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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1 13:36 수정 : 2018.02.01 16:01

안철수 국민의당 새 대표(왼쪽)가 지난해 8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7
대선전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2중대’ 비판
안철수 대표, 호남서 개혁신당 ‘2중대’ 비판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을 ‘3중대’라고 비판

안철수 국민의당 새 대표(왼쪽)가 지난해 8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홍준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980년 8월 최규하 대통령을 내쫓고 예편한 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11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는 1980년 10월 5공화국 헌법을 공포하고 1981년 1월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창당해 총재로 취임했습니다. 1981년 2월 선거인단 간접선거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12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1981년 3월 25일 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두환 총재의 민정당은 151석을 차지했습니다. 유치송 총재의 민주한국당(민한당)은 81석, 김종철 대표의 한국국민당(국민당)은 25석을 차지했습니다. 민한당은 정치활동 금지조처가 해제된 뒤 과거 신민당 계열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국민당은 공화당과 유정회 출신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민한당과 국민당은 전두환 정권의 묵인과 통제 속에 만들어진 일종의 ‘관제야당’이었습니다. 국민은 민정당을 ‘1중대’, 민한당을 ‘2중대’, 국민당을 ‘3중대’라고 비꼬았습니다.

1985년 2·12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김대중 씨가 이민우 총재를 내세워 신한민주당(신민당)을 창당했습니다. 신민당 돌풍이 일어났고 ‘2중대’로 몰린 민한당은 몰락했습니다.

1981년에 만들어진 ‘2중대’, ‘3중대’라는 단어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2중대’라는 표현은 관제야당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전 박정희 정권 때는 ‘사쿠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유진산, 이철승 등 박정희 정권에 대해 타협 노선을 취한 야당 정치인을 야당 강경파나 국민이 ‘사쿠라’라고 불렀습니다.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사쿠라’라는 단어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2012)라는 책은 ‘사쿠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변절자를 가리키는 이 말은 1961년 5·16 군사정변 후 정계에서 유행한 말이다. 어원은 일본어의 ‘사쿠라니쿠’에서 비롯되었다. 사쿠라니쿠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로서, 쇠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였다는 얘기다. 즉, 겉보기는 비슷하나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정치 환경이 바뀜으로 해서 종래의 자기 조직을 이탈하는 양상이 많아지자 변절한 옛 동지를 비꼬는 말로 쓰였다. 이를 벚꽃으로 잘못 이해한 일부 정치인들이 사쿠라꽃이 만발했느니, 사쿠라가 피었느니 하는 표현을 아직도 쓰고 있다. 이 말을 꼭 쓰고 싶다면 차라리 말고기라고 쓰는 게 낫다.

박정희 시절 ‘사쿠라’라는 일본 말이 1980년대 이후 ‘2중대’라는 군대 말로 바뀐 것입니다. ‘사쿠라’와 ‘2중대’ 얘기를 새삼 꺼낸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때문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1월 23일 광주를 방문했을 때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통합 반대파 정치인들을 ‘2중대’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가려는 것 같은데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통합신당은 (정부가) 올바른 길로 간다면 전적으로 지원하고, 잘못된 길로 간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정당을 하고자 한다."

저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쿠라’나 ‘2중대’는 정치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이런 표현을 거리낌 없이 쓰는 것을 보면 그가 이제 ‘닳고 닳은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사용한 ‘2중대’라는 단어의 위험성은 그의 말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올바른 길로 간다면 전적으로 지원하고”라는 발언을 다른 강성 야당이 얼마든지 ‘2중대’라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을 나가기 위해 호남을 근거지로 급조한 당이다. (민주당과) 호남 적통 경쟁을 하고 있는 정당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정부·여당의 2018년도 예산안 처리에 협조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2중대’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그렇게 당했던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2중대’라고 비판하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2중대’가 있다면 ‘3중대’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안철수 대표가 자칫하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3중대’로 비판받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정호성 수석부대변인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향해 ‘유승민 대표는 언제까지 민주당 3중대 역할을 할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어제(29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밀양 화재 참사) 초상집 앞에서 여야가 정쟁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장기판에 훈수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쪽도 그르고 저쪽도 그르다는 무책임한 양비론입니다.”

“집권여당은 책임을 지는 것이고, 야당은 책임을 묻는 것이 민주정치의 알파요 오메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명명백백한 민주주의의 원리를 무시하고 ‘정쟁을 멈추라’고 몰아붙이는 유승민 대표의 양비론은 집권여당의 들러리, 도우미 역할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머지않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통합신당을 향할 것입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통합신당의 혈투가 예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평화당 창당 세력을 ‘2중대’라고 비판한 안철수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3중대’ 공세를 어떻게 반박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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