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3 01:54
수정 : 2019.12.24 22:13
[짬]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지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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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지형씨가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사 9층 스튜디오에서 연주를 해보이고 있다.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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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지형(26)씨가 지난 8일 일본 도쿄 하쿠주홀에서 열린 ‘제62회 도쿄 국제기타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49년 시작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기타 대회로, 순수 한국인으로서는 박씨가 최초로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약 34년 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가 우승한 적이 있었고, 이미 세계적 기타리스트로 인정받는 박규희씨라 2003년 3위에 입상했을 뿐이다.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박씨를 만나 쉽지 않았던 우승기와 기타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8일 ‘도쿄 국제 기타 콩쿠르’ 1위
1949년 시작된 ‘70년 전통’ 대회
1985년 재일동포2세 이후 첫 한국인
“두번 최저점 줬던 심사위원들도 극찬”
클래식기타 첫 예술체육요원 군복무중
“다양한 대중에게 레슨봉사하며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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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형(오른쪽 세째)씨가 지난 8일 일본 ‘도쿄 국제 기타 콩쿠르’ 본선에서 우승한 뒤 다른 입상자들과 함께 상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박지형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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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를 여럿 배출한 대회로 유명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기타 콰르텟에서 활동하는 스캇 테넌트를 비롯해 굵직한 연주자들이 이 대회 출신이죠. 그런데 한국인에겐 (우승하기가) 쉽지 않은 대회로 꼽혔어요. 저만해도 세 번째 도전이었으니까요. 2016년 첫 출전 때 3위를 했고 지난해엔 1위 없는 4위를 했어요. 매번 대부분의 심사위원에게 최고점을 받았으나 유독 두 위원이 계속 최저점을 줬거든요. 이번엔 그 두 위원도 높은 점수를 줘서 1위가 가능했지요. 심지어 연주를 마치니 내게 다가와서 극찬을 해줬어요. 어쨌든 일본 한복판인 도쿄에서 1위로 인정받았으니 이제 만족해요.”
실제로 공개된 이번 대회 심사위원별 점수표를 보면, 그는 2차 최종예선에서 이미 최고점을 받았고, 본선에서도 압도적 점수로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고수들을 모두 제압했다. 어렵기로 손꼽히는 ‘바하 파르티타 2번 중 심포니아’를 고속으로 연주해낸 그의 본선 연주를 두고 “기타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다이나믹한 멋진 연주”라는 평론가들의 극찬도 이어졌다.
“9살 때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워낙은 아버님이 클래식 기타를 좋아해 남양주 집으로 기타 선생님을 모셨는데 이왕 오는김에 다같이 배우기로 했어요. 그래서 형까지 3명의 부자가 함께 시작했는데, 아버님과 형은 곧 그만두고 나 혼자만 계속 하게 됐어요. 1년만에 브라질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 로부스의 연습곡 1번을 쳤어요. 피아노로 치면 쇼팽의 에튀드 수준이니까,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죠? 어렸지만 재미를 느껴서 손가락이야 아픈 것도 참고 꾸준히 했어요.”
그 덕분에 고 1때인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영재로 입학한 그는 김해경·이노영 선생을 사사한 뒤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의 기타과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입학해 세계적 기타리스트 주디카엘 페루아를 스승으로 모셨다.
이제 20대 중반인 그는 ‘클래식 기타로는 최초로 예술체육요원’으로 뽑혀 현재 재능기부 봉사 활동으로 군복무를 수행중이다.
“사실 예술가들에게 군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은 치명적이어서 고민이 컸어요. 때마침 없어졌던 클래식 기타 예술체육요원제가 부활됐어요. 그나마 딱 2개 국제 대회만 해당하는 바늘구멍이었는데, 2017년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미켈레 피탈루가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해 통과됐어요. 복무 기간 안에 순수 레슨시간 만으로 544시간의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 조건이죠.”
이를 위해 그는 아현초등학교, 노인복지관, 홍익대 기타 동아리 등등 다양한 곳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 맹학교에선 전맹인 학생들에게 레슨을 했는데, 비장애인들보다 듣는 능력이 탁월해서 5도 음정의 음색을 빨리 이해하더라고요. 내년 말까지 의무 시간을 채워야 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배울 점이 많은 경험인 것 같아요.”
복무가 끝난 이후에도 레슨 봉사 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그는 클래식 기타 대중화를 위해서 노력할 참이다.
“어디까지나 클래식 기타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거꾸로 싫은 것을 연주할 생각도 없어요. 그렇지만 내일 내가 뭘 좋아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최근에는 브라질 음악에 관심이 있고 재즈도 좋아요. 연주 프로그램에 삼바도 넣어볼까 생각중이죠. 변진섭이나 신승훈의 가요도 좋아해요. . 봉사활동할 때는 눈높이에 맞춰 동요도 하고 ‘로망스’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마술피리’로 가르치기도 하니까요.”
그는 대중화보다는 음악계 안에서 클래식 기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소신도 당당히 밝혔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기타는 좀 생경하게 여겨요. 오케스트라 구성에 기타가 빠져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른 악기들과 협연이나 합주를 통해서 서로 문호를 넓히는 길을 찾아보려고요.”
새해 계획도 궁금했다. “도쿄 콩쿠르 우승자 부상으로 일본에서 최소 6개 도시의 순회공연이 잡혀 있어요. 지난해 7월 중국 창샤 국제 페스티벌 우승으로 세계적 음반 제작사 낙소스(Naxos)의 제안을 받아 ‘우승자 시리즈’ 독주 음반을 제작중인데 새해 2월쯤 전 세계 동시 발매될 예정이죠. 또 내년엔 서울·대전·대구·부산에서도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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