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0
① 개념이 없다…재집권 위해 개헌 추진
② 리더가 없다…난국 헤쳐갈 인물 부재
③ 미래가 없다…비박 탈당 가능성 낮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놀라웠습니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 정우택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정우택 의원은 11월10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대통령 하야 반대 및 국가안보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음모를 막자”고 연설했던 사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받고 직무가 정지됐는데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세력이 오히려 당내 주도권을 장악한 것입니다. 친여 성향이었던 신문들도 어지간히 놀란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7일치 1면 머릿기사와 첫번째 사설로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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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우택 새 원내대표(왼쪽)와 이현재 정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들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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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친박당, 분당 움직임’(조선 1면)
‘민심역행 친박과 웰빙 비박의 공생, 새누리당’(조선 사설)
‘도로 친박당, 앞이 안보이는 새누리’(동아 1면)
‘새누리당…답이 없다’(동아 사설)
중앙일보는 1면에 ‘국민 분통 터트린 세 장면’이라는 제목 아래에 사진 세 장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가운데 가장 큰 사진은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진석 원내대표, 이정현 대표 세 사람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개표를 지켜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친박당 재확인한 새누리당…앞이 안 보인다’였습니다.
‘도로 친박당’, ‘앞이 안 보인다’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 대한 언론의 평가인 셈입니다. 정작 투표 당사자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덤덤한 표정인데 오히려 언론이 더 펄펄 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왜 그럴까요?
언론은 그동안 새누리당 친박세력을 향해 물러설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 범죄, 그로 인한 국회의 탄핵소추 사태에 새누리당 친박들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친여 성향이었던 신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수 지지층만 보고 간다는 친박, 못하는 일이 없다’(조선 14일치 사설)
‘대통령의 가신 자처하는 친박, 지금이 봉건시대인가’(동아 13일치 사설)
“가짜 보수 친박에게 보수의 미래 맡길 수 없다”(중앙 14일치 사설)
‘쪼개지는 새누리당, 친박의 퇴진과 자숙이 먼저다’(문화 12일치 사설)
모든 언론이 친박들에게 퇴진과 자숙을 요구했는데도 새누리당은 지금 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금 10%대로 떨어져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야당이 됩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은 뻔히 내다보이는 이런 앞날이 두렵지도 않은 것일까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사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 정우택 의원이 당선된 것은 새누리당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 친박은 초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반면에 비박은 다선 의원들이 많습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초선과 다선은 똑같이 한표를 행사합니다.
새누리당은 4·13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며 당내 주류가 비박에서 친박으로 완전히 교체됐습니다. 비박들을 잘라내고 친박들을 심는 과정에서 공천파동이 일어났고 선거 결과도 새누리당 참패로 나타났지만 어쨌든 친박은 당내 다수세력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의도한 대로 된 것입니다. 4·13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인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사정은 새누리당 내부의 일입니다. 새누리당의 문제는 좀 더 큰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습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속한 집권여당이기 때문입니다. 128석 의석의 원내 1당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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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부터)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개표를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로 정우택 의원,정책위의장으로 이 현재 의원이 뽑혔다. 공동취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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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본래부터 지금처럼 이상한 정당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2011년 8월
‘한나라당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칼럼을 쓴 일이 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어려움에 빠졌던 시기입니다.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언론은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늘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내부에 갈등이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 된다.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자체 치유 능력을 갖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선거는 주로 한나라당과 야당이 치렀지만, 정치 현안이나 정책 현안을 둘러싼 대치 전선은 ‘이명박 대 박근혜’ 또는 ‘이명박 대 소장파’로 갈렸다. 한나라당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으니, 진짜 야당인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존재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1990년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해서 탄생한 민자당의 후신이다. 영남 패권주의와 보수주의가 일체화된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수호신’이다. 10년의 공백을 훌쩍 건너뛰고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거의 다시 장악했다. 그런 정당 안에 ‘비주류’나 ‘소장파’라는 이름으로 합리성과 유연성을 갖춘 세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분간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겠다.”
당시 한나라당의 강점은 ‘다양성’이었습니다. 막강한 ‘비주류’가 있었고 ‘소장파’도 있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다양성이 없습니다. 비주류는 허약하고 소장파는 친박입니다.
새누리당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찬찬히 살펴보면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새누리당에는 개념이 없습니다.
정당이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하려면 국민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에게 국민들의 시선은 안중에 없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정당으로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개념이 없다는 얘깁니다.
12월13일 친박들은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습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은 “앞으로 임기가 3년 반 남았다. 흔들리지 말라”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임기가 많이 남았으니 걱정할 것 없다는 뜻입니다. 이날 정우택 의원도 지그시 눈을 감고 앞자리에 앉아 서청원 의원의 연설을 들었습니다. 화가 난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3년 반 뒤에 반드시 당신들을 기억하겠다”는 글을 띄웠습니다.
2007년 재집권에 실패한 친노무현 세력은 ‘폐족’을 자처했습니다. 염치가 있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에게는 그런 최소한의 염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뿐만 아닙니다. 정당의 이념과 노선과 정체성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까 말씀 올린 것처럼 우리 개헌정국을 우리가 이끌어서 내년에 좌파 정권, 진보좌파가 들어오는, 집권하는 이것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하지 못하고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는 것을 “좌파 정권, 진보좌파의 집권”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를 막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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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주축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창립총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정갑윤 의원, 이인제 전 의원,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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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치르고 분단된 대한민국에서 ‘좌파’라는 단어는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좌파’, ‘좌익’, ‘빨갱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반동’이라거나 ‘종파분자’라는 이름으로 처형했습니다. ‘좌파’와 ‘반동’은 각각 남북한에서 금기어입니다. 분단과 내전의 굴곡진 역사와 아픔이 서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야당을 향해 지금 거침없이 ‘좌파’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개헌도 그렇습니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넘어가는 것이지 정권교체를 막기 위해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발상입니다. 장기를 두다가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을 뒤집어 엎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의 김부겸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트위터에 이런 글을 띄웠습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 소감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개헌 정국을 이끌어 내년에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합니다. ‘진보좌파’가 아마 야당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본데, 공당의 원내대표라는 분이 한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헌법 개정을 특정 정당의 선거 전략에 이용한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개헌을 국민들이 불신하는 겁니다. 헌법을 모독하는 것이고, 개헌을 당리당략으로 전락시키는 짓입니다. 위기 탈출용, 국면 전환용으로 쓰라고 있는 헌법이 아닙니다.
한 사회의 가장 높은 가치와 기준을 담은 문헌입니다. 헌법의 존엄성을 그런 식으로 짓밟지 마십시오. 아무리 대선이 급하다 해도 개헌은 개헌이고, 대선은 대선입니다. 좋은 헌법을 만들어서 자기 당의 인기를 높일 생각을 해야지, 남의 당을 훼방 놓으려 합니까?
될 개헌도 안 되게 만들 실언 중에 실언이고, 악담 중에 악담입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장 발언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개헌을 해서 진보좌파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친박에서만 하는 말이 아닙니다. 비박 좌장을 자처하는 김무성 전 대표도 “진보좌파의 집권을 막으려면 보수우파가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친박패권주의 세력과 친문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세력을 한군데로 모아 개헌을 하고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잘 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추진하는 개헌 및 정계개편 구상은 그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다가 사라질 것입니다. 정치는 언제나 현실 세계의 민심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인데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에게는 그런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둘째, 새누리당에는 리더가 없습니다.
정당정치와 의회정치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당을 인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정당에는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당, 국민의당은 안철수당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누리당은 어떨까요? 박근혜당입니다. 박근혜 유일체제 정당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했습니다. 리더가 사라진 것입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이유는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에는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두 대의 기관차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 덕분에 대통령 선거에서 두번 잇따라 이겼습니다. 지금 새누리당 대선주자라는 정치인들의 지지율은 다 합쳐도 9%가 되지 않습니다. 이정현 전 대표가 11월15일에 했던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정현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리더일까요? 아닙니다.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이 리더일까요? 아닙니다.
비주류쪽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비박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지만 이들을 비박세력의 리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당장 그와 함께 탈당할 의원은 10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유승민 의원도 그를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이 여럿 있지만 그들의 리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리더의 부재는 차기 대선주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당장 정치적 난국을 풀어나갈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셋째, 새누리당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의 연장선에서 당연한 귀결입니다. 너무 심한 진단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개념이 없고 리더가 없는 정당에 어떻게 미래가 있겠습니까?
새누리당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비박세력은 탈당할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과거 민정당과 민자당에서 물려받은 ‘순종’과 ‘안주’의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가며 “어떻게 되겠지”라고 눌러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 직후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과 신당 창당 여부를 일주일가량 신중하게 고민한 후 최종 결심하겠다”고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탈당할까요? 그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요? 그는 부잣집 도련님 출신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세력은 정우택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비상대책위원 구성을 지켜본다는 명분으로 당분간 기다릴 것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도 또다시 적절한 핑계를 찾아 탈당을 미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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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총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탄핵소추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기에 앞서 보도진이 퇴장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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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사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탈당파 10인’의 행동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이들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참회 토론회를 할 예정입니다. 정두언 정태근 정문헌 김정권 김동성 박준선 이성권 김상민 전 의원도 ‘탈당파 10인’입니다.
이 가운데 김용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이틀전인 12월14일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비박세력이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을 한 일이 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기면 탈당할 이유가 없고, 졌다고 나가면 자기들 스스로 비주류로 힘없는 꼴을 인정하는 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박세력의 ‘웰빙 체질’을 꿰뚫어본 것 같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16일 원내대표 선거 직후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이것이 새누리당의 민낯이다. 정당다움을 찾을 수 없다. 공당이 아닌 사당일 뿐이다. 새누리당이 해체돼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다. 따라서 정치적, 법적으로 해체돼야 한다. 비박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라. 이미 버림받은 손바닥만한 기득권 안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국민과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깨닫기 바란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고 행동하라.
그리고 18일에도 글을 띄웠습니다.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소속 또는 비박 의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정치적 계산과 눈치보기는 그만두고 국민의 편에 서십시오. 불의를 멀리하고 국민과의 의리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해 주길 바랍니다. 그분들께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지금 친박들의 행태를 볼 때 새누리당의 정치적, 법적 해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2. 국정 농단 세력인 친박에 대한 인적 청산이 가능하다고 믿으십니까?
3.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새누리당 해체와 인적 청산이 가능한지 여부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지막으로, 유승민 의원께 묻고자 합니다. 반성조차 하지 않고 정치생명 연장만을 목표로 하는 친박이 주류인 구조에서 새누리당 해체와 인적청산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 아닙니까? 그것을 정녕 모릅니까? 유 의원은 과연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진심어린 답변을 기다립니다.
유승민 의원은 18일 이런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원내대표 경선과 지도부 사퇴 이후 비대위원장을 두고 확인되지 않은 억측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로서 저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본 의원은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본 의원은 그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면 받아들겠다는 제안입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박들이 과연 유승민 의원에게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길 수 있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이 그 정도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비박의 집단 탈당은 당분간 없을 것입니다. 당권을 장악한 친박이 새누리당을 해체 수준으로 재창당하는 일도 물론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죽어가는 공룡의 운명처럼 말입니다.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공룡이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참 서글픈 일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언니가 보고 있다 44회_새누리 비주류의 입, 황영철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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