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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02 18:24 수정 : 2015.01.19 16:28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 패션기업 ‘이상봉’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 2년 더 회장을 맡게 된 그는 디자이너들이 합심해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이상봉 제공

[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연임
이상봉 회장

‘전화위복’. 디자이너 이상봉씨는 2014년 한국 패션업계 상황을 이 단어로 설명한다.

2년 전엔 벼랑 끝에 섰었다. 10년 동안 열어오던 패션업계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패션센터의 폐쇄와 함께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사분오열된 디자이너들은 힘을 모으지 못했다. 그즈음 새로 당선된 ‘패션에 무관심할 듯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업계의 우려도 컸다. 서울패션위크도, 한국의 패션산업 발전도 후퇴할 것 같은 기류에 휩싸였었다.

그때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며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연합회)였다. 신임 회장으로 이씨가 추대됐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연합회는 서울시와 성공적인 협의과정을 거쳐 2년 연속 서울패션위크를 무사히 치러냈다. 100여명이었던 회원 수도 2년 새 280명으로 늘었다. 한국 디자이너의 90%를 아우르는 수치다.

지난 4월 이 회장은 재추대받아 연임이 확정됐다. 2년의 가시밭길을 지나 앞으로의 2년을 장밋빛으로 전망하게 됐다는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패션기업 ‘이상봉’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화위복
2년전 해체 위기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들 합심 성공적 개최
“아시아 패션시장 중심 된 듯”

보람
회원 280명…디자이너 90% 가입
수십년 묵은 과제 풀어가는 중
신인 디자이너 발굴·육성 노력

“위기를 기회로 만든 힘은 ‘사람’이었습니다. 다 같이 힘을 모으는 문화에 익숙지 않던 디자이너들이 위기 앞에서 자발적으로 뭉쳤고 박 시장은 우려와 달리 소통이 매우 잘되는 사람이었으며 디자이너들과 패션산업의 미래에 대해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줬지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패션계와 서울시, 디자이너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며 수십년 동안 엄두도 못 내던 패션계의 숙제들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 열린 서울패션위크는 이러한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 자리였다. “이전에는 패션쇼 작가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고 패션위크가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라는 느낌을 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올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디자이너들이 합심해 행사를 준비한 덕분인지 우연히 그곳에 들른 시민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는 것이 이 회장의 평가다. 서울패션위크는 오는 10월에 또 열린다.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외국 패션업계 관계자들도 찬사를 보냈다. “일본의 한 백화점 관계자가 일본은 패션단체가 양분돼 갈등하면서부터 패션산업이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한국에서 디자이너들이 하나로 뭉쳐 이렇게 수준 높은 행사를 하는 것을 보니 일본을 역전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영국의 런던패션위크 관계자는 한국이 이제 아시아 패션시장의 중심이 된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글’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불러온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씨가 한국 패션계를 위해 다시 한 번 팔을 걷어 붙이기로 한 이유는 ‘보람’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우수한 품질의 옷감과 옷을 만들어내던 나라에요. 그 역량을 패션산업의 발전으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시장이 외국 브랜드에 잠식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디자이너이자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자로서는 연합회 활동에 적극 나설수록 희생일 수 있으나 이렇게 처음으로 디자이너들이 다같이 모여 한국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일을 해나가니 보람이 여간 큰 게 아닙니다.”

올해 목표는 연합회가 국내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로 거듭 나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실력있는 신인 디자이너의 발굴과 육성이다. 그날도 그의 사무실에는 한 백화점에서 신인 디자이너의 매장 개설과 관련한 조언을 듣기 위해 찾아와 있었다. “신인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옷을 만들어도 팔 곳을 찾기가 힘들 거든요. 유통망이 워낙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 중심으로 짜여 있다 보니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백화점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도 그동안 신인 디자이너들과 접촉하고 싶어도 마땅한 창구가 없었다고 해요. 연합회가 생겨 일관된 대화 창구가 생기니 여기저기서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신인 디자이너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옷’이 제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지난달 26일에는 디자이너들의 세금 관련 업무에 도움을 주고자 한국세무사고시회와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디자이너는 개인 브랜드를 만들면 직접 경영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해요. 특히 세금 관련 업무는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작은 실수로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많죠. 그 길을 먼저 경험해본 선배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많이 하고자 합니다.”

그 다음날 이 회장은 자신의 패션쇼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했다. 최근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이순신 걸개’를 만들고 가구 브랜드와도 협업을 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모아 한국 패션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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