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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1 10:56 수정 : 2017.01.11 10:59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윗모습)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들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아무 잘못도 없다"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목사님'이라 부르며 당무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한 뒤 인 위원장을 지나쳐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6

인적쇄신-형사고소 연말연시 정가 흥행
의원총회 면전에서 치고받기 관심 끌어
‘창당효과’ 비박신당에 정당 지지도 앞서
여권은 지금 재집권용 분리-합체 진행중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윗모습)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들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아무 잘못도 없다"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목사님'이라 부르며 당무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한 뒤 인 위원장을 지나쳐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치인은 인기를 먹고 삽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유명 정치인들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면 큰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만 아니면 어떤 소식이든 언론에 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11일치 아침 신문 여러 곳에 흥미로운 사진이 실렸습니다. 10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하는 장면입니다. 서청원 의원 앞에는 인명진 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청원 의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것은 지난해 12월23일이었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그 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핵심들의 자진 탈당을 강하고 집요하게 요구해 왔습니다. 이에 반발한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하고 법원에 직무정치 가처분신청을 냈습니다. 갈 데까지 간 것입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각자 기자회견이나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싸웠지만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는 상대를 앞에 놓고 빤히 바라보며 말로 치고 받는 보기 드문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에 이어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발언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만 소개합니다.

“지난해 12월29일 우리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승인받은 뒤에 수락연설을 통해 여러분에게 소견을 말한 바 있다. 그때 말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책임이었다.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고 정당인의 도리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 그리고 우리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직을 잃을지 모르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 집권여당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원직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게 책임있는 모습이다. 인적 쇄신은 인명진이 누구를 규탄하는 것도 아니고 계파싸움도 아니다. 당이, 전국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이고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이다.”

“본의 아니게 개인에게 상처를 주고 명예에 손상을 줬다면 널리 이해해달라. 경험이 없어서 빚어진 실수고 잘못이다.”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대개 원내대표와 당 대표 발언까지만 언론에 공개하고 의원들의 발언은 비공개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서청원 의원이 강하게 공개를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고스란히 공개되기를 바란 것입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윗모습)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들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아무 잘못도 없다"며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을 `목사님'이라 부르며 당무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청원 의원은 비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의 발언 중에서 몇 대목만 간추리겠습니다.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을 ‘목사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1946년생, 서청원 의원은 1943년생입니다.

“어수선하게 해서 죄송하다. 며칠 전에 저에게 할복하라고 인명진 목사님이 말했는데 제가 안했다. 목사님 제가 언제쯤 하면 좋겠나. 저를 ‘썩은 종양’이라고 했는데 목사님 이건 저에게 할 말은 아니다. 성직자는 사람을 살려야 하는데 어떻게 저에게 할복을 하라고 하나. 저는 처자식이 있고 많은 친지가 있고 지역 주민이 있다. 어떻게 인간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나.”

“제가 8선 의원이다. 그만 할 때가 됐다. 그런데 뒤늦게 목사님에게 이렇게 모욕당할 줄은 몰랐다. 목사님은 욕심 없다고 했는데 목사님은 너무 과격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와 당 고위직을 한 사람들을 인적 쇄신 대상자라고 했다. 경악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일한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

“최순실은 저 그림자도 모른다. 알지도 못한다. 제가 국회의원 하는 동안 최순실이 문제가 있으니 막아 달라고 한 사람이 없었다. 못 막았다. 알지 못하니까. 책임은 그것밖에 없다.”

“많은 언론이 목사님에게 기울어졌다. 승복하라고 한다. 저는 승복할 수 없다. 목사님이 강압적이고 독선독주하면 저는 그것을 끝낼 때까지 계속 갈 것이다.”

“보수집회하는 사람들이 걱정한다. 사드 반대, 개성공단 부활 등 목사님 과거 기자회견문 다 나온다. 새누리당은 정통보수인데 어느 정체성으로 끌고 가려고 하나. 목사님이 이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한 대한민국 보수는 새누리당으로 안 온다. 목사님을 제가 모셨는데 잘못됐다. 우리 의원들에게 사죄한다. 국민에게 사죄한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일생 처음 목사님을 고발했겠나. 용서해 주시고 저의 깊은 뜻을 혜량해 주시고 저의 말씀을 깊이 새겨 들으시고 결단해달라.”

결국 인명진 위원장에게 새누리당을 나가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명진 위원장이 나갈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명분은 인명진 위원장의 편에 있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서청원 의원의 말대로 인명진 위원장은 언론의 지지도 받고 있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1월말 설 전에 친박인사들이 자진해서 탈당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탈당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와 의원총회를 거쳐 쫓아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인명진 대 서청원의 싸움은 누가 이길까요? 아마 인명진 위원장이 이길 것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내부 갈등이 길어지면서 저는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인명진 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이 일정한 교감 아래 일부러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새누리당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입니다. 그런데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습니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26~28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를 보면 개혁보수신당이 창당 전인데도 17.4%로 새누리당 15.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당 창당에 대한 기대감이나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효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리얼미터 1월 첫째주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13.1%, 개혁보수신당 12.9%로, 개혁보수신당 지지도가 하락해 순위가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1월4일~5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12%, 개혁보수신당 6%로, 개혁보수신당 지지도가 새누리당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개혁보수신당이 지지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인명진 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명진 목사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온 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 러시가 멈췄습니다. 또 인명진 위원장이 인적 쇄신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핵심세력과 갈등을 빚으면서 새누리당이 연말연시에 줄곧 정치 뉴스에서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정당이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은 일단 좋은 일입니다.

최근 ‘바른정당’(개혁보수신당) 소속 의원이 보좌진을 공모하면서 응모자들에게 “새누리당에 인명진 위원장이 온 뒤로 국민들의 관심이 새누리당에 쏠리고 우리 당 지지도는 떨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진짜 보수 정당’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새누리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신당의 고민과 ‘인명진 효과’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사실 갈등과 싸움은 정치의 본질입니다. 갈등을 잘만 관리하면 강력한 정치적 에너지로 삼을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과 박근혜 두 세력으로 갈려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경선의 패자는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7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박근혜’와 그를 따르는 세력은 ‘여당 내에 존재하는 강력한 야당’ 노릇을 했습니다. 밖에 있는 진짜 야당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눈속임이었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로 ‘폐당’의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도 인명진 위원장을 비롯한 다수 의원들과 서청원 의원 등 친박핵심들의 갈등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1월말 설 이전에 친박 핵심인사 몇 사람이 당을 떠나면 인명진 위원장은 당을 추스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됩니다.

좀더 큰 틀에서 보면 여권은 ‘여권의 재구성’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입니다. 만화 영화에서 로보트가 ‘분리’와 ‘합체’를 거듭하며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그리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 분리된 상태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합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은 1997년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과 탈당으로 정권을 넘겨준 뒤 대선에서 분열한 적이 없습니다.

대선을 앞둔 분열과 통합은 2007년 열린우리당 사례도 있었습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등으로 복잡하게 분열했다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쳤습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다시 통합민주당으로 합쳤습니다. 물론 정당의 분열과 통합이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2007년과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민주당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여권은 2007년 열린우리당과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정권을 빼앗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재집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입니다. 거대 신문사와 종합편성채널 등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의 새누리당 구하기,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권의 재구성은 과연 성공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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