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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9 01:06 수정 : 2015.03.10 11:09

분산 개최로 경기장을 옮길 경우 숙박이나 선수단 안전, 방송 시설 설치 등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경기장을 분산 배치하면 숙박, 수송 등에 차질이 생긴다. 선수단 안전 등의 문제도 있어 복잡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조직위원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게 드러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어젠다 2020’을 발표해 지속가능한 올림픽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흐름과도 어긋난다. 어젠다 2020의 40가지 제안 중 12번째 항목을 보면, ‘비용을 줄이고, 올림픽 대회 운영의 유연성을 강화하라’고 했다. 전통적인 운영 개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분산이 이뤄질 경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숙박이다. 그런데 빙상과 알파인 활강 등 종목을 서울과 전북 무주로 분산할 경우 숙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겨레>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아이스하키 1·2 경기장, 쇼트트랙·피겨 경기장을 서울로 옮길 경우 15개 세부 종목(아이스하키 2개, 피겨 5개, 쇼트트랙 8개)이 영향을 받는다. 전체 98개 세부 종목의 15%,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열리게 되는 29개 종목의 52%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이오시는 선수단과 미디어, 아이오시 임원, 관광객 등을 고려해 평창조직위에 총 2만4200실의 숙박 물량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강릉 클러스터에서 이뤄질 대회 가운데 아이스하키 등 3개 세부 종목을 서울로 옮긴다면 필요한 물량은 6000여실 정도로 추정된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참가 선수단 현황을 참고하면 당시 전체 선수단 5770명 중 이 세 종목의 선수단은 1433명으로 전체의 24.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수치를 기반으로 관광객 및 자원봉사자 등 전체 숙박 수요를 추정하면 6002실이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

피겨·쇼트트랙과 남자 아이스하키장의 대안으로 제시된 올림픽공원 주변에는 이미 충분한 숙박시설이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발표한 2013년 말 송파·강남·서초·강동·광진구 현황을 보면 63개 호텔 1만708실의 룸이 확인된다. 이 중 5성급은 5144실이고, 4성급과 3성급이 각각 1773실과 1476실이다. 내년 완공될 예정인 제2롯데월드의 1500실도 활용할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장의 대체 시설인 목동아이스링크 인근의 여의도와 강서구·구로구 일대에도 5성급 942실과 4성급 1072실을 포함해 3448실이 확인된다. 대부분이 경기장에서 10~30분 거리에 있다.

무주 덕유산에서 분산 개최할 것이 제안된 알파인 활강, 슈퍼대회전, 슈퍼 복합 세 종목의 출전 선수 규모는 소치올림픽 기준 전체 선수의 4.8%로 이를 전체 숙박 수요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1162실의 숙박 물량이 필요하다. 이는 무주리조트 내의 티롤호텔을 비롯해 5성급 호텔 3개의 1510실을 활용할 수 있다. 또 무주리조트가 위치한 무주군 설천면에만 124개가 넘는 펜션, 민박 등의 소규모 숙박시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선수들이 묵는 선수촌의 경우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1500실 규모의 올림픽파크텔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선수촌이라고 해서 다른 시설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다만 선수촌 안에서 선수단이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운동 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숙박장과 달리 선수촌은 경기장까지의 선수 이동 동선이나 선수 경기력을 위한 편의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필요하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숙박 등에 대한 아이오시의 요구 조건이 있지만 그것을 다 들어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거리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양해를 구하고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올림픽파크텔을 선수단 전용 숙소로 사용한다면 부족한 시설은 임시로 설치해 해결할 수 있다.

분산 개최를 할 경우 강릉 지역에 건설중인 대규모 선수촌과 미디어촌 신설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현재 강릉 지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769실 규모의 선수촌과 6368실 규모의 미디어촌을 신축할 계획으로 설계중이다. 그러나 21만명의 강릉시 인구 규모와 103.6%(2010년 한국은행 발표 기준)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강릉시 주택보급률을 고려하면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미 알펜시아리조트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강원개발공사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릉 선수촌과 미디어촌 건설이 민자사업이라고 하지만 엘에이치가 공기업인 만큼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강릉시의 주택보급률과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하면 9000가구가 넘는 신규 주택의 보급은 미분양 등으로 강릉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과 무주에서 분산 개최가 이뤄진다면 평창·강릉 등의 지역에서 서울이나 무주로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진다. 특히 방송·통신·신문 등 미디어 종사자와 대회 임원 등은 모든 경기장에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불편함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평창에 건설되는 국제방송센터(IBC)와 메인프레스센터(MPC)와는 별도의 미디어 시설을 추가해야 하는 비용도 따른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면 국내 분산 개최는 올림픽의 새로운 장을 여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올림픽공원 인근의 올림픽컨벤션센터와 올림픽홀, 한국체육대학 등은 미디어센터로 변경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분산 개최를 할 경우 경기장과 숙박 시설이 분산되는 만큼 보안 인력과 시설 비용 등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증대되는 운영 비용은 마찬가지로 늘어날 운영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 올림픽 예산은 시설 예산(11조4311억원)과 조직위 운영 예산(2조540억원)으로 나뉘어진다. 시설 예산은 대부분이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되는 반면, 조직위 운영 예산은 아이오시 지원금과 스폰서 수익, 티켓 판매 수익 등을 통해 자체 조달되는 예산이다. 분산 개최를 할 경우 운영 비용이 증대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익의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올림픽 전체 입장 수익의 40% 이상(밴쿠버올림픽 당시 46%)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스하키 같은 경우 서울에서 열리게 되면 강릉에서 개최될 때에 비해 관중 동원에서 훨씬 유리하다. 빙상경기장 중 규모가 가장 큰 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마찬가지다.

허승 윤형중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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