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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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1그램의 용기’ 수필집 펴낸 한비야씨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작은 용기만 더해지면 충분” 망설이는 청년에게 두가지 주문
혼자있는 시간·펜으로 일기쓰기
“자신을 알면 할 일이 명확해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한비야가 6년 만에 <1그램의 용기>(푸른숲)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쉰살이 넘어 미국 유학 가서 ‘인도적 지원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장전문가로는 처음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자문위원으로 발탁돼 정책자문과 아프리카 등지의 현장에서 일하고, 1년의 절반은 이화여대 국제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느낀 지난 6년간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책을 쓴다면서 하필 1그램(g)의 용기라니? 그는 산을 좋아한다. 미국 유학 때 공부하느라 산에 못 간 한비야는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학교에 갔다. 학교 안에 있는 작은 동산을 오르내리다가 교실에 들어가선 배낭 안에서 수업자료와 함께 등산용 보온병과 컵을 책상에 내놓고 공부를 했다. 한비야의 사정을 아는 어떤 교수는 “오늘 수업은 산 정상에서 하는 겁니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때 산에 가지 못한 한을 모아 귀국 뒤 한비야는 2년에 걸쳐 700킬로미터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대부분 혼자 깊은 산길을 다니던 한비야는 길을 잃어 헤매기 일쑤였다. 자신에게 있는 나쁜 디엔에이 가운데 하나가 길치라는 것. 하지만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했다. 무엇이 그를 백두대간 종주를 하도록 몰아붙였을까? “지난 6년간 쓴 일기와 기고문, 논문들을 한꺼번에 움켜쥐고 꼭 짜니 바로 ‘용기’라는 단어였어요. 그것도 1톤이 아닌 단지 1그램, 어쩌면 0.1그램의 용기였는지 몰라요.” 그는 1그램의 조그만 용기를 이런저런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이들에게 퍼부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 ‘보태고 싶다’고 했다. 가능성과 두려움이 반반으로 팽팽할 때, 하고 싶은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이 대등하게 줄다리기를 할 때 딱 1그램의 용기만 보태면 용감하고 씩씩하게 한 발짝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젊은이들의 멘토나 선생님이 아니라 영원히 언니, 누나로 존재하길 바라는 한비야는 “이전에는 한낮의 강한 햇빛이 좋았으나 이제는 부드럽고 따뜻한 아침 햇살이 좋아요. 아침 햇살의 온기를 전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한비야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품고 있는 두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은 너무 춥고, 거칠고, 가혹해요. 마음을 둘 데가 없어요. 게다가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세대라잖아요.” 한비야는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를 주문한다. 그 첫번째는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조용한 공간에서 생각을 하는 버릇을 들이라는 것이다. 항상 손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꺼버리고 스스로에게만 몰두해보는 거다.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자신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일기 쓰기다. 그것도 컴퓨터가 아닌 가능하면 공책에 펜으로 직접 쓰라고 권한다. “아마도 처음엔 단순한 일과를 기록하기에도 급급할 거예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찾게 되죠. 자신이 누군지 자세히 알면 알수록,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하고 픈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테니까요.” 최근 강연회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한비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비야 이모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저도 커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한비야는 이 책에서 자신이 보내는 독특한 송년회를 소개한다. 지난 20년간 해온 ‘한비야표 송년회’는 단둘이 보낸다. 그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 1년 내내 사람들과 뒤섞여 들뜨고 숨가쁘게 살아온 한비야는 한해의 마무리는 혼자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내기 위해 마지막 2~3일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만의 ‘송년회 매뉴얼’을 지킨다. 우선 집안 정리를 한다. 커다란 박스를 준비해서 미련 없이 신나게 버린다. 보관할 필요가 없는 책과 옷과 기념품과 서류, 명함들이 그 대상이다. 두번째는 컴퓨터를 정리한다. 폴더를 정리하고, 쓸데없이 저장된 서류를 지운다. 세번째는 그해에 매일매일 쓴 일기를 모두 읽는다. 그리고 고마웠던 분에게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에겐 용기를 내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사람들은 통크게 용서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12월31일 밤 11시쯤 촛불 하나만 밝히고 푹신한 방석과 눈물을 닦을 휴지를 한 통 준비한다. 하느님께 감사와 용서의 기도를 드리고,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가며 기도한다.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와 강연을 들은 이들,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생을 위해 기도하고 마지막으로 한국과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송년회가 된다고 한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낸 상태입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1톤쯤 되는 부담스런 용기가 아니라, 단 1그램의 작은 용기만 더해지면 충분해요. 이제 이 아침 햇살 같은 용기를 나눠 줬으면 해요.” 세례명인 ‘비야’는 이탈리아 성녀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정성껏 열심히 하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하는 한비야는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지었다. ‘몽땅 다 쓰고 가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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