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8 19:24
수정 : 2020.01.0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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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정규 앨범 ‘경성야행’을 발매하는 노래하는 교수 장유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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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가수 겸 대중음악사 전문가 장유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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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정규 앨범 ‘경성야행’을 발매하는 노래하는 교수 장유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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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형이었네/ 아버지의 착한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착한 아내인 인형으로/ 그네들의 노리개였네/ 노라를 놓아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알려진 나혜석이 작사했지만, 악보 형태로만 남아있던 100년 전 노래 ‘노라’를 지금 불러보면 어떨까. 100년이 지난 2020년, 장유정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가 ‘노라’를 불렀다.
가수이자 대중음악사 전문가인 장 교수는 오는 10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내 가요를 재즈풍으로 재해석한 음반 <경성야행>을 발매한다. 그는 지난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음반을 만든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덜 알려진 1920~30년대 노래를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광복 이전 대중음악의 역사를 훑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100년 전 가요 재즈풍으로 재해석
9곡 수록한 음반 ‘경성야행’ 발매
악보만 있는 나혜석 ‘노라’ 첫 재현
윤심덕 ‘추억’도 다시 불러 첫 공개
“일제강점기 이미 열풍…재즈 0세대”
새달 7·8일 발매 기념 ‘렉쳐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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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주화준트리오의 음반 ‘경성야행’ 자켓. 사진 마술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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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야행>은 2013년 나온 <장유정이 부르는 모던 조선: 1930년대 재즈송> 이후 7년 만에 발표하는 그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이다. 그는 2012년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 제목으로 디지털싱글 5곡을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앞서 2006년부터 강의와 공연을 접목한 ‘렉처 콘서트’를 해왔다. 이번 앨범은 재즈 뮤지션들로 구성된 ‘주화준 트리오’와 함께했다. 주화준 트리오는 단국대 생활음악과 주화준 교수가 이끈다.
<경성야행>은 지난해 8월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후원을 받았다. 애초 1000만원을 목표로 했는데 1300만원이 모였다. “대중음악 역사를 연구해보니 꼭 기록하고 기억할 노래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음반을 내기 위해 2017년 겨울부터 지원받을 곳을 알아봤어요. 하지만 상업적인 음반이 아닌 작업에 후원해 주는 곳은 없었어요. 결국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는데, 다행히도 초창기 대중음악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에 동참하려는 이들이 많아 목표 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죠.”
<경성야행>에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혔지만 광복 이전 대중음악의 역사에 중요한 노래 9곡이 담겼다. 특히 나혜석이 1921년과 1922년에 두 번에 걸쳐 작사한 ‘노라’를 처음으로 재현했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내용을 나혜석이 노랫말로 만든 ‘노라’의 1921년 버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작곡했고, 1922년 버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악대원이자 지휘자였던 백우용이 작곡했죠. 두 가지 버전의 ‘노라’를 이번 음반에 담았어요.”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국내 최초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노래 ‘추억’도 되살렸다. “이 노래의 음원은 유일하게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소장돼 있는데, 음원을 박물관에서 제공받아 2018년 처음으로 불렀어요. 이번 앨범에도 담았죠.”
이밖에도 가수 이난영의 남편 김해송이 부른 ‘카프리의 섬’, 1939년 대학생의 모습을 풍자한 김장미의 ‘엉터리 대학생’, 나라를 빼앗긴 지식인의 절규를 담은 이경설의 ‘세기말의 노래’ 등이 실렸다. 마지막 트랙인 ‘경성야행’은 음반의 제목과 같은 창작곡으로 장 교수가 작사·작곡했다. “이 음반의 주제가인 셈이죠. 재즈 트로트를 표방한 노래에요.”
그는 덕성여대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단국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박사 논문인 ‘일제강점기 한국 대중가요 연구 유성기 음반 자료를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오빠는 풍각쟁이야 대중가요로 본 근대의 풍경>(2006년), <다방과 카페, 모던보이의 아지트>(2008년) 등을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유독 1920∼30년대 한국 근대가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이유는 뭘까. 장 교수는 이 시기를 ‘한국 재즈 음악의 0세대’라고 표현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연구하려면 그 시초인 1920∼30년대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국내에선 1950년대를 ‘재즈 1세대’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이미 재즈 열풍이 불었다는 점에서 ‘재즈 0세대’라 부를 만해요. 이 음반을 통해 초창기 대중음악이 재조명받길 기대합니다.”
<경성야행>은 앨범이 발매되는 11일부터 여러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장 교수는 새달 7일 오후 8시30분 서울 강남구 클럽케이라운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렉처 콘서트를, 8일 오후 6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후원자 초청 쇼케이스를 연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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