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30 20:53
수정 : 2015.04.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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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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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12월23일 밤.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눈이 번쩍 뜨였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골방 녹음실이 티브이에 나오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문화방송>(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사진)의 ‘나는 하수다’ 꼭지 첫 방송이다. 전날 정봉주 전 의원 유죄판결을 접한 터라, 놀라움은 더 컸다.
정봉주 전 의원을 패러디한 ‘정봉투’(고명환)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익숙한 로고송과 함께 총수(신동수)가 “엠비 씨 프로그램만 찬양하는 엠비 씨 헌정방송….” 이라며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정봉투가 목소리를 높여 “개그계의 사형선고를 받고… 비비탄 저격수가 되어…”라고 연설을 하니, 총수는 ‘닭! 치고 개그’ 책 포스터 앞에서 “개그는 자기 생활에 스트레스…” 운운하며 닭대가리를 친다. 제목이 ‘나는 하수다’인 이유는 “고수가 없잖아. 넷이 합쳐도 최효종 한명에게 안 돼… 캐릭터만 따온 거야. 정치적 식견, 그런 거 없어~” 하며 “자체 비방”에 까르르 자지러진다. 이 분위기, 싱크로율(합치율) ‘쩐다’.
입술1, 입술2 소개를 마친 뒤 “문화방송 코미디언실 컴퓨터가 한꺼번에 다운된 사건이 박명수씨 매니저 단독범행으로 밝혀졌다”는 말로 10·26 선거 관련 의혹을 언급한다. 정봉투가 “매니저에게 돈을 주고 시켰을 거라구…” 하자 총수는 “소설을 쓸 수 있다”며 눙을 치고, ‘조진우’(조현민) 기자는 “쫄지 맙시다” 하고 응수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을 성대모사하는 김용민을 패러디한 ‘김농민’(유장엽)은 물총을 쏘아 대며 물대포를 풍자한다. 이어 조진우 기자가 에리카 김을 연상시키는 “누클레어 밤” 누나에게 “문화방송 코미디 시청률 하락의 이유”를 묻자 “너무 밤늦게 해서 그래”라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낸다.
기계음을 흉내 내는 남녀가 “<웃고 또 웃고> 방청권을 100장 모아오시면 <개그콘서트> 방청권 2장을 부탁해 볼게요. 문화방송 앞에 가면 막 나눠줘요”라며 자체 비방을 한다. 마지막으로 “다음주에 섭외한 분, 아우라가 장난이 아닙니다” 하니 올림머리로 그네를 타는 ‘박그네’(정성호)가 화면에 나온다. 정봉투는 “형광등 100개를 준비하겠다”며 ‘깔때기’를 들이댄다. 참 깨알 같다.
올해 2월에 시작된 <웃고 또 웃고>는 시청률이 2%에 불과하지만, 패러디의 힘이 강하다. <세시봉>을 패러디한 <네시봉>,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도 가수다>가 대표적이다. 큰북 연주와 함께 ‘빈잔’을 불렀던 임재범의 장엄한 무대를 패러디한 정성호의 처절한 무대가 그중 백미이다. 지금까지의 패러디는 문화방송의 가장 잘나가는 예능프로그램을 차용한 것이었고,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성격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꼼수다> 패러디는 격이 다르다. 정봉주 유죄판결과 환송 인파에서 보듯이 <나는 꼼수다>는 단순한 지하 예능방송이 아니다.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정밀 타격하는 첨단 선무방송이다. 보수언론에선 저질방송이나 괴담쯤으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하는 <나는 꼼수다>가 청취자 천만 명을 돌파하고 이제 패러디의 옷을 입고 지상(파)에 상륙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말하듯, 우리 모두가 정봉주이고 우리 모두가 김 총수이다. 웃는 백성은 이길 수가 없다. 이제 어쩔 것인가.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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