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기존 경기장 활용으로 1조8600억원 아낀다

고광헌 ‘평창 겨울올림픽 분산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아래 오른쪽 첫째) 등이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분산개최 불가 방침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e-mail]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건축비 재검토하니 예상치 3배↑
세종목 경기장 신축 백지화
언론 “도민 위한 결정” 평가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이미 ‘경기장 신축 백지화와 기존 경기장 사용’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도쿄도는 농구·배드민턴·요트 등 세 종목 경기장의 신축 계획을 백지화해 한국 돈으로 1조8600억원(2000억엔)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도쿄도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전임 이노세 나오키 지사 시절 책정된 경기장의 신축 공사비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애초 이번 올림픽 주경기장으로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치러졌던 도쿄 국립 요요기경기장을 중앙정부가 개축(1623억엔)해 활용하고, 도쿄도가 1583억엔을 들여 농구·배드민턴·양궁·카누·요트 등 10개 경기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체육시설 인프라가 탄탄한 도쿄도에서 신축 경기장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를 도쿄의 중심인 도쿄만 지역에서 ‘콤팩트’하게 치른다는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애초 조직위의 구상을 보면 전체 31개 경기장 가운데 90.3%인 28개 경기장이 선수촌이 위치하게 되는 주오구 하루미의 반경 8㎞ 안에 위치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취임한 마스조에 요이치 지사가 건축비를 재검토해 보니, 처음 예상보다 3배나 많은 4584억엔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스조에 지사는 ‘콤팩트한 올림픽’이라는 구상을 포기하고 ‘알뜰한 올림픽’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린다. 이에 따라 도쿄도는 고토구 유메노시마 공원(한국의 난지도 공원에 해당)에 지으려던 농구장 신축 계획을 포기하고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밖에 하키·양궁·조정·승마 등 신축하는 다른 경기장들도 건축비를 아끼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도쿄도는 이를 통해 전체 공사비를 2500억엔 선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12일 마스조에 지사의 취임 1년을 평가하는 기사에서 마스조에 지사의 이번 판단에 대해 “도청 내에서 저항이 없진 않았지만, 결국 도민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많은 돈을 퍼부은 일회성 행사에 치중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진짜 시민을 위한 행정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도쿄를 방문한 존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회장 등이 “일부 경기의 오사카 분산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며, 기존 시설 재활용, 분산 개최 등이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개혁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