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2 19:36
수정 : 2015.04.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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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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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지난주 방송한 <개그 콘서트>는 ‘강용석 헌정방송’이었다.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국회의원이 도와주네, 감사합니다”로 시작해, 꼭지마다 강용석 의원의 ‘최효종(사진) 고소 사건’을 풍자하는 대사들이 넘쳐났다. ‘비상대책위원회’ 꼭지에서 김원효는 “걔도 지가 방송 나오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지가 잘못해놓고 지 주제도 모르고 우릴 고소한다니까! 우릴 우습게 보니까 그런 거 아냐?”란 대사로 사건의 본질을 간파했다. 알다시피, 강 의원은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아나운서 집단모욕죄로 형사소송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민사소송에서는 아나운서들의 12억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둔 상태였다.
강용석 성희롱 사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이미 끝났다. 사건 직후 그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신여성’부터 ‘된장녀’까지, 잘나가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남성 중심적 질시를 고려하면, 희롱의 주체가 어지간만 했어도 ‘여자 아나운서가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의 프레임 속에서 입방아가 찧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프레임은 ‘최연희의 계보를 잇는 성나라당’으로 굳어졌다. 한나라당은 즉각 꼬리 자르듯 당적을 박탈했지만, 1년 뒤 의원직 제명은 부결시켰다. 표결에 앞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 정도 일로 제명한다면 우리 중에 남아 있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며 진심을 토로했다. 대중들보다 낮은 국회의원들의 성의식이 공식 확인된 순간이다.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용석은 충성맹약을 하듯 박원순과 안철수를 물어뜯었지만 선거에 패했다.
급기야 11월17일에는 10월2일에 방송한 ‘사마귀 유치원’의 최효종의 대사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 텃밭에서 출마하면 되는데… 선거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돼요… 상대방의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가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에 해당된다며 형사 고소했다. 세상에나! 저 말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반론이자, 서울시장 선거의 나경원 후보 정치입문 과정이나 선거운동방식과도 일치하는 말 아니던가.
물론 강용석의 최효종 고소는 집단모욕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제스처였다. 실제로 아나운서 집단모욕죄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11월24일 1심 법원은 “이 사건이 인용된다면 ‘국회의원은 도둑놈이다’는 말까지 모욕이 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강용석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강용석의 고소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인이 벌인 노이즈 마케팅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국회의원이 코미디언을 ‘우습게 보고’ 행한 무고이다. 최효종은 ‘애정남’에서 “찔리지 않으면 농담, 찔리면 디스(‘능멸’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라 못 박고, “시사개그는 계속된다”며 ‘쫄지 않는’ 면모를 과시했다. 11월29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강용석은 기괴한 시트콤 같은 가족시청후기와 더불어 고소를 취하했다. 다음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효종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며 뒷북을 쳤다. 이로써 누구나 코미디로 받아들인 이 사건에서 고소 직후 진짜로 수사에 착수한 검·경만 ‘우스운 사람들’이 됐다. 브라보! 대중문화평론가,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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