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익 교장이 학생들에게 양봉 교육을 하고 있다. 미탄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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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2년째 벌 키워 장학금
교장실 비워 넓은 공부방 마련도
퇴직 뒤 영월에 양봉학교 열 계획 과학전람회 명예의 전당 오른
국내 최고 수준 양봉전문가 처음부터 꿀벌 장학금 프로젝트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애들이 벌에 쏘이거나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장 교장의 진심에 점차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었다. 그는 먼저 넓은 교장실을 학생들을 위해 내놓았다. 교장실을 ‘이룸터’란 이름의 공부방으로 개조하고 학생들이 양봉체험을 하면서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개인 책상과 조명시설 등을 설치했다. 또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컴퓨터도 비치했다. 대신 교장실은 책상 하나와 손님용 소파를 간신히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쪽방으로 옮겼다. 학부모들이 걱정을 거둬들인 건 무엇보다 학생들의 반응 덕이다. 3학년 신태건 학생은 “양봉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벌을 돌보며 꿀을 얻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 책상과 조명등이 있는 새 공부방에서 공부하니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장 교장은 벌통 50개까지 학생들이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정도면 1년에 장학금 3000만원을 조성할 수 있다. 장 교장은 “벌통을 늘릴지 말지는 학생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다. 내 역할은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장은 사실 국내 최고 수준의 양봉 전문가다. 양봉 연구의 달인으로 2014년 전국과학전람회(국립중앙과학관 주최) 60주년 명예의 전당 3인에 선정됐을 정도다. 2004년에는 ‘로열젤리 생산 증대를 위한 봉군(벌통)의 최적 조건 및 구조개선 연구’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양봉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근 마을인 영월군 영월읍 흥월리에 5000㎡ 규모의 양봉농장을 마련해뒀다. 벌통만 120개 정도 규모다. 이곳에 양봉학교를 열 참이다. 그는 “제자들이 양봉체험을 통해 생명을 사랑하고 바른 경제관념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퇴직하더라도 꿀벌 장학금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달에 몇 번이고 재능기부 형태로 찾아와 어린 학생들이 꿀벌의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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