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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1 15:27 수정 : 2017.01.01 15:51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3

민주당 새 당사서 단배식…“정권교체” 기염
뒤숭숭 새누리당·보수신당은 현충원 참배만
대선서 누가 웃을까…역동성은 정치의 본질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의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일 것입니다.

2월말~3월초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4월말~5월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각 정당 대선후보 경선도 번갯불에콩 볶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인들과 각 정파의 이합집산, 합종연횡도 대통령 선거일 직전까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긴박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정권인수 절차 없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 혼자 청와대에 들어가서 그때부터 청와대 비서진을 구성하고 국무위원을 선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을 우리 모두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되면 어떻게 될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상실했습니다. 격렬한 저항과 대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2017년을 맞는 각 정당의 분위기가 궁금했습니다. 정당은 대개 당사에서 하는 단배식으로 새해 첫날을 맞는 전통이 있습니다. 단배식에 가보면 그 정당의 분위기를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앞줄 왼쪽 세번째) 등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2017년 정유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2017년 단배식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당 지도부가 현충원 참배만 했습니다. 탄핵소추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고,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이 집단탈당을 한 데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계에 6일까지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등 뒤숭숭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개혁보수신당도 단배식을 하지 않고 현충원 참배만 했습니다. 개혁보수신당은 국회에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했을 뿐 아직 창당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당사 자체가 없습니다.

제 기억에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법통이 이어진 현재의 여당에서 단배식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집권여당의 참담한 추락과 분열은 1년전과 비교해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여의도 한양빌딩 당사에서 열린 2016년 새누리당 단배식은 웃음과 덕담이 넘쳤습니다. 4월 총선 대승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당이 가득 찰 정도로 북적였습니다.

여성 정치인들은 “비례대표 당선권내 70%를 여성으로 공천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비례대표 30번 안에 20명은 반드시 여성으로 공천하고 ‘여여남’ 배열방식을 권장한다”고 했습니다. 비례대표 당선권을 30명으로 예상한 것입니다.(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7번까지 당선됐습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생각하면 자숙하는 분위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마음자세로 신년인사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자세를 낮췄습니다. 건배사도 못하게 했습니다. ‘부자 몸조심’을 한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감을 꾹꾹 눌러 감추었던 새누리당이 이후 공천파동과 4·13 총선 참패로 원내 2당으로 추락할 것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지도부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서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년 전 단배식 모습이 정반대였습니다. 신동해빌딩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6년 단배식은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건네자 어떤 사람들은 “받을 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할 정도였습니다. 문희상 상임고문은 인사말에서 “당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우리당이 희망을 만들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그래야 정권교체를 기다릴 수 있다.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고 더 크게 통합해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그랬던 더불어민주당은 4·13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해 원내 1당으로 도약했습니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사태와 촛불혁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유력한 집권 대안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당 지지도가 확고한 1위로 올라섰고, 문재인·이재명 등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과는 반대의 의미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 단배식은 새로 마련한 여의도 당사 2층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여의도에 10층짜리 작은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전세살이를 마감한 것입니다. 단배식은 새 당사에서 연 첫 공식행사입니다.

1일 아침 7시40분 단배식에는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윤호중 정책위의장, 안규백 사무총장, 김영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참석했습니다. 활짝 웃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무 당직자들의 얼굴에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준비된 정당, 준비된 정책, 준비된 후보, 이렇게 삼합이 잘 맞는 것은 야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좋은 조건에서 정권교체를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사즉생의 각오로 뛰고 또 뛸 것을 지도부는 이 자리에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지난해는 민생 정책에서 크고 작은 성과가 있었고,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큰 변화도 만들어냈다. 올해는 정권을 바꾸는 것으로 그 결과물을 내야 할 것 같다. 정권을 바꾸지 못하면 탄핵과 많은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국민들이 많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에 앞서 문희상 상임고문은 “참으로 빚나고 눈부신 새해 아침입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1년전 “당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던 때와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희상 상임고문은 뼈있는 당부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불리하다고 비굴해서는 안되고 유리하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교만한 모습을 보이고 건방을 떨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겸허한 자세로, 호랑이의 눈으로 바라보며 소의 걸음걸이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하긴 그렇습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감과 겸손함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자신감과 겸손함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저는 겸손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최순실 사태와 촛불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민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말 31일치 <한겨레> 토요판에 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가 쓴 글에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혁명은 혁명가들이 계획한다고 불붙지 않는다. 대중의 요구와 이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민주주의적 분출의 방식과 자발적 조직의 형식을 창의적으로 확대하는 것만이 러시아 혁명의 현재적 함의이자 미래를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혁명의 정률을 찾는 것보다 혁명의 동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대한민국 야당과 야당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입니다. 혁명과 정치는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동성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2016년 단배식에서 웃었던 새누리당은 4개월 뒤 망했고, 단배식에서 한숨을 쉬었던 더불어민주당은 4개월 뒤 활짝 웃었습니다.

2017년 4월말~5월초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까요? 정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겸손한 자세로 민심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쪽에 더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네번째)이 정유년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도 1일 아침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여의도 당사에서 단배식을 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9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지원한 김성식 의원이 떨어진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새해 아침 트위터에 “넘어졌다고 주저앉지 않고 일어서고 또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면 끝내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정의당은 국회에서 신년 인사회를 했습니다. 심상정 대표는 “2017년 대선은 촛불민심의 승리여야 한다. 국민주권의 힘찬 선언이 되어야 한다. 정의당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 시대교체를 이끌어내는 과감한 개혁정부를 수립할 것이다. 반공주의에 뿌리를 둔 극우 정치세력을 역사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는 선거로 만들 것이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격동의 2017년 드디어 출발했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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