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09
새누리 탄핵 직전 개헌모임 결성, 야당에도 개헌론자 많아
앞으로 개헌 논의 봇물 이루겠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김무성 등 정계개편 주장 ‘기득권 집권연장’ 노림수 안통해
대선후보 공약 내세워 다음 대통령이 임기 줄이고 개헌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탄핵소추됐습니다. 사필귀정입니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다면 대한민국이 폭발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걱정입니다. 탄핵심판을 넘겨받은 헌법재판소가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정국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국 불안은 경제와 안보 등 국정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위해 정국 불안을 해소하고 한조각 명예라도 건지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됩니다. 60일 이내에 선출되는 19대 대통령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강제할 수단은 없습니다. 그의 마지막 애국심에 호소할 뿐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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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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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하여 경제 운용과 안보 분야를 비롯해서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탄핵소추 직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한 말입니다. 자진해서 사퇴할 뜻은 조금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라고 말한 대목은 자신의 귀환에 대한 확신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새누리당 추천으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했던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습니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의사표시입니다.
자 이제 정국은 어디로 갈까요? 야당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정국 수습과 국정안정에 나설 것”이라며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새누리당은 탄핵소추 후유증으로 내전에 들어갔습니다. 한줌도 안되는 당권을 둘러싸고 친박-비박 힘대결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좀 눈여겨 보아야 할 흐름이 있습니다. 개헌입니다. 탄핵소추에 파묻혀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본회의 무기명투표를 겨우 6시간 앞둔 9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모임이 하나 결성됐습니다. 이철우 의원이 주도한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가칭) 창립모임입니다. 행사장 입구에는 “개헌으로 불행한 대통령 시대를 끝내자”라는 펼침막이 걸렸습니다. 기자들이 파악한 참석 의원 명단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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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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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정진석 나경원 권성동 염동열 김광림 이군현 김성원 정종섭 김석기 성일종 박완수 김순례 곽대훈 김성찬 김학용 강효상 강석호 여상규 정병국 장제원 이주영 김성태 심재철 배덕광 김정재 박덕흠
비박세력의 거물 김무성, 원내대표 정진석, 정책위의장 김광림, 법사위원장 권성동, 행자부 장관 출신 헌법학자 정종섭 등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탄핵소추를 코앞에 두고 친박-비박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가 뭘까요? 탄핵소추 결과에 관계없이 개헌을 해서 다음 선거를 새로운 헌법으로 치르자는 것입니다.
참석자들은 이주영 의원을 대표로, 정종섭 의원을 연구팀 대표로 추대했습니다. 이주영 김무성 심재철 정진석 정병국 나경원 의원 등이 발언했습니다. 헌법을 지금 개정해서 다음 선거를 새 헌법 체제 하에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압축하고 있습니다. 간추려 소개하겠습니다.
“탄핵 일정이 큰 고비를 넘으면 개헌이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극복하고 넘어야 할 큰 산은 탄핵보다 개헌이다. 개헌이라는 게 한 나라의 틀을 바꾸는 일인데 이것은 정략적인 꼼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정치세력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여야가 협치로 개헌을 꼭 이뤄내야 한다.”
“현 정국에서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라고 많은 의원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에 찬성하지 않는다. 5년 단임제의 폐해가 결국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이건 궤변인 동시에 반노무현적 행위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운영체제를 개혁하려고 했다. 연정과 개헌을 제시한 제도론자였다. 문 대표의 인식은 반 노무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미온적이지만 개헌에 앞서 중대선거구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 대열에 동참할 의지가 충분하다. 결국 여야가 함께 이 문제를 숙고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저도 정치 생명을 걸고 이 문제에 동참하겠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개헌만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로 많이 지적해왔다. 현재의 헌법제체로 다음에 어떤 권력 들어서더라도 이런 사태는 또 생긴다. 이런 걸 없애기 위해서는 개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말대로 이제 탄핵소추가 끝났고 새누리당은 개헌을 추진할 것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세력이 주도하겠지만 당장 ‘주군’을 잃고 방황하는 친박세력도 가세할 것입니다. 국회에는 개헌특위가 설치될 것입니다.
야당도 국회 개헌특위 설치와 개헌 논의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개헌을 새누리당에서만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탄핵소추 직후 “지금은 항아리를 깨야 할 때입니다. 구체제의 낡은 판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신체제의 새판을 짜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고, 땀 흘려 일한 사람이 ‘함께 잘사는 나라,’ 누구나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새로운 나라, 7공화국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개헌하자는 얘깁니다. 야권에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원혜영 의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등이 잘 알려진 개헌론자입니다.
그런데 과연 개헌이 될까요? 촛불민심은 개헌일까요? 지금 개헌을 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개헌을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개헌에 대해 얘기할 때는 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반드시 당위론과 현실론 두 측면을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개헌’을 하느냐와 ‘어떻게 개헌’을 하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어떤 개헌’은 당위론을 추구하는 학자들이나 국민들의 관심 사항입니다. 반면에 ‘어떻게 개헌’은 자신들의 집권과 당선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현실 정치인들의 관심 사항입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당위만 외치는 개헌은 공허합니다. 당위는 고려하지 않고 현실만 따지는 개헌은 정략에 불과합니다.
개헌에 대한 제 생각을 먼저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입니다. 저는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박근혜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제의 실패’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봐도 대통령제는 미국에서만 작동하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당시 의회와 정당의 경험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제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의회 중심의 정치 시스템인 의원내각제를 해볼 때가 됐습니다. 의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승자독식 대통령제로는 다양하고 복잡한 계층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더이상 조정하고 절충할 수 없습니다. 미국식 4년 중임제는 오히려 위험합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통령의 불법’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들이 직접 뽑는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면 오스트리아식 의원내각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을 선거로 뽑지만 국무총리가 실권을 갖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총리·각료 임명권, 의회해산권, 군통수권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권력은 국무총리가 행사합니다. 임기는 총리가 5년, 대통령이 6년입니다.
사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의 다수는 오스트리아식 의원내각제를 지지하는 편입니다. 김무성 김종인 정종섭 우윤근 등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아는 교수들 중에서도 오스트리아식 의원내각제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의원내각제에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태욱 교수(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이렇게 밝혔습니다.
“만약에 지역 기반의 정당 체계를 그대로 두고 권력구조만 바꾼다면 영남당, 호남당, 충청당이 의석에 따라 총리와 장관 자리를 거래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가 안되는 것은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할 수 있는 유력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정당 보스끼리 권력을 나눠먹고 공천으로 줄 세우기를 하면 명백히 개악이다. 정당 체계를 바로 세우려면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로는 안된다.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현실론을 따져보겠습니다. 지금 정치지형에서 개헌, 특히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은 무척 어렵습니다. 아니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몇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져 나오자 10월24일 국회 연설에서 갑자기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물타기 개헌 제의’입니다. 따라서 지금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편’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헌론 자체가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도 개헌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국민들의 관심은 탄핵심판 결과에 쏠릴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개헌을 해야 한다고 외쳐도 개헌론에 탄력이 붙지 않을 것입이다. 국민들은 국회와 정치인들에게 경제와 안보 등 국정에 몰두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가 탄핵심판이 받아들여지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개헌을 할 수 없습니다.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민란 수준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납니다. 역시 개헌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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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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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김무성 전 대표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11월23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양극단의 정치를 배제하고 민주적 협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양극단’이 무슨 뜻일까요?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패권주의, 친박패권주의를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할 정도로 잘못이 크니까 비판할 수 있겠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요?
김무성 전 대표는 “내 마음 속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2012년 대선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이라며 “노무현이가 우리나라 영토선인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수우파’가 계속 집권해야지 ‘진보좌파’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야당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사람입니다.
친일 의혹이 있는 자신의 선친을 애국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도사로 나섰던 전희경 의원을 영웅으로 추켜세웠고 국회의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김무성 전 대표는 현재의 야당을 ‘보수-진보’, ‘우파-좌파’라는 허구의 프레임에 가두어 놓고 그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기득권 세력입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의 개헌 추진은 권력연장의 수단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의 정치적 목적은 개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정계개편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치인의 모든 말과 행위는 정략적일 수밖에 없지만 지금 김무성 전 대표의 개헌 추진에는 정략적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적극 나서면 나설수록 개헌이 오히려 잘 안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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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 참석, 세월호 유가족이 문 전 대표에게 희생자 얼굴이 그려진 기를 둘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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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문재인 전 대표입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입니다.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1등은 1등입니다. 1등 대선주자가 반대하는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는 개헌을 추진하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개헌을 하고 싶다면 문재인 전 대표를 반드시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야 정치인들이 문재인 전 대표 설득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최근 드러난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원인이 박근혜 개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특히 권력구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서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넷째, 야당 의원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는 친문재인 성향이 아니면서도 의원내각제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이들의 내각제 개헌 반대 논리는 간단합니다.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내각제를 하면 영남에 기반을 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늘 1당이 되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의 영구집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한 것입니다.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더 쉽게 정리해볼까요?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집권연장을 획책하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말하는 문재인 전 대표와,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 때문에 개헌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김무성 전 대표 중에서 누구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개헌 쪽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개헌은 아예 물건너간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헌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을 뿐이지 촛불민심이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헌론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이제부터 친여성향의 언론, 여야의 개헌파 정치인들, 학자들이 대대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개헌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말씀드렸지만 지금 당장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해서 내년 선거를 새로운 헌법으로 치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20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임기를 줄이는 개헌에 찬성할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개헌을 해서 내년에 곧바로 선거를 치르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의원들 중에서는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합니다.
둘째, 지금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하되 시행 시기를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020년 5월로 하는 방안이 가능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현행 헌법으로 치르고 그 대통령의 임기를 2020년 5월까지로 단축하는 것입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런 제안을 한 일이 있습니다.
셋째,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이후 개헌을 추진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런 의견입니다. 이 방안의 장점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아예 대선 공약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권력구조에 대한 이견 등으로 실제 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중에서 어떤 방안이 더 현실성이 있을까요? 저는 세번째 방안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로 지금 당장 개헌 추진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반정치주의 때문에 의원내각제 도입이 지금 당장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헌, 아직은 갈 길이 참 먼 것 같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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