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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6 09:59 수정 : 2017.01.06 10:5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11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면 본인은 살아도 나라가 망가진다"며 퇴진을 촉구하려고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5
2012년 박근혜와 양자대결서 우위였던 안 의원
‘혁신경제’ 아닌 ‘정치쇄신’ 전면 내세웠다 실패
최근 “이번 대선은 문-안 대결…이길 자신 있다”
여권붕괴·반문결집…그의 대선전략이 통할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11월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면 본인은 살아도 나라가 망가진다"며 퇴진을 촉구하려고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언론사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문재인, 반기문, 이재명에 이어 4등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선주자들을 열거한 10개 언론사의 다자대결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5%~27.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2%~22.7%, 이재명 성남시장이 10.1%~13.1%였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4.6%~6.8%에 그쳤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후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잠시 1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4월26~28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안철수 의원 선호도가 21%로, 한달전 조사(10%)보다 11%포인트 상승해 1위에 올랐고, 문재인 전 대표는 한달전 16%에서 1%포인트 오른 17%에 그쳐 2위로 밀려났습니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조사가 국민의당 바람이 강하게 분 4·13 총선 직후에 이뤄져 안철수 의원에게 크게 유리했고,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이도 오차범위 이내였습니다. 더구나 반기문 총장은 빠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의원이 1등에 올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랬던 안철수 의원이 8개월 만에 4등으로 밀려났습니다. 그것도 3등과 상당한 격차로 벌어진 4등입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안철수 의원은 이제 가망이 없는 것일까요? 안철수 의원은 지지도 하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려는 것일까요?

안철수 의원을 분석하려면 2011~2012년 대한민국 정치를 강타했던 ‘안철수 현상’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한 안철수 의원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안철수 현상’입니다.

2012년 9월19일~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다자대결에서 박근혜 39%, 안철수 30%, 문재인 21%였습니다. 양자대결이 흥미롭습니다. 박근혜 대 문재인은 49%대 44%로 박근혜가 승리하지만, 박근혜 대 안철수는 44% 대 49%로 안철수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후보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하자 안철수 후보는 극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고 그의 양보를 받아낸 문재인 후보도 대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안철수 현상은 현실 정치에서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이후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안철수 현상에 대해 최종숙 박사가 2013년에 흥미로운 분석을 한 일이 있습니다. 결론 부분을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안철수 지지집단의 성향을 살펴보면 복지확대, 경제민주화에서는 통상적인 진보층에 가깝지만 대북정책에서는 중도, 물질적 성공 지향에서는 통상적 보수층에 가까우며 성공의 조건으로 개인의 노력과 구조적 요인 모두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진보와 보수적 성향을 모두 공유한다. 안철수 지지집단을 박근혜, 문재인 지지집단과 비교했을 때에도, 그리고 안철수 지지집단 내부의 안철수 좌파와 안철수 우파를 비교했을 때에도 이러한 성향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좌파와 안철수 우파는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로 갈리지만 앞서 살펴본 주요 쟁점 항목들의 관점을 공유하는 동질적 집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철수 지지집단이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동시에’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이 볼 때 안철수 지지집단이 완전히 보수적이지 않으며 진보주의자들이 볼 때에도 안철수 지지집단이 완전히 진보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념적 진보와 이념적 보수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갈라설 수 있는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보수-진보’라는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새로운 ‘복합적’ 유권자층의 등장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바로 그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안철수 그 스스로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상식파’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곧 안철수 지지집단에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철수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이라는 것이 ‘경제성장’과 ‘복지’의 결합이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물질적 욕망의 추구’와 같이 보수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의 공존과 같은 것들이었다면, 안철수 정치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이러한 대중들의 열망을 발현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 안철수는 출마직후 ‘성장과 복지 두 바퀴로 가는 혁신경제’라는 정책을 제기하면서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대중적 열망을 끌어안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곧 ‘혁신경제’ 프레임은 무대에서 사라졌고 ‘정치쇄신’ 프레임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후의 과정은 안철수 정치를 분석한 연구자들이 지적한대로 흘러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거칠게 요약하면 새로 출현한 복합적 유권자층이 ‘혁신경제’ 때문에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안철수는 ‘정치쇄신’을 내세워 실패했다는 진단입니다.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안철수 의원은 서울 노원병 선거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을 창당하려다 민주당과 합당했고 공동대표에 올랐습니다. 2014년 7월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에는 당 지도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다가 2015년 12월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습니다. 2016년 4·13 총선에서 38석의 제3당 당수가 됐지만 김수민 의원 파동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기간이 길지 않은데도 정말 파란만장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안철수 의원 지지층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이유는 뭘까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창당할 때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던 윤석규 안산열린사회정책연구소장에게 ‘2012년에 안철수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왜 이제는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윤석규 소장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다수는 안철수의 본질과 상관 없이 사회경제적인 이슈에서 문재인보다 더 개혁적, 심지어 진보적이다. 안철수를 지지하다가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한 사람을 안철수 좌파, 박근혜를 지지한 사람을 안철수 우파로 상정하고 사회경제적인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좌파는 문재인 지지자보다 사뭇 진보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안철수 우파는 전체의 20% 이하이다.”

“그러나 정치를 재개한 이후 안철수가 중도주의, 양비론 등에 치우치면서 실망한 안철수 좌파가 대부분 빠져나갔고, 촛불정국에서 안철수의 행보를 보고 진보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남아있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중도층)마저 떨어져 나가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호남은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안철수에게 잠정적 지지를 보낸 것인데 그후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거래하는 모습에서 야권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고, 정치적 역량에 실망하면서 다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닌가 한다.”

꽤 일리가 있지요? 안철수 의원은 이런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돌파해 나갈 생각일까요? 12월29일 국민의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철수 의원이 지원한 김성식 의원이 낙선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며칠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4일 밤 자신의 심경을 긴 글로 정리해 페이스북에 띄웠습니다. 글의 내용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이번 대선구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주자로서 이번 선거를 어떻게 치를 생각인지 진솔하게 밝힌 대목이 있습니다.

“이제 다음 정권은 보수세력이 맡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새누리당이 갈라지기는 했습니다만 친박도 비박도 어느 쪽도 다음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고, 더 나아가면 대통령 후보를 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는 자칭 보수세력이 깨끗하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방산비리를 비롯한 사회 전분야의 비리는 심화됐고, 이번 박근혜 게이트는 뿌리까지 썩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 다음 정권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 정당은 어디입니까? 결국은 저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전 총장께서도 정치를 하실 확률이 반반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고민들이 많으실 겁니다.

만약에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제일 유력한 후보이고, 그리고 또 만약에 제가 노력해서 인정받아서 국민의당 후보가 된다면 결국은 문재인 전 대표와 저의 대결이 될 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과연 누가 더 정직하고, 그리고 또 누가 더 능력이 있고, 즉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또 누가 책임져왔는지 그런 기준으로 판단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저는 선택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대선은 여권 붕괴로 문재인과 안철수의 맞대결이 될 것이고 반문재인표를 결집해서 안철수 자신이 당선된다는 얘깁니다. 참 쉽죠? 정치가 본래 목표와 현실을 결합시켜 자기자신부터 100% 확신을 갖게 하는 일이긴 하지만 참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4·13 총선 승리의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정치인과 분석가들이 4·13 총선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으로 인한 야권 분열 때문에 여권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당이 여권표를 흡수해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이런 예측은 맞아 떨어졌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다가 “철수만 한다”고 조롱당했던 안철수 의원이 4·13 총선에서는 야권패배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쓸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버텨서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실패와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존재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대선가도는 실제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현 시점에서 스워트(SWOT) 분석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강점(Strength)은 성공 신화입니다. 안철수 의원은 기업인으로 성공했고 정계에 진출한 뒤에는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어쨌든 4·13 총선에서 또다시 성공했습니다.

약점(Weakness)은 정치적 비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과제와 해법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공허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떻게’가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당선 전에 대략 예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삶’과 ‘공약’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김영삼은 ‘변화와 개혁’을 예고했고 실제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김대중은 한반도 평화를 약속했고 남북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노무현은 낡은 정치 청산을 외쳤고 실제로 기득권 체제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웠습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 이명박은 4대강을 파헤쳤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어떨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인생 역정과 그가 하는 말이 여전히 겉도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의원에게 기회요인(Opportunity)은 그가 말한대로 여권의 붕괴 가능성입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이 1차 분열했고 새누리당은 또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안철수 의원의 바람대로 막판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권이 대선후보를 아예 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과연 현실 정치세계에서 벌어질까요?

위협요인(Threat)은 대선을 앞둔 합종연횡 국면입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과 안철수 의원은 지지기반이 일정 부분 겹칩니다. 따라서 개혁보수신당이 성공을 거두면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 지지도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3지대 정계개편에 동조하는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도 안철수 의원에게는 위협적입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탈당하기라도 하게 되면 안철수 의원은 치명적 상황을 맞게 됩니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 대선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어차피 위험부담이 많은 직업입니다. 성취하려면 일단 도전해야 합니다. 출마하지 않으면 당선도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대선전략은 맞아 떨어질까요?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에 과연 당선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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