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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07 16:37 수정 : 2017.05.07 20:23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39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마지막 기준’
대통령의 품성과 리더십이 ‘정권의 성패’ 좌우
깨어있는 주인의 눈으로 좋은 일꾼 선택하기를

사전투표하셨습니까?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5월9일 선거를 앞두고 4일과 5일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25%를 넘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높은 관심, 징검다리 연휴에 낀 선거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유권자 네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사전투표를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당선자와 투표율은 1987년 노태우 89.2%, 1992년 김영삼 81.9%, 1997년 김대중 80.7%, 2002년 노무현 70.8%, 2007년 이명박 63.0%, 2012년 박근혜 75.8%였습니다. 이번에는 8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투표율이 뚝뚝 떨어지다가 다시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명박 정부 이후 경제난과 양극화가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유권자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궐위에 의한 선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력 후보 5명이 만만치 않은 개성과 경쟁력으로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무튼 5월9일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어느 후보를 찍을 것인지 마음을 결정하셨을 것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7일 오전 강릉 산불피해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강원 강릉 성산면 성산초교를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헌정기념관 앞마당에서 당직자 가족들과 함께한 어린이날 행사에서 어린이들을 안은 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7일 오전 강릉 산불피해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강원 강릉 성산면 성산초교를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런데 저는 유권자 여러분 가운데 혹시라도 아직 누구를 찍을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후보 개인의 품성과 리더십을 자세히 살펴보라고 권고하고 싶습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대통령 개인의 품성과 리더십이 국정의 성패를 상당 부분 좌우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만 봐도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불과 5년 전에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품성과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는 바람에 대통령의 국정 사유화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그리고 대통령 탄핵 및 구속이라는 세계적 망신을 당했습니다.

대통령 개인의 품성과 리더십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연구가 나왔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0년 <중앙일보>와 <중앙선데이>가 정치학·행정학·언론학·경영학·역사학자와 여론조사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국가리더십 탐구’라는 제목으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대규모 기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공감 커뮤니케이션’과 ‘통합의 리더십’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단선적 정치인은 리더로 성공할 수 없다.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융·복합형 인간이 정치 리더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 예가 인종차별의 벽을 극복하고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를 두고 언론과 학자들은 정직, 인문학적 소양, 탁월한 연설 능력, 최고의 학력, 화려한 인맥 등 다양한 요인들로 설명한다. 물론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보여준 핵심 리더십 키워드는 ‘공감 커뮤니케이션’ ‘통합의 리더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오바마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인 공감을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품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을 연결하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시스템인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오바마는 국민과 공감대를 만들어 소통해 미국 최고의 직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박근혜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정치인 박근혜는 ‘공감 커뮤니케이션’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었을까요?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속은 것입니다.

또다시 속으면 안되겠지요.?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가운데 누가 과연 ‘공감 커뮤니케이션’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일까요? 문재인일까요? 홍준표일까요? 안철수일까요? 유승민일가요? 심상정일까요? 또는 다른 후보일까요?

2011년 12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격 조건을 입체적으로 제시한 역작이었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이 제시한 자격 가운데 총론에 해당하는 일부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스테이트크래프트(치국경륜·통치리더십)에서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가 발전시켜온 인문학을 토대로 인간 본성, 특히 자아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이를 바탕으로 자아의 완성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자기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인간의 욕망, 선과 악의 문제,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간의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 정치권력의 야누스적 성격,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같은 철학적 담론에 대한 나름대로의 깊은 천착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겸허한 태도다. 무한한 자연과 장구한 역사 앞에서 스스로 삼가는 신독의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다.”

“말 또는 소통은 민주정치의 핵심이다. 자신의 생각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상대방을 설복하는 행위다. 말은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높은 품격과 설득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의 자격으로 철학과 역사의식, 그리고 품격있는 말 등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가운데 철학과 역사의식을 갖추고 품격있는 말을 구사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반대로 철학과 역사의식이 빈곤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참고로 윤여준 전 장관은 책을 쓰고 1년 뒤인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가 7일 오전 강릉 산불피해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강원 강릉 성산면 성산초교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7일 오후 강릉 산불 이재민 대피소가 있는 강원 강릉 성산면 성산초교를 방문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통령학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고려대 함성득 교수가 지난 3월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함성득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위대한 영웅이 출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영호남 간의 지역 편견, 정책 내용보다는 인물 중심의 투표 성향,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 갈등, 연령별·성별 갈등 등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요소가 많은 게 현재의 대통령 선거라는 것입니다.

“국민은 아직도 2017년 대선에서 도덕적으로 매우 깨끗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대한 영웅의 출현을 희망할 것이다. 국민은 다음 대선에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을 가지고 여전히 메시아(기적)의 출현을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역시나’이다. 그러한 위대한 지도자 또는 슈퍼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 메시아는 현재 대통령 후보자들 중에 있지도 않고 오지도 않을 것이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위대한 대통령을 갖기에는 지역과 이념, 연령, 성별 등의 편견이 너무 심하다. 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또는 합의도 아직 없다.”

함성득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이념·지역·계층적으로 너무 많이 분열되어 있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공감대에 기초한 국정과제와 목표를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대안으로 함성득 교수는 ‘집단지성’을 제시했습니다. 깨어 있는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들, 소위 집단지성이 지역적, 이념적, 연령별, 성별 등의 편견을 넘어서서 국가 비전과 사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함성득 교수는 새로운 대통령의 품성과 리더십도 그런 논리의 연장에서 찾고 있습니다. “2017년에 선출될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관점이지요?

이번에는 정치인의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문희상 의원은 6선 국회의원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대통령에 대해 잘 아는 정치인입니다. 그가 지난 3월 <대통령>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현실적인 자질 세 가지는 ‘도덕성’, ‘국민통합 능력’, ‘국정운영 능력’입니다.

“나는 정치인의 도덕성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영역으로 크게 돈, 사생활, 언행일치를 꼽는다. 써 놓고 보니 ‘참 구태의연한 소리’라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완벽하게 합격점을 받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선 대통령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 우스운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정치인에게 해당한다.”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에게 통합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이 귀찮고 더딘 과정의 가치를 알고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 이 시끄러운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길은 갈등을 조율하는 힘에서 나온다.”

어떻습니까?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누가 과연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까요? 갈등을 조율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문희상 의원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대통령의 자질 이외에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조건 두 가지를 추가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의 조건 두 가지는 바로 ‘권력의지’와 ‘시대정신’입니다. 그는 2017년의 시대정신이 광장에 모인 촛불민심 안에 있고, 빈부격차의 해소, 정의와 평등의 실현, 오랜 적폐의 청산으로 모아졌다고 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원동력은 정권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희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문희상 의원이 보기에 문재인 후보는 권력의지와 시대정신을 갖추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변을 대신해 문희상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습니다.

“성숙한 제도와 시민의식이 밑받침되면, 그로부터 선출되는 대리 권력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일 것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주인의 눈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주인인 우리가 사람을 보는 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 나라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았다. 다시 한 번, 깨어 있는 주인의 눈으로 좋은 일꾼을 뽑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주인이다.”

5월9일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들은 선거 결과를 승리와 패배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절차입니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대통령이라는 헌법 기관을 새로 선출했을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5월9일도 중요하지만 ‘5월9일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 해소와 복지국가로 민주주의의 내용을 채워가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일 것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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