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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6 18:06 수정 : 2019.12.27 02:05

전경옥 현대상선 ‘현대 커리지호’(8600TEU) 선장. 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전경옥 선장
중간급 8600TEU ‘현대 커리지호’
“성별로 기회 박탈·차별 깨지길”
최근 여성 기관장 고해연씨도 선임

전경옥 현대상선 ‘현대 커리지호’(8600TEU) 선장. 현대상선 제공

한국 국적 선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선장이 나왔다.

현대상선은 승선 경력 11년차 전경옥(38)씨를 8600티이유(TEU)급 컨테이너선 ‘현대 커리지호’ 선장으로 임명했다고 26일 밝혔다. 티이유는 20피트(약 6.1m) 길이의 컨테이너 1개를 나타내는 단위로, 8600티이유급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가운데 중간 규모에 해당한다.

선장은 선박에서 22~23명의 승무원을 지휘·통솔하고 선박의 안전운항과 선적 화물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로, 국적 선사의 여성 선장은 전 선장이 최초다. 현대상선은 지난 12일 국적 선사 중 처음으로 여성 기관장으로 고해연(34)씨를 임명햇다.

전 선장은 2005년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현대상선에 3등 항해사로 입사해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를 거치며 대부분 근무 기간 컨테이너선만 탔다. 현재 전 선장은 중동 항로 노선에 투입된 현대 커리지호에 승선한 상태로, 내년 2월께 배에서 내릴 예정이다.

전 선장은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10여 년 전의 저 자신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여성 선장이 탄생한 것과 그 출발이 현대상선인 점, (첫 여성 선장이) 굳이 나 자신이라는 이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라면서도 “다만 여성이 해양대학교 금녀의 벽을 뚫고 입학한 지 거의 수십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 선장의 말처럼 여성 해상직 종사자에게 해운업계의 문은 넓지 않다. 2013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국제해사기구(IMO)와 함께 여성 해기사(선박 운항 등 분야의 국가 면허 취득자)의 해상분야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개최한 ‘여성 해기 인력 개발을 위한 국제해사기구 아시아 지역 세미나’ 자료를 보면, 전세계 선원 150만명 중 여성 해기사는 1~2%에 불과했다. 해운회사들이 여성 채용을 기피하고, 관련 학교도 여성의 입학 문을 좁혔기 때문이다.

목포해양대는 “선박에서 여성이 근무하기 위한 시설이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며 2006년 신입생 모집 때 여학생 수를 10%로 제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차별 시정조치를 권고받았고, 1970년 설립된 해사고등학교도 기숙사·화장실 등 시설 개선과 해운업체의 여학생 채용 기피 등을 들며 여학생 입학을 제한했다가 2012년 인권위 시정권고를 받았다. 당시 인권위는 “해운업체의 여성 채용 기피와 여학생이 남자 선원이 대다수인 선박에서 일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여학생 입학을 제한하는 것은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전 선장은 “여전히 바다가 여성에게는 좁은 문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성별로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차별하는 관행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10년 후에는 더 많은 여성후배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를, 또 그들이 선장이 된다 해도 더는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양성 평등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저 또한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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