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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2 17:02 수정 : 2017.02.12 19:01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영주 최고위원(왼쪽 두번째) 등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제9차 신입 당원 아카데미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120

새누리당·바른정당 합친 지지도 두배 넘어
4·13 총선과 ‘최순실 게이트’로 2단계 도약
탄핵소추 뒤 박 대통령 행태로 반사이익
탄핵인용 직후·경선 뒤·대선 직전 ‘위기’ 올수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김영주 최고위원(왼쪽 두번째) 등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제9차 신입 당원 아카데미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요즘 활기가 넘칩니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의 어느 재선 의원은 “지지도가 너무 높아서 불안한 생각이 들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집권이 존재의 이유인 정당에서 지지도는 ‘모든 것’입니다. 정치인은 “우리당 지지도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까지가 정치인이 말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 지지도가 올라가면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지지도가 내려가면 집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2월3일과 4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5.9%였습니다. 새누리당 11.0%, 국민의당 7.4%, 바른정당 5.6%, 정의당 4.5%를 크게 앞서는 수치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국갤럽에서 2월7~9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더불어민주당 40%, 새누리당 13%, 국민의당 12%, 바른정당 7%, 정의당 4%였습니다. 일주일 전인 2월1~2일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1%, 새누리당 11%, 국민의당 10%, 바른정당 8%, 정의당 3%였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전주 백제대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 및 탄핵촉구 정권교체 출정식'에서 사진을 함께 찍기를 부탁하는 어린이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 찍는 이는 안도현 새로운전북포럼 상임공동대표. 전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지지도를 합친 수치의 두 배 정도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2012년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오랫동안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한국갤럽이 2013년 1월14~18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4%,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24%였습니다. 지금과 정반대였던 것입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지도 대반전은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첫째, 2016년 4.·13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2016년 4·13 총선 직후 4월19일~21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30%, 더불어민주당 24%, 국민의당 25%, 정의당 7%였습니다. 새누리당 지지도 30%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2016년 들어 가장 높은 것이었습니다. 차이가 좁혀지긴 했지만 그 뒤에도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도 1위를 유지했습니다.

둘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입니다.

<한겨레>에 의해 ‘최순실’이라는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갤럽 10월18일~20일 조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29%로 같은 지지도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 <제이티비시>(JTBC)의 태블릿피시 보도가 나왔고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5일 1차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10월25일~27일 조사에서 마침내 더불어민주당 29% 대 새누리당 26%로 정당 지지도가 뒤집혔습니다. 그 이후 촛불집회 및 탄핵소추 국면에서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

11월1일~3일 31% 대 18%, 11월8일~10일 31% 대 17%, 11월15일~17일 31% 대 15%, 11월22일~24일 34% 대 16%, 11월29일~12월1일 34% 대 15%, 12월6일~8일 35% 대 13%, 12월13일~15일 40% 대 15%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월9일 탄핵소추됐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2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로 전남대 중앙도서관 북카페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사연을 보낸 교사 임용고시 삼수생 고은비씨(오른쪽)와 동료 학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광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4·13 총선 뒤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은 이른바 ‘밴드 왜건’ 효과였습니다. 정당 지지도가 높아서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공천파동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정당 지지도가 올라갔습니다.

10월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상승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일은 다른 정당 및 의원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탄핵소추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새누리당이 보여준 행태와 이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여기에 총선 이후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국민의당에 대한 실망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분열 등 다른 정당의 부진과 갈등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상승을 도왔습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오랫동안 주류와 비주류의 당내갈등 때문에 비판을 받았는데, 4.13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가 대거 탈당하는 바람에 당내갈등의 원인이 아예 사라졌고 그 덕분에 ‘집안싸움만 하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지지도 상승의 원인은 대부분 반사이익이라는 얘깁니다. ‘집권 경험이 있는 제1야당’이라는 존재 자체를 국민들이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본래 정당 지지도는 스스로 무엇을 특별히 잘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거나 상대가 잘못해서 올라가는 것입니다. 무너지기 전까지 새누리당이 그랬고 2004년 열린우리당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한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야당 지지자들은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응답을 회피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여론조사에 ‘18대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나’라는 질문 항목을 넣으면 실제 선거 결과와 달리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도 보수보다는 진보라는 답변이 더 많습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어쨌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 경북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르게 안정되어 있습니다. 호남에서 다소 높은 편이지만 과거처럼 ‘호남당’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전국의 고른 지지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반면에 연령대별로 보면 20, 30, 40대에서 높고, 50대와 60대에서 낮은 편입니다. 특히 60대에서는 새누리당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고연령층에서 왜 지지가 이렇게 낮은 것인지 분석과 성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 선거가 4월말이나 5월초에 치러집니다. 지난해 12월9일 탄핵소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큰 실책 없이 국회를 이끌고 정국 변화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국이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대선주자들에 의해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너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대선주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정책공약 가운데 현재의 4당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정책적 역량을 발휘해 입법화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입법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일대에서 열린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 집회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가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도 지금의 고공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무난히 집권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맞닥뜨릴 수 있는 위기는 세 차례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째, 탄핵 인용 직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의 반사이익 프리미엄은 사라집니다. 유권자들은 누가 다음 대통령으로 적합한지,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당장은 박근혜 대통령 사법처리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 구속 여부 등 사법처리 문제가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정론 등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차 하는 순간 민심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에 나서는 시기입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주자들은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후보가 되면 더불어민주당 총동원체제를 갖춰 대선을 치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면 경선 이후 정당을 중심으로 대선 캠프를 꾸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권력의 속성상 경선 캠프 구성원들이 자리를 비켜주려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경선 승리자와 패배자 캠프의 협력과 융합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내부 갈등이 있는 정당의 집권은 쉽지 않습니다. 2012년에 그랬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경선에서 승리하는 대선 후보의 탁월한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등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 가운데 그런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 누군지 의문입니다.

셋째, 대통령 선거 직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선출된 후보가 상당기간 1위를 달릴 가능성이 높지만 정권교체를 거부하는 보수 기득권 세력과 여권 지지층은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막판에 ‘될 만한 후보’에게 표 몰아주기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선의 역동성으로 미루어 막판 대역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후보가 지지부진할 경우 여권 지지층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누군가’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모든 위기를 넘기고 집권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경선 후보들은 집권 이후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당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구상입니다. 그러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현실에서 대통령이 정당정부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정당정부를 시도했지만 지속시키지 못했습니다.

다른 정당과 연합해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연정 및 협치’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지금 경선주자들은 연정에 대해 약간의 이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4당체제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연립정부 구성이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연립정부 구성이나 협치에 실패하면 취임 직후 곧바로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연정 및 협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기희생,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및 다른 정당 지지층에 대한 설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더불어민주당 당원 및 지지층의 깊은 지혜와 겸손한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2월10일 오후 추미애 의원의 ‘꿈보따리정책연구소’에서 주최한 ‘2017년 대선과 민주당의 진로’ 토론회에서 토론문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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