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25 19:12
수정 : 2015.01.11 17:47
[짬] 한-아세안센터 정해문 사무총장
“동남아시아 10개 나라의 연합체인 아세안은 정치·경제적으로는 한국을 뒤쫓아오고 있지만 문화다양성과 통합 면에서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달 열릴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축하행사인 베트스 오브 아세안의 시작을 ‘아세안영화제’로 알리기로 한 것은 ‘영화’가 가장 문화를 손쉽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죠.”
오는 12월11~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축하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한-아세안센터 정해문(62·사진) 사무총장은 25일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영화 마니아는 아니지만 ‘국내 첫 아세안영화제’를 준비하느라 나름 공부를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27일부터 새달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제1회 아세안영화제’에서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 나라의 대표 감독이 만든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27일부터 국내 첫 아세안영화제 마련
새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앞서
동아시아 10개 회원국 대표작 모아
다큐·예술·무협·공포 영화 등 다양
감독·배우도 초청해 관객과 간담회도
내년 아세안공동체 출범 ‘소통’ 넓혀야
“다큐멘터리부터 작가주의·무협액션·공포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아세안의 특징을 잘 보여줄 작품들로 골랐습니다. <잃어버린 사진>(캄보디아)의 리티 판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은 거장이고, <일로 일로>(싱가포르)의 앤서니 첸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역시 칸에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을 수상했지요. 또 <선생님 일기>는 태국에서 올 상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국내에서 리메이크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사진 한-아세안센터 제공
|
정 총장은 여전히 낯설어할 수 있는 관객들을 위해 특색있는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30일부터 새달 4일까지 모든 상영작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을 함께 초청해 한국 문화예술 전문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월담토크-경계를 넘는 영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베트남 무협영화 <일대고수>를 놓고 정두홍 무술감독이, 라오스 최초의 공포영화 <찬탈리>는 웹툰 ‘빙의’의 작가 김성훈씨가 게스트로 나와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 참가 감독들과 부산영상위원회 등 국내 투자배급 전문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아세안 디렉터스 네트워킹 데이’도 있다. 최낙용 아세안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미 동남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류가 친숙해진 데 비해 국내에서는 상업영화나 북미·유럽의 예술영화에 밀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영화제를 비롯한 ‘베스트 오브 아세안’ 행사의 초점은 ‘소통’입니다. 이미 6억명에 이르는 아세안의 인구 가운데 60%가 35살 이하로 젊은데다 중산층도 확대되고 있는 까닭에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26만명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6만여명의 결혼이민자, 7500명의 유학생 등 국내에는 35만명의 아세안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기도 하고요. 그들의 문화를 적극 이해해야 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새달 3일 서울시청에서 하는 ‘한-아세안 청년포럼’, 10개 나라별로 문화전문가가 동승한 버스가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문화체험과 관광 안내를 해주는 ‘아세안 로드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앙코르와트, 할롱베이 등 10개 나라의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전시하는 ‘아세안의 보석’ 등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도 함께 열린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1989년 처음 대화관계를 맺은 이래 25돌을 맞은 기념으로, 우리 정부가 10개 회원국 정상을 한자리에 초청하는 잔치입니다. 일본은 이미 2003년 30돌 기념으로, 중국도 2006년 15돌 기념으로 특별정상회의를 주최했었죠. 2009년 대화관계 20돌 때 한-아세안센터도 공식 출범해 올해 5돌을 맞았으니 여러가지로 뜻깊은 자리입니다.”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외무고시(10회)를 거쳐 외무부에 들어간 정 총장은 81년 첫 국외 근무를 싱가포르에서 시작하고 동남아과장을 지냈으며 2008년 타이 대사로 외교관 경력을 마무리지은 ‘아세안통’으로, 2012년부터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맡았다.
“내년 12월 아세안 공동체로 공식 출범하면 중국(13.5억명), 인도(12억명)와 함께 인구 30억에, 국내총생산(GDP) 2조4천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합니다. 이미 중국에 이어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대 교역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아세안과 교류·협력을 넓혀가야 할 최적기입니다.”
정 총장은 “유럽연합(EU)은 28개 회원국 대부분이 기독교 전통의 민주주의 체제라는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는 반면 아세안은 다인종·다종교·다언어·다문화 등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협력과 연대를 통해 공존을 해왔다”며 다시 한번 관심을 촉구했다. 아세안영화제 사무국 (02)779-2900.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한-아세안센터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