 검찰의 수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의혹을 밝혀낼 경우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 및 재판 기록을 직접 참고할 수는 없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정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사촌형부 김종필씨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5천만이 시위를 해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사람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벌일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동정을 구할 수도 있고, 국민들을 협박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금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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